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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졌던 전자산업 메카, 장인들을 다시 불러내다

2018년 01월 19일(금) 13:38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도시재생이 전국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주민중심'이라는 가치가 단순히 말의 성찬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민들의 자발성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보장할 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제주의소리>는 서울 성북, 세운상가, 목2동, 군산, 나주 속의 공동체들을 찾아 그 실마리를 찾아봤다. 지금까지 그들이 이뤄낸 변화와 남은 고민을 공유하는 일이 제주형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16) 서울 세운상가의 ‘다시·세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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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운상가의 중심부. 세운상가는 길이 1km에 이르는 초대형 종합전자상가다. 1990년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한 때 전면철거 위기에도 놓였지만 이후 도시재생 대상지로 바뀌었다. ⓒ 제주의소리

1967년 서울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탄생한 세운상가는 ‘미사일과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제조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이 도심 속 종합전자상가는 시대의 변화로 상권이 옮겨가면서 1980년대 이후 쇠퇴기를 걷게 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조4000억원을 들여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하고 재개발을 추진하려 했지만 사업성 문제로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이후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재개발 계획을 백지화한 뒤 새로운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2014년 시작된 세운상가 재생사업 ‘다시·세운 프로젝트’가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535억원을 들여 종묘~대림상가 구간 걷고싶은 길을 만들고 내부공간을 매력적으로 재구성하는 보행재생, 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모색하는 산업재생이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가 물리적, 경제적 재생을 넘어선 ‘공동체재생’이다. 새로 만들어진 공공공간을 직접 운영 관리하고, 지속가능한 상가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주체는 그 안에 상인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주체 발굴’이라는 도시재생의 핵심 원리와 밀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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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세운상가의 모습. 1960년대부터 오랜기간 전성기를 누렸으나 시대 흐름의 변화로 2000년대 들어 활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 세운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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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2014년부터 세운상가를 도시재생의 방식으로 되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8층에 놓인 '서울옥상'에 올라서면 종묘를 비롯한 인근 도심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제주의소리

지역재생 그룹인 ㅇㅇ(땡땡)은대학연구소가 세운상가 거버넌스 사업 운영단 ‘세운공공’을 맡아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이 곳에서 수십년간 머물러 온 장인들에게 ‘당신들의 기술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주력한다. 이들 장인의 가치를 세상과 만나게 하는 것이야 말로 번듯한 리모델링을 넘어 세운상가를 진정으로 되살리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시작은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는 일이었다. 처음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당장 인터뷰를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꾀를 낸 게 초상화 인터뷰다. 화가가 동행해 초상화를 그려드린다며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뒤 그림이 완성되는 동안 대화를 진행했다. 전체 1500여 입주자 중 400여명을 인터뷰했고 이들의 이야기는 ‘세운사람들’이라는 책으로 탄생했다.

AS센터에서도 고칠 수 없는 고장난 옛 전자제품을 가져오면 세운상가의 장인들과 함께 수리법과 작동원리를 익히는 워크숍 방식의 ‘수리수리얍 프로젝트’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상인들이 뭉쳐 수리수리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들은 전축, 휴대용 카세트, 빈티지 오디오 등 추억과 사연이 있는 물건들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지금까지 150건이 수리가 됐는데 최근 신청이 몰려들면서 접수 지연 공지를 해야 될 정도다.

아버지의 유품인 턴테이블을 가져온 형제,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추억이 든 앰프를 들고 온 중년, 이문세의 노래를 틀어주던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온 사람까지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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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이 담겼지만 도저히 고칠 수가 없어 고민하던 이들은 '수리수리얍 프로젝트'를 만나 특별한 기쁨을 누린다. 장인과 세상을 유쾌하게 연결하는 시도다. ⓒ 세운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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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에서는 공동체재생의 일환으로 입주 장인들과 10대 청소년들을 만나게 하는 손끝기술학교를 진행 중이다. 이들의 노하우와 기술이 사회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 한다. ⓒ 세운공공

세운상가 곳곳을 공공디자인으로 바꾸고 개선해보는 공공디자인학부 세운상가는대학, 청소년 기술 캠퍼스 손끝창의학교, 세운상가의 소식을 세상에 전할 수 있는 팟캐스트 방송, 서울시장 명의의 마이스터 인증도 진행했다. 처음엔 낯설어했던 상인들도 점차 마음을 열게 됐고 귀촌을 준비하던 이들이 다시 매일 가게 문을 열게 됐다.

조은호 세운공공 연구원은 “언론도 주목을 많이 하게 됐고 자연스레 ‘내가 사회적 임팩트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느끼시게 된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목소리도 커지고 얼굴도 밝아지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야 발걸음을 뗀 만큼 과제도 많다. 공동체 재생은 상권 활성화, 최신기술과의 협업모델 개발, 청년세대의 진입과도 밀접한데 모두 넘기 쉽지 않은 벽이다. 상인들이 뭉쳐 만든 협의회가 앞으로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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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세운상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강원재 ㅇㅇ(땡땡)은대학연구소장. ⓒ 제주의소리
세운상가는 이 기로에서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해 이들은 신뢰와 공동체의 힘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서울시가 세운상가를 비롯해 도시재생 전반에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있고 침체된 상권으로만 여겨졌던 세운상가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언론의 조명을 새로 받게 된 것은 작은 희망의 증거다. 

강원재 ㅇㅇ은대학연구소장은 “‘당신들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역할이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한 분야를 오래 연구해온 분들이 오래 머물면서 새로운 일과 기술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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