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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동홍동에 위치한 도시형 생활주택. ⓒ제주의소리
서귀포 도시형 생활주택 '쓰리룸' 편법 변경, 市 "문제 없다"...지역 단체장들 탄원 제출

서민과 1~2인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과 관련, 제주지역에서 법망을 피한 '편법 구조 변경' 사례가 논란을 낳고 있다. 준공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분양 신청이 상당부분 진행된 터라 추후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서귀포시 동홍동에 위치한 모 도시형 생활주택. 단일 건물로는 제주 최대 규모의 주거복합단지라는 광고를 앞세워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건축물은 1층부터 3층까지는 오피스텔 103실, 4층부터 10층까지는 원룸형 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 299세대 등 총 402세대로 구성됐다. 현재 공사가 마무리단계다.

문제는 '원룸형 아파트'로 허가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공간을 2개까지만 분리할 수 있음에도 시행사가 3개로 나눈 '쓰리룸' 분양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1~2인가구를 타깃으로 한 만큼 도시형 생활주택은 건축법상 전용면적 30㎡이상일 경우 방을 2개까지 밖에 분리할 수 없다. 한 쪽은 거실, 한 쪽은 침실로 사용하는 식이다. 주차공간 확보 기준을 세대당 0.2~0.5대로 완화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러나, 복수의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게재된 광고글을 살펴보면 해당 건축물이 원룸과 1.5룸, 쓰리룸 등의 타입으로 나뉘어져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룸과 1.5룸은 129세대, 쓰리룸은 170세대가 공급된다는 안내를 곁들였다.

벽면 대신 붙박이장 모양의 시설물을 설치해 공간을 나눴다. 홍보물의 평면도를 살펴보면 내벽이 있어야 할 경계 지점에 시설물이 설치돼 있고, 나뉘어진 양 측 공간에는 각각의 문이 만들어졌다. 사실상 편법으로 공간을 나눈 셈이다.

결국 준공 허가를 받을 때는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 허가가 난 후에 설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모델하우스에는 투 룸 형식의 모델만 나와 있었지만, "기본계약 후 옵션에 따라 붙박이장으로 방을 둘로 나눠쓸 수 있다"는 안내가 이뤄지고 있었다.

준공 허가가 떨어진 후 시공이 이뤄지면 입주자가 책임을 지게된다. 이미 다수의 분양 신청이 이뤄진 상태여서 향후 입주자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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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동홍동에 위치한 도시형 생활주택 홍보물. 방 2개 거실 1개 등 '쓰리룸'으로 소개된 가운데, 방과 방 사이가 가구로 막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 서귀포시 "문제 없다" 면서도 "가구로 공간 분리시 제재 근거 없어"

허가 기관인 서귀포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불법 시공이 이뤄진다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서귀포시 담당부서 관계자는 "이미 시행사와 시공사 등에 수 차례에 걸쳐 불법 시공 문제가 있을 경우 준공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점을 통보했다. 특별히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어서 이 부분에 철저를 기할 것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단, 방 중앙에 놓인 구조물을 단순 '가구'로 분류할 경우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구라는 것은 얼마든지 옮겨다닐 수 있는 것 아니냐. 가구를 설치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쪽 공간에 문 2개가 달리는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서도 "문이 2개 달렸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지 않나. 다용도실 등의 편의성을 위해 문 2개를 달아놓는 사례도 많다"며 석연치 않은 답변을 내놓았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면서 공사가 진행중"이라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 교통난-주차난 '불 보듯'...화재 대응도 제한적

그러나, '편법' 구조로 인해 지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 기준이 최대 0.5대에 불과해 일대 주차난과 교통난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299세대가 들어서는 이 주택의 경우 확보된 주차면은 137대다.

주차면에 수용되지 못하는 차량들은 인근 이면도로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 도심권에 위치한 이 지역은 가뜩이나 주차난이 심각한 곳이다.

특히 주택과 바로 마주보고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안전도 우려되고 있다. 건물의 규모에 비해 진입로가 좁아 진입로와 이어지는 도로의 교통량이 많아지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입로가 130도 가량 휘어져 있어 우회전 진입 시 시야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시 되고 있다. 

건물 내부와 이어지는 유일한 진입로가 필로티 구조여서 차고는 3m로 제한돼 있다. 일반적인 소방펌프카가 2.85m, 물탱크차가 3.3m, 고가사다리차가 3.85m인 점을 감안하면 화재 발생 시 대응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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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동홍동 소재 도시형 생활주택 진입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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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동홍동에 위치한 모 도시형 생활주택. ⓒ제주의소리
◇ "공사 중단하고 설계변경해야" 주민들 탄원서 제출

문제가 불거지자 지역 주민들은 해당 주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동대응에 나섰다. 

먼저 지역단체장 3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출했다. 이 탄원에는 인근 초등학교 교장을 비롯해 동문회장, 운영위원장, 학부모회장 등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했다. 마을 차원에서도 마을회장, 통장협의회장, 재향군인회장, 부녀회장, 지역방재단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주민들은 탄원서를 통해 "해당 건물의 차량 진출입구가 초등학교 학생·유치원생들의 등하교와 이동시 주로 사용되는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와 근접해 있어 위험하다. 특히 건축 부지의 필로티 공간으로 인해 우회전 시 시야의 사각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허가를 받아 비현실적인 주차대수로 법 적용 혜택을 받았다"며 "이대로 지어졌을 경우 주차문제는 주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주변에 늘어나는 아파트로 인해 교통량은 증가하고 있으며 인근 마트의 진출입 차량도 이용하고 있어 교통체증과 학교주변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공사를 중단하고,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반영해 설계변경을 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건축주, 설계자, 시공사, 입주예정자 등 공사와 관련된 이해 당사자를 비롯해 학교 관계자, 인근주민 단체장 등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각종 편법이 만연한 도시형생활주택의 제도적 재검토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청원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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