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제주도 문예회관은 제주4.3을 알리는 다양한 예술로 가득 채워진다. 바로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준비한 ‘2018 4.3 70주년 기념 문화예술대전’이다. 해마다 4.3을 알리고 기억하기 위한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지만, 올해는 70주년이란 중요한 의미에 맞게 보다 각별한 준비가 더해졌다. <제주의소리>는 4.3 문화예술대전 주요 행사를 다섯 번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70주년 4.3 문화예술대전] (2) 4.3 70주년 기념 전야제 ‘기억 속에 피는 평화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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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전야제는 나름 사연(?)이 있는 행사다. 1994년부터 4.3 추모 예술 행사를 시작한 제주민예총 중심으로 한동안 치러졌지만, 2008년 제주4.3평화재단이 생기면서 2014년부터 별도의 전야제가 만들어졌다. 하나의 4.3에 두 개의 전야제가 생겨버린 셈이다. 더구나 재단 전야제는 4.3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곡, 대중가수들이 무대에 서면서 ‘콘서트장’이냐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런 불편한 동거가 4.3 7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 정리됐다. 처음처럼 민간에서 진행한다. 특히 올해 4.3 전야제는 이런 과거를 밑거름 삼아 전혀 다른 모습으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그간 음악 공연에 치우쳤던 성격에서 탈피해 복합 문화 행사로 진화될 전망이다.

4.3 70주년 전야제는 4월 2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외부 앞마당에서 열린다. 부제 ‘기억 속에 피는 평화의 꽃’은 공동의 기억, 아픔의 역사를 함께 하는 전야제로서 세대 간 기억의 전승, 대내외 평화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 진행과 세부 구성을 보면 달라진 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혼비무용단의 식전 공연 <진혼무>를 시작으로 제6회 4.3평화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정찬일 씨의 시낭송, (사)전통예술공연개발원 마로의 오프닝 공연 <넋을 달래다>로 분위기를 정리한다. 

다음으로 제주4.3 70주년 경과보고가 있고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 공연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이어진다.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박보와 정태춘의 초청 공연과 무용가 김한결·강세운의 70주년 기원무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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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부터는 제주, 일본 오키나와, 대만 3국을 대표한 인사들이 동아시아 평화메시지를 선포한다. 제주에서는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현기영 작가가 참여하고 4.3 일본인 모임 ‘한라산회’ 유타카 우미세토 회장, 대만2.28사건 기념기금회 쉐화위안 이사장(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문학대학장)도 함께 한다.

이어 소설 《순이삼촌》으로 4.3을 세상에 알린 현기영 작가는 70주년 평화 선언문을 낭독한다. 제주를 대표하는 성악가 소프라노 강혜명과 4.3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 시민합창단이 함께하는 가슴 뭉클한 무대가 준비돼 있다. 

행사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건 현장 참가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세레모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등장한 바 있는 LED조명을 활용해 다함께 거대한 동백꽃을 만든다. 동아시아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평화를 추구하는 분명한 메시지, 복합 예술, 관객 참여, 기술력이 어우러진 새로운 전야제를 그리게 한다.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4.3 70주년 전야제 총연출자로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을 만든 문화기획자 김명수 이다 대표를 낙점했다.

김 대표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4.3을 기억하고 70주년이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4.3 전야제가 지닌 고정관념을 탈피하는데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 전야제 전체가 흡사 하나의 연극이라고 보면 된다”며 “나뿐만 아니라 회사(이다)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전야제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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