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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창작 뮤지컬 <만덕> 연출자 김덕남 씨. ⓒ제주의소리
[인터뷰] 제주시 창작 뮤지컬 <만덕> 연출자 김덕남 "금기 깬 인물 각인하는 계기 됐으면"

26~28일 공연하는 제주시 창작 뮤지컬 <만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배부한 초대교환권이 순식간에 매진될 만큼 높은 관심을 불러 모으는 가운데, 제작진은 제주아트센터에서 본격적인 마무리 작업 중이다.

22일 만난 김덕남(66) 감독의 얼굴에는 말 그대로 피곤함이 뚝뚝 묻어났다. 한층 선명해진 쌍꺼풀에 눈 밑 주름은 깊게 내려앉아, 인터뷰 내내 눈이 감길 듯 말 듯 한 느낌이었다. “어느 (뮤지컬) 작품이나 작업과정에서 무대가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유독 그것이 심하다”며 “무대 구상을 계속 고민하다보면 어느새 새벽 4시가 돼 있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23년 간 현대극장에 몸담으며 한국 뮤지컬 1세대 연출가로서 다양한 작품을 섭렵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뮤지컬단장을 역임했다. <장보고의 꿈>,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마의 태자> 등 그의 손을 거친 작품 만해도 상당하다. 

연극판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이지만 “<만덕>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나만 해도 10명이 넘는 지인들이 공연을 보러 다른 지역에서 온다고 한다. 격려와 기대가 무겁게 느껴진다”고 부담감을 내비쳤다.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이순신, 안중근처럼 콘텐츠로 제작된 대표적인 역사 속 인물들은 대부분 극적으로 활용할 뚜렷한 정서나 결과가 잘 드러난다”며 “그러나 김만덕이란 인물은 저도 그랬고 많은 이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 앞선 인물과 비교하면 비교적 확실함도 부족하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1739년 3남매 가운데 외딸로 태어난 김만덕은 제주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극심한 흉년 속에 사재를 털어 도민들을 구제한 공으로 조선왕실로부터 벼슬까지 받았다. 74세까지 장수한 훌륭한 인생과는 별도로, 그동안 TV 드라마나 각종 매체에서 다뤄온 성과는 썩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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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덕>의 주연배우 문희경(김만덕 역), 남경주(대행수 역). 제공=미소컴퍼니.

김 감독은 “<만덕>을 통해 김만덕이란 인물의 이해도를 높이고 싶다. 금기를 깨고 꿈을 이룬 인물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연출가로서의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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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창작 뮤지컬 <만덕> 연출자 김덕남 씨. ⓒ제주의소리
극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은 어떻게 보완할지 묻자, 최악의 기근과 김만덕의 등장을 대비시키는데 집중한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는 “식량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아이까지 내버리는 끔찍한 현실을 어떻게 무대에서 펼쳐 보일 건지, 그런 제주가 만덕에 의해 살아나는 장면을 클라이맥스(climax)로 잡고 있다. 만덕이 나눔을 구현하는 장면을 감동적으로 만들고 싶어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역사적인 인물의 삶을 재조명 하는 작업은 그 인물에 대해 깊이 알고 애정을 가지게 하는 작업이다. 작품 연출자로서 무대적인 완성도와 작품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은 <만덕>이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 브랜드가 되길 바랄 것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무대를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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