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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창고, 주민 사이로 ‘스며드는 연결’

2018년 01월 18일(목) 13:25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도시재생이 전국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주민중심'이라는 가치가 단순히 말의 성찬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민들의 자발성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보장할 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제주의소리>는 서울 성북, 세운상가, 목2동, 군산, 나주 속의 공동체들을 찾아 그 실마리를 찾아봤다. 지금까지 그들이 이뤄낸 변화와 남은 고민을 공유하는 일이 제주형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15) 성북문화재단이 만드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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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성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기획자들이 함께 모여 만든 자유로운 커뮤니티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문화생태계를 지향한다. ⓒ 성북문화재단

2012년 설립된 서울 성북구의 문화예술 전문기관인 성북문화재단은 전국에서 가장 두터운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는 지역재단으로 꼽힌다. 문화재생을 방향성으로 지역주민, 예술가들과 만나면서 지역사회의 실질적이고 건강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핵심은 ‘동네에서 살아간다’는 가치를 기반으로 구축하는 관계망이다.

2014년 시작된 공유성북원탁회의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달 지역 예술가와 문화재생에 관심있는 이들이 모인 이 자율적인 네트워크는 구성원이 당초 30여명에서 최근 260명까지 불어났다. 지역 이슈를 나누고 각자의 문제의식, 꿈꾸는 변화를 서로 나누고 경청했다. 참가자들은 “서로를 지지하고 신뢰감이 느껴진다”는 인상을 받는다.

시작은 지역축제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기존 노래자랑과 경품추첨을 넘어 주민들에게 색다른 문화경험을 주려 했다. 2015년부터는 인근 중학교와 지역 기반, 일상적 문화 체험을 골자로 한 교육과정 개편에 들어갔고 실제 학생들은 타 지역에서 만나볼 수 없는 차별화된 활동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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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리고개 한복판에 위치한 고가도로 밑 창고를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 미인도에는 미아리고개 마을장터 고개장(위쪽 사진), 꼬마극장(아래쪽)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성북문화재단

고가도로 밑 환경미화원들의 창고로 쓰이던 공간은 ‘미인도(美人圖)’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이 시도는 도시재생과 밀접하다. 본래 쓰레기가 가득하고 어두워 주민들이 회피하던 공간에서 장터, 포럼, 세미나, 시각예술전시, 가족 대상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화사해지고 주민들의 만족감도 높아졌다.

미인도 프로젝트를 이끈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 소장은 “동네 중간에 쓰레기장처럼 사용되던 공간을 주민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문화공간이 제격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주민들도 좋은 방식으로 공간이 쓰이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던 수도가압장을 전시공간으로 바꾸고 생활문화동아리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주민들과 접점을 모색한 것도 ‘스며드는 연결’을 위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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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지역 수도가압장으로 쓰이다 오랜 시간 방치됐던 곳이 전시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건물 외관을 이태준 작가의 '일상의 실천'이라는 설치작품이 감싸고 있다. ⓒ 제주의소리

물론 고민은 많다. 예술가를 같은 주민으로 여기지 않는 정서, 문화공간을 특정 예술가들의 것으로 보는 의구심을 넘어 주민들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다. 성북구의 문화 플랜과 맞물려 예쁘고 감각적인 연출이 가능한 지역으로 여겨지면서 시작된 자본의 공습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고 있다.

성북문화재단은 흩어진 작은 공간을 연계하고, 주민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부동산 광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주 예술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제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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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 성북문화재단 문화지역협력팀장. ⓒ 제주의소리
이현 성북문화재단 문화지역협력팀장은 “외부 환경적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북구 내에 네트워크를 촘촘히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재단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에 있던 주민 활동을 연결하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이 팀장은 “주민들과의 밀착도가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미인도와 수도가압장의 사례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공간을 거점으로 예술가들과 주민들의 일상이 공유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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