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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식의 제주 걷기]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운동 '걷기'..."자연 속으로 뛰쳐 나오라"

올 겨울 제주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제주의 들녘은 곳곳에 하얀 눈으로 덮여있고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추우면 활동량이 적어지고 밖으로 나오는 것도 힘들게 느껴진다. 

아직 계절은 겨울이지만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우리들 맘속의 ‘겨울’만이라도 먼저 벗어 던져 버리는 것은 어떨까?

최근 도시 생활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시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여유와 자연이 주는 힘은 도시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준다. 걷기, 달리기, 캠핑 등 아웃도어 스포츠를 통해 마음과 몸의 건강을 찾으며 자연 속에서 ‘힐링’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제주는 올레길 걷기, 오름 트레킹, 한라산 등반, 승마체험,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 푸른 바다에서 즐기는 윈드서핑, 산과 들, 바다까지...자연 전체가 ‘아웃도어 천국’이 된다. 아웃도어 활동은 여러가지 장비 준비와 교육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들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와 ‘달리기’이다.

먼저 ‘걷기(walking)’는 운동을 위한 특별한 장비 구입이나 경제적인 투자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유산소 운동이다. 

걷기는 동네 산책에서 부터 시작해 올레길 트레킹, 오름 트레킹, 한라산 등반 등 시간과 거리를 고려하면서 운동의 양을 늘려가면 된다. 봄이 되고 따뜻해지면 운동장이나 실내 체육관 보다는 자연속에서 걷고 달리는 게 지루하지 않고 운동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

걷기는 체력 향상을 통한 몸의 변화 뿐만이 아니라 기분을 전환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걷는 동안 걱정, 근심, 불안한 마음을 지워버리고 명상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마음의 평온도 찾을 수 있다. 또 체력의 향상은 자신감 회복과 함께 일상의 행복 그리고 삶의 질의 향상을 높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세우고 규칙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야 운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지만 운동을 하다보면 다칠수도 있기 때문에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운동 전후 스트레칭 등 준비 운동은 필수다. 운동 시작전 근육의 이완을 통해 몸에 열을 발산시키고 유연성을 늘리면 갑작스러운 운동에서 오는 부상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운동이 끝난 후에도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 피로가 빨리 회복된다. 

올레길을 걷고 오름트레킹을 하며 운동의 양을 늘려가면서 조금 더 체력 향상과 새로운 아웃도어 스포츠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트레일 러닝’을 추천한다.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은 일반 도로 위를 달리는 마라톤과는 많이 다르다. 

트레일 러닝은 자연과 함께 하는 운동이다. 트레일 러닝은 포장되지 않은 길이나 산, 오름, 들, 초원지대를 달리는 새로운 아웃도어 스포츠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복잡하고 사람 많은 도시 속이 아닌, 자동차와 매연이 가득한 시끄럽고 탁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맑은 공기와 나무들이 우거진 숲, 시야가 확트인 초원지대를 달리며 그 속에서 도시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내가 달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운동은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춰 시작하면 된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길을 걷고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달리기의 시작이 된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것저것 계획만 세우고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이룰수 없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용기’ 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일반 로드 러닝과 달리 포장되지 않은 트레일에서의 달리기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레일 러닝은 그냥 자연 속에 있는 것이다. 걷고 달리는 동안 자신에게 그리고 발의 움직임과 스텝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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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한가운데에서 에너지를 받으며 새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즐기며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 기록에도 신경쓰지 말고 각자의 체력에 맞게 걷고, 달리며 자기만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된다.

물론 트레일 러닝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러너들에게는 부상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트레일에서의 충분한 연습과 트레일 러닝에 필요한 장비를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트레일 러닝은 평평한 지형이 아닌 돌과 나무 뿌리도 많고, 나뭇가지 등도 달리면서 조심해야 하고, 오르막과 내리막 코스가 있어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트레일러닝화(또는 트레킹화)는 필수품이다.

그리고 안전과 부상 예방을 위해 러닝은 급하게 하기 보다는 준비 운동 후 적응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근력 운동을 같이 하면서 몸 전체에 균형을 맞춘다면 기록을 단축하고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트레일 러닝 경험이 많은 전문가로 부터 ‘업힐(Uphill)’과 ‘다운힐(Downhill)’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우며 코칭을 받는다면 트레일에서의 기록 향상과 함께 안전하고 재미있게 러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트레일 러닝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와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찾아 두발로 직접 달리며 여행하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제주의 자연을 걷고 달리는 것, 그 자체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된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여유’도 중요하다. 우리는 일상에 치이며 여유를 잃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밖으로 나가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 멀리 수평선 너머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여유,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하루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 마음을 비우고 내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간다면, 그 자체로 휴식이 되고 몸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달린다. 건강을 위해, 모험과 도전을 위해. 달리는 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운동도 아니다. 한 발을 앞으로 내밀고 또 다른 발을 내딛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달리면 건강해지고 몸이 변화한다. 그것만으로도 달려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 계절은 겨울이지만 유채꽃이 만발한 노랗게 물든 제주의 봄날을 상상해 본다.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을 걷고, 초록으로 물든 제주의 오름을 달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 상상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 안병식(트레일 러너, 제주트레일러닝 레이스 디렉터)

※ 필자가 추천하는 트레킹, 트레일러닝 코스
사라봉 공원, 수목원, 올레길 트레킹, 오름 트레킹, 샤려니 숲길, 한라산 둘레길, 한라생태숲, 절물 휴양림, 교래리 자연 휴양림, 가시리 갑마장길, 한남리 머체왓 숲 

# 트레일 러너 안병식은?

▲ 안병식 제주트레일러닝 레이스 디렉터. ⓒ제주의소리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출신인 안병식(45)씨는 제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오지마라토너이자 트레일러닝대회 디렉터다. 2001년 제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다 우연한 기회로 달리기에 빠져 세계 곳곳의 울트라 트레일러닝대회에 참가해왔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고비사막마라톤과 북극점마라톤에서 우승을 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하루 평균 70km씩 한 달 동안 2350km 를 달려 프랑스와 독일을 횡단하기도 했다. 세계 20여 개국에서 두발로 1만km 이상의 거리를 달렸으며, 2011년부터 고향에서 국제트레일러닝대회( www.trjeju.com )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막에서 북극까지 나는 달린다》(한겨레 출판)가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제주의소리>가 개최한 ‘기부와 나눔의 대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의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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