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집단 ‘예담길’은 예술을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 문학인들의 모임입니다. 김광렬(시인), 김대용(번역가), 김병택(시인·비평가), 김석희(소설가·번역가), 김희숙(무용가), 나기철(시인), 문무병(시인·민속학자), 양원홍(시인), 장일홍(극작가·소설가)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예담길이 찾아가는 ‘제주도내 맛집’을 월 1~2회 연재합니다. 이 맛집 기행은 한 사람이 맛집을 소개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예담길 멤버들이 함께 참여하되 1인이 집필하는 ‘다자참여-대표집필’의 형식으로 쓰여집니다. 이러한 방식은 한 개인의 기호나 취향 등 주관적 판단에 맡기지 않고 여러 사람이 평가에 참여하므로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성·공정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맛집의 주 메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작가집단 예담길의 맛집기행] (2) 한경면 신창리 ‘모살왓가든’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가 두 번째의 맛집 기행 대상으로 삼은 곳은 신창 바닷가에 위치한 ‘모살왓가든’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우리는 좌승호(54) 식당 대표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야기 속에는 듣는 사람의 의식을 아득한 과거로 되돌리게 만든 두 가지 사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는, 식당에서 식재료로 사용하는 싱싱한 우럭들 중에는 주낙으로 잡아온 것과 함께, 가끔은 원담에서 잡아온 것도 섞인다는 사실이었다. 원담이란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뇌리에는 물때에 맞추느라 종종걸음을 치며 원담으로 향하던 ‘삼촌’이 떠올랐다. 지금은 거의 파손되었거나 사라져버렸지만, 유년시절에 보았던 ‘원담’은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을 수 있게 쌓아 만든, 일종의 그물과도 같은 돌담이었다.

돌담을 쌓아 둘러막아 놓으면, 일단 밀물 때에 들어온 고기는 썰물 때에 빠져 나가지 못하고 쌓아놓은 돌담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고기들을 손으로 잡거나, 살을 쏘아 잡거나, 쳐 둔 그물로 잡았다. 원담은 개인 소유가 아니었으므로 원담을 새로 쌓는 일, 파손된 원담을 보수하는 일은 모두 공동 작업이었음을 기억한다.

다른 하나는, 식당 자리가 과거에는 기본식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소금의 생산지, 즉 염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김정(金淨)은 《제주풍토록》에서, 서해처럼 소금밭을 만들 땅이 없고, 동해처럼 소금을 구울 정도로 물이 짜지 않아 제주 바다에서는 소금이 생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이런 주장과는 달리, 제주에도 소금(천일염)을 생산하는 여러 형태의 염전이 존재했다는 실증적인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모살왓가든의 간석염전(갯벌에 만든 염전)을 뜻하는 ‘모살왓’도 그런 점을 드러내기 위한 명칭임은 물론이다. 

이 식당의 메뉴는 우럭매운탕, 갈치구이, 갈치조림, 고등어구이, 고등어조림 등 퍽 다양한데, 내가 특히 관심을 둔 음식은 우럭조림이다. 우럭조림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양파, 대파, 야채, 그리고 양념장을 필수적으로 넣어야 한다. 식당의 모든 요리를 담당하는 이미정(51) 대표는, 이들 중 물엿과 참기름을 넣어 만든 간장이야말로 우럭 살의 부드러운 맛과 국물의 칼칼한 맛을 내는 데에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cats.png
▲ 모살왓가든의 우럭 조림. 제공=김병택. ⓒ제주의소리
12asd.png
▲ 모살왓가든 좌승호 대표의 동생(좌승조)이 우럭을 잡는 모습. 제공=김병택. ⓒ제주의소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별 음식의 맛은 부분적인 맛의 범주를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음식의 진정한 맛은 개별 음식의 맛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적 요소들과의 정교한 조합으로부터 나온다. 이 식당의 음식들에는 그런 맛의 전체성이 담겨 있다.

주소는 제주시 한경면 두신로 21-28(구 한경면 신창리 570-1)이며, 가격은 우럭조림과 우럭매운탕이 공히 2인분 2만원이다(전화: 064-772-3046). 〈대표집필: 김병택〉 

※ 예담길 멤버들의 촌평

•모살왓가든은 해산물 요리의 3대 비결ㅡ자연산·당일바리 양념맛을 모두 갖춘 맛집이다. (장일홍)
•조림은 보글보글 끓는 청각의 맛도 한몫한다. 그 맛은 황홀했으나 완성된 채 접시에 담겨 나온 점이 아쉽다. (김광렬)
•바다에서 낚아온 제철 생선, 그 천연의 맛이 새롭다. 바람 잔 날 다시 찾아가 옥외 식탁에 앉아 한잔하며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 (김석희)
•싱싱, 칼칼, 담백한 맛은 술안주로 제격이다. (김희숙)
•낚시로 끌어 온 살아있는 돌우럭을 만나다. 맛나다. (김대용)
•손으로 잡아 올린 신창리 바다. 생명력이 넘쳐나고 싱싱한 내력이 접시에 오르다. (양원홍)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