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이었다. 집에서 3㎞ 떨어진 외가까지 경운기를 타고 제사 먹으러 다니던 때가 지금도 생각난다. 입대를 앞두고는 과수원에서 일하며 경운기 운전을 혼자 배웠다. 느리지만 만능에다가 나에겐 추억이 서린 경운기다. 하지만, 경찰 입문 후 경운기로 인한 사고현장을 접할 때마다 섬짓한 기분은 늘 나를 짓눌렀다. 대형사고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경운기로 인한 인사사고는 모두 18건으로 그 중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년 대비 사망사고가 3건이나 증가했다. 필자도 경운기에 의한 사고를 여러 차례 경험할 정도였다. 도로 양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운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순간도 몇 번 있었고, 암흑 속 전방에 있는 경운기를 발견치 못해 가까스로 급정거한 적도 있다. 또, 1차로 운행 중 2차로에서 갑자기 좌회전을 트는 바람에 심장이 멎을 뻔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두 번씩 있을 것이다.

이에 경찰은 경운기 교통사고예방을 위한 홍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각 마을마다 CD 앰프방송 및 육성 홍보방송을 틈 날 때마다 실시하고 있다. 112순찰 중 경로당을 방문해 서한문 등 전단지 배부와 함께 사고예방 교육을 수시로 펼치고 있다. 가시적인 교통사고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음도 물론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경운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또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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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홍일. ⓒ제주의소리
첫째, 야간운행은 가급적 삼가고 야광반사지나 태양열 경광등을 적재함 뒤편과 양 측면 모두 부착해야 한다. 둘째, 도로 하위차선으로 운행하고 차로를 바꾸거나 회전할 때 진행방향을 꼭 확인해야 한다. 셋째, 옆에 사람을 태우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발을 운전대에 걸치는 행위는 절대 금해야 한다. 이 모두가 대형사고의 요인이다. 안전수칙을 지키면 그만큼 사고가 감소하기 마련이다. 열린 마음 한 뜻으로 적극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제주서부경찰서 한경파출소 고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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