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9. 용담3동 다끄내·어영 용출수
용담3동은 정드르, 다끄네, 어영 등이 마을로 형성되어 있다. 수근동을 다끄내라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손수 바위를 깎고 돌을 쌓아 포구를 만들었다(닦았다)하여 닦은개, 포구를 중심으로 이룬 마을이라 해서 다끄내라고 했다. 어영동은 세찬 바람에 바닷물이 험한 물결로 환해풍파(온갖 험한 일)되므로 환해동이라 했다. 용담3동의 용출수는 용담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바닷가에서 다끄내물과 어영물을 만날 수 있다.
수근동은 제주공항으로 인해 사라진 마을로 이곳에 지금은 다끄내물(수근천)만 남아 옛 마을을 지키고 있다. 다끄내물은 용담레저스포츠공원 앞 닦은개(다끈개)에 있는 수근동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한 용출수다. 용출수 입구에 있는 수근동유적비에는 "우리들은 이제 생활의 보금자리를 각각 사방으로 옮겼으나 어버이의 삶의 터전이었던 고향땅을 후손에게까지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양원수가 흘렀던 물동산에 애향의 동산을 만들고....(중략) 망향의 그리움을 달래고 아울러 언젠가는 이 향토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면서 이곳에 유적비를 세운다"라고 적고 있다.
이 용출수는 《증보탐라지》에서 “제주읍 용담리 수근동에 있는데 조류와 서로 통하여 그 맛이 조금 짜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예부터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산물은 2군데서 솟아나기 때문에 비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양원수(兩源水)라고도 한다. 지금의 형태는 1935년부터 1936년까지 2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이 산물로 인해서 이 일대를 물동산이라 부른다.
다끄네물은 두 군데서 솟고 있다. 세 구역으로 나눠 보면 산물 입구에서부터 첫 번째는 식수통으로, 두 번째는 목욕용으로, 그리고 넓고 길게 만든 세 번째 구역은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는 ‘여름철 얼음처럼 차가운 용천수 다끄네물’이라 써 있다. 남성전용으로 소에게 물을 먹이던 곳도 있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여름철 얼음처럼 차가운 다끄네물로 만든 냉국을 맛이 최고라고도 자랑하다.
그런데 식수통이 있는 산물의 구조로 볼 때 여성 전용에 적합해 보인다는 생각이다. 남성 전용이라 쓴 것은 수도가 보급된 후 남자들이 목욕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산물은 2012년에 재 개수하였는데 그전에 비해 돌담 모습이 많이 달라져 옛 맛이 반감된 느낌이다. 그리고 산물과 어울리지 않는 물레방아와 족욕시설 등을 만들어 놓고선 관리도 소흘하여 흉물처럼 방치돼 있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는 판단까지 든다.
수근동 서쪽에는 환해동이라는 어영동네가 있다. 이 마을의 식수는 어영물로 동물과 섯물이 있다. 섯물은 여자 전용의 물로 서쪽에 있는 어영물이란 뜻이다. 이 산물은 바다밭인 섯물원에서 용출하는 물로 용담해안도로에 있는 산물 중 옛 그대로 가장 잘 보전되어 있던 산물이었다. 최근에 개수하면서 옛 모습은 완전히 무시한 채 성처럼 쌓아 버렸다. 그래서인지 물도 예전만 못하고 새로 만든 그 자체가 흉물처럼 느껴져 위압감만 준다.
원래 이 산물은 정사각형의 한 개의 식수통과 약간 굽은 직사각형의 빨래터로 만들어져 있다. 식수를 뜨기 편하도록 통 앞까지 층계인 계단을 쌓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물통도 돌담도 정체불명이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개인적으로 화가 난다. 그 옛날 용출수를 축조할 때 왕석을 움직이는 건설중장비가 있었는지, 이 산물의 개수를 주도한 사람에게 묻고 싶다. 산물은 설촌의 유적이다. 유적은 볼품없고 보잘 것 없어도 있는 그대로 보존되야 한다. 이건 초등학생도 안다. 무식하고 몰지각한 행위를 이 용출수에서 본다. 다시 원상태로 복구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섯물에서 동쪽으로 50미터 거리에 동물이 있는데. 이 용출수는 남자전용의 목욕탕이다. 이 물은 물통을 중심으로 한라산 쪽으로만 돌담을 쌓아 사생활 보호가 되도록 했다. 이 용출수는 폭 2미터, 깊이 1.5미터 정도의 원형의 움푹 페인 바위통에서 물이 솟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데크식 어영전망대를 이 산물 위에 만들어 버려 데크의 철 기둥이 쇠말뚝처럼 산물을 찌르고 있다. 전망대 밑에는 동물로 가는 길이 남아 있지만 테크를 받친 기초철재들로 길이 단절되어 있어 안타깝다. 전만대를 만들 때 바다뿐만 아니라 산물도 체험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근시안적으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시설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도 최소한의 산물에 대한 배려를 해 주면 안 될까하고 묻고 싶다.
이런 산물을 보면서 느낀점이 있다
제주의 용출수에 대해 제주를 만든 설촌의 역사며 생명수라고 말하면서, 한편에서는 우리 스스로 산물의 존재가치를 파괴하는 일을 자행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렇게 하도록 방치한 제주도, 제주시는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여 다시 원상복구 해 놓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