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8. 붉은겨우살이
(Viscum album f. rubroaurantiacum [Makino] Ohwi) -겨우살이과-

겨울의 끝자락에서 오늘은 우리네 인생을 닮은 식물인 붉은겨우살이를 만나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세 들어 사는 임차 가구가 835만 가구나 된다고 합니다. 반기생식물인 붉은겨우살이도 겨울에 존재감을 자랑하며 나무에 세 들어 살아가는 식물입니다. 그러나 세 들어 살면서도 세를 내지 않아 나무의 얌체족으로 알려져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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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과의 종족 번식은 가장 흔한 까치나 비둘기, 여러 산새들이 열매를 먹고 배설하면서 이루집니다. 이 겨우살이 열매의 종자와 과육은 소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나무에 배설되기 때문에 남의 나무에 세 들어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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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겨우살이라는 이름은 겨우살이와 닮아 있고 보시는 것처럼 겨울에 붉은 열매를 달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겨우살이라는 이름은 겨울에도 푸르고 싱싱하게 살아 있다며 '겨울+살이'에서 왔다고 하는 설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나무에 붙어 겨우겨우 살아 간다는 모습에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세상살이가 힘든 요즘 우리네 인생을 닮은 식물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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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과의 식물들은 '흡기'라는 빨대 모양의 뿌리를 내려 나무에 세들어 살면서 그 영양분을 먹고 살아간답니다.

겨우살이는 반기생식물로 전세계적으로 30속, 1500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는 5종이 분포하는데, 이 겨우살이를 비롯해 꼬리겨우살이, 동백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붉은겨우살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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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한 과육의 점액질이 마른 나무가지에 붙어 겨울을 보내면서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립니다.

나무에 뿌리를 박고 흡기(吸器)라는 기관을 통해 물이나 영양분을 공급받아 겨울에 열매가 달린다고 해서 '겨울살이'라고도 불립니다. 겨우살이와 붉은겨우살이가 함께 이웃해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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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열매가 인상적인 이 붉은겨우살이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데, 특히 한라산 등반을 하다 보면 겨울철 높은 나무에 마치 까치집을 지은 것처럼 붙어 있는 붉은겨우살이를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많은 개체수가 나무에 세 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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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걸려 있는 붉은겨우살이들이 눈이 내려 영롱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새들이 배불리 먹고 다른 나무에 앉아 실례을 하면 육질의 일부와 씨앗은 그대로 배설이 되고 그 배설물이 접착제처럼 마르면서 단단하게 가지에 붙어 자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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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지에 붙은 어린 붉은겨우살이들은 알맞은 환경이 되면 싹이 트고 뿌리가 돋아나면서 나무의 껍질을 뚫고 수분과 필요 영양분을 얻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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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하나에 가득 붉은겨살이가 눈이 내려 무거운 짐까지 지고 살아갑니다. 성판악으로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많은 무리의 겨우살이와 이 붉은겨우살이를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개체수가 많이 늘어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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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겨우살이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겨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환경에서 결코 겨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열심히 살아가는 식물입니다. 신세를 한탄하면서 겨우 살아가기보다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지혜를 붉은겨우살이가 주고 있습니다.

겨우살이 종류들의 꽃말이 인내심을 더한 '강한 인내심'이라고 합니다. <제주의소리> 독자님들 가정에 힘든 세상에 강한 인내심으로 힘내시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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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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