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또래 여고생 감금·폭행 고소장 접수...피해 학생 이사-전학, 가해자 부모 "죄송할 따름" 

제주에서 여학생들이 말다툼을 벌인 끝에 또래 여고생을 자취방에 가둬놓고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 여학생은 보복이 두려워 이사를 하고, 등교도 하지 못한 채 전학 수속을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제주도내 모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A양이 또래 여학생들로부터 감금·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이 지난 2일 접수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가해 여학생 B양과 C양 등 2명은 자신의 자취방에서 A양의 안면부위 등을 가격하고 머리채를 휘어잡아 내던지는 등 5시간 가까이 가둬놓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이 과정에서 B양과 스피커 폰으로 통화하던 D양으로부터 욕설과 함께 '조건만남을 시키겠다'는 협박까지 들어야 했고, 현재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폭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판단돼 고소장과 함께 제출된 진단서 등을 토대로 수사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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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행 사건으로 인해 시퍼렇게 멍이 든 A양의 귀와 잡아뜯긴 머리카락. 얼굴 부위도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지만, A양 측은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했다. ⓒ제주의소리
◇ "말 듣지 않는다" 무릎 꿇려 폭행...귀 멍들고 머리카락 뽑혀

<제주의소리>는 피해 학생인 A양의 어머니를 만나 보다 자세한 경위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1월28일 B양의 자취방이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들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B양의 자취방에서 어울리고 있었는데, A양이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B양과 C양으로부터 폭행이 시작됐다.

한 살 위인 B양은 자취방의 문을 잠가놓고 A양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 '대답을 빨리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A양의 무릎을 꿇게하고 폭행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사건 직후에 찍어둔 사진을 보면 A양의 귀 등 얼굴 일부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머리카락이 뽑혀 군데군데 파여있는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B양의 친구인 D양은 폭행 당시 휴대폰 통화로 'A의 지갑의 돈을 확인해라', '조건만남(성매매)을 시킬테니 내일 아침까지 잡아두라'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어머니는 "사건 당시 개인적인 일 때문에 육지에 나가있었는데, 딸에게서 새벽 2시에 '친구들 때문에 죽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5시에는 '집에 가고 싶은데 언니에게 맞고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아침에 도망나와 집에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바꾸는 일이었다. 평소 집에도 들락거리던 아이들이라 너무 무섭다고 하더라"며 "결국 부랴부랴 이사를 하게 됐고, 현재 학교 전학 수속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폭행을 가한)아이들이 사과는 했지만, 자기들끼리 '어차피 미성년자이고 초범이니 해봤자 보호관찰 처분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더라.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있다는게 참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데, 우리 딸은 아예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정신과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며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딸에게 일어나니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눈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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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당일 새벽 A양에게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 ⓒ제주의소리
◇ 가해 학생母 "딸 가진 부모 입장 백번 이해...사과드린다"

B양의 어머니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끼리 말다툼을 하던 중 벌어진 일인 것 같다. A가 B에게 심한 말을 해서 벌어진 일이긴 했지만 어찌됐든 폭행을 한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라며 "딸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A양 어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B양의 어머니는 "그 일이 있는 후로도 연락을 하고, (A양의 어머니를)직접 찾아가서 뵙자고도 했는데 만나주질 않았다. 꼭 합의를 하자고 찾아간 것은 아니라, 같은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딸이 그 부모에게 똑같이 맞는 한이 있더라도 사과를 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고 했다.

B양의 어머니는 "피해학생 엄마도 답답하겠지만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도 않고, 저희 딸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해 학생인 C양의 어머니는 "A양에게 사과도 했고 할 만큼 했다. 여기에 대해 굳이 대답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와관련, 제주도교육청은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B양에 대해 사회봉사 5일과 특별교육 이수 4시간, C양은 학교봉사 5일에 특별교육 이수 4시간, D양은 폭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별교육 이수 4시간의 조치를 각각 내렸다. 또 피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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