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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설날로 불리는 춘절을 앞두고 제주에서 짝퉁조기로 불리는 '부세'가 비싼 값에 중국에 판매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장] 중국인들 황금고기로 칭하며 제수음식 사용...짝퉁 조기지만 마리당 수십만원 거래

설 연휴를 앞둔 제주시 한림읍 한림수협에 중국인 상인들이 수첩과 볼펜을 들고 위판장 곳곳을 누볐다. 벽에 걸린 시계가 새벽 6시를 넘기자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졌다.

운동화를 싣고 고기가 담긴 나무상자 위를 요리조리 휘젓고 다녔다.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매서운 눈빛으로 물건들을 보더니 수첩에 숫자들을 써내려갔다.

“저 사람들 중국 출신 상인들이야. 4~5팀이 상주하면 수량을 확인하고 원하는 가격을 정하는 거지. 그걸 중매인에게 건네면 대신 매매를 해주는 거야. 황금 부세. 없어서 못팔지”

중국 춘절을 앞두고 금빛 생선 부세가 높은 가격에 팔려나가면서 설 연휴를 앞둔 제주 어민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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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춘절을 앞두고 제주 한림수협에서 부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상인들이 직접 찾아 한마리당 수십만원을 주고 부세를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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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춘절을 앞두고 제주 한림수협에서 부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상인들이 직접 찾아 한마리당 수십만원을 주고 부세를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설을 앞둔 이날 하루에만 중국 상인들이 중매인을 통해 부세 510상자 7.8t을 사들였다. 순식간에 매매가 이뤄지면서 어민들은 2억7330만원의 매출을 거둬들었다.

지난해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와 어획량 감소로 부세 판매가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춘절(2월16일)을 앞두고 상인들이 몰리면서 위판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춘절은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이다.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이 음력 정월 초하룻날이다. 이 날 밤이 되면 중국인들은 집집마다 가족이 둘러 앉아 만두를 만들며 밤을 지새운다.

일부지역은 춘절에 황금빛을 띄는 부세를 제수 음식으로 올리며 행운이 따른다고 믿어 이 기간 부세값이 치솟는다. 한해 행운을 기원하며 주변인에게 선물을 하기도 한다.

제주의 경우 마라도 남부 해역에서 유자망 어선이 부세를 주로 잡는다. 많게는 하루 700마리를 잡아 부세만으로 한번에 수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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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상인이 춘절을 앞두고 부세를 매입하기 위해 한림수협을 찾아 물량과 상태를 파악하며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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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상인이 춘절을 앞두고 부세를 매입하기 위해 한림수협을 찾아 물량과 상태를 파악하며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과거에는 짝퉁 조기로 불리며 한 상자에 20~30만원에 거래되는 푸대접을 받았다. 반면 지금은 비닐로 포장하고 1마리당 그램(g)수까지 표기하는 등 일반 고기와 대접자체가 다르다.

참조기와 부세는 농어목 민어과로 같은 어종이다. 참조기는 성체가 작고 체고도 좁지만 부세의 훨씬 크다. 참조기 머리는 약간 굴곡지지만 부세는 둥그스름한 유선형이다.

이날 위판에서는 1.2kg 짜리 부세도 등장해 중국인 상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월에도 1kg급 최상품 부세 2마리 1상자가 9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2016년 1월에는 8마리 한 상자가 810만원에 판매돼 한마리당 91만원에 판매된 적이 있다. 그 시가 추자도의 한 어선은 10마리 한 상자를 1320만원에 판매해 기록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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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설날로 불리는 춘절을 앞두고 제주에서 짝퉁조기로 불리는 '부세'가 비싼 값에 중국에 판매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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