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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70주년 네트워크 프로젝트 <잠들지 않는 남도>가 3월 31일부터 4월 29일까지 서울열린다. 이번 전시는 공간41, 대안공간 루프, 성북문화재단(성북예술창작터, 성북예술가압장), 이한열기념관, d/p에서 동시 진행한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예술공간 6곳서 4.3 미술 전시

서울지역 예술 공간 6곳에서 제주4.3을 소개하는 미술 전시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도립미술관이 주최·주관하고 행정안정부가 후원하는 4.3 70주년 네트워크 프로젝트 <잠들지 않는 남도>가 3월 31일부터 4월 2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4.3 미술을 서울에서 소개하는 자리로 공간41, 대안공간 루프, 성북문화재단(성북예술창작터, 성북예술가압장), 이한열기념관, d/p에서 동시 진행한다.

서울에 있는 예술공간들은 기념사업위원회, 도립미술관의 도움을 받아 4.3 미술 작품들을 각자 선택·재구성해 전시했다. 주제는 ▲잃어버린 말(장소: 공간41) ▲1948, 27719, 1457, 14028, 20189(대안공간 루프), ▲너븐숭이 유령(성북문화재단) ▲바람 불어 설운(이한열기념관) ▲경계에 선 것들(d/p)로 정했다.

1999년 홍익대학교 인근에 자리하며 국내 대안공간 1세대로 평가받는 대안공간 루프는 강문석, 강정효, 고길천, 김영화, 김영훈, 유비호, 성창학, 정용성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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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입구.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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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호의 영상 <나의 뫼르소>.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대안공간 루프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지게를 지고 터벅터벅 산을 오르는 모습이 반복되는 유비호의 영상 <나의 뫼르소>(2015)가 관객을 맞이한다. 끝 없는 산행을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정용성의 한국화 <멜젓처럼>(2008)이 가장 눈에 띄게 한쪽 벽 전체를 차지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작품은 제목처럼 마치 멸치 젓갈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한 걸음 다가가면 4.3 당시 희생당한 무수한 시체들이 쌓이고 쌓여 짓눌렸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수한 작은 못이 뭉쳐 대형 못을 만들어내는 강문석의 <못 철>(2015), 제주석 돌멩이로 사람 상체를 만든 성창학의 <삼춘 돌>(2015)은 단번에 강렬한 인상을 준다. 다량의 작은 돌멩이로 제주 섬 모양을 만들어 그 위에 투박한 표정의 제주사람 모형을 세운 김영훈의 <군중>(2002)은 섬 전체가 4.3 학살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닥과 천장을 굵은 무채색 천으로 연결한 김영화의 <얽히다>(2017~2018)은 4.3을 겪으며 살아남은 이들의 생명력을 떠올리게 한다.

고길천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아무도 모르게 해라, 그래야 후식을 줄 거 아냐>(1999)는 4.3 당시 사용됐던 철모, 소총, 삽 같은 도구와 미국과 제주섬을 결합한 로고를 옛 브라운관 TV에 띄운다. 소리로는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황야의 무법자> 주제곡을 사용하면서, 4.3에 영향을 끼친 냉전시대 미국의 제국주의를 풍자한다.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는 전시 소개에서 “제주 4.3은 광주5.18민주화운동보다 30년 이상 이전 사건이지만, 그 실체와 의미에 대한 역사적 정리는 현재적 긴장과 감정적 상태에 머물고 있는 셈”이라며 “루프의 전시는 그런 사실에 기반해 1994년 탐라미술인협회의 출범과 함께 시작한 4.3미술제에서 소개된 예술적 실천을 소개한다. 4.3미술제는 4.3을 매해 환기시키며 희생자 추모를 위한 제의적 성격을 띈다. 이는 4.3을 억압하고 삭제하려는 국가에 저항하는 제주 예술인들의 25년에 걸친 지난하 실천의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루프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문의: 02-3141-1377, www.gallerylo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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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성 작가의 한국화 <멜젓처럼>.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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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창학의 <삼춘 돌>.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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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젓처럼>을 바라보는 성창학의 <삼춘 돌>.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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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사람 모형을 세운 김영훈의 <군중>.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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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사람 모형을 세운 김영훈의 <군중>.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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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한 작은 못이 뭉쳐 대형 못을 만들어내는 강문석의 <못 철>.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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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의 <얽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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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길천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아무도 모르게 해라, 그래야 후식을 줄 거 아냐>.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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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효의 <말없는 증언> 연작.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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