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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할망 전문 인터뷰어 정신지, 5년 활동 정리한 《할망은 희망》 발간

‘30대 제주도민 가운데 제주어를 가장 잘 구사하고, 제주노인들과 잘 통하는 인물.’

만약 이런 타이틀이 있다면 정신지(38) 작가를 최고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 ‘제주할망 광신론자’라고 소개하는 정 작가가 최근 5년간 노인들을 만난 기록이 책 《할망은 희망》(가르스연구소)으로 나왔다.  

책 제목 '할망은 희망'은 저자 스스로의 경험을 압축 요약한 것이다.

“삼십 대 초반, 엉성하게 방황하던 나는 제주 할망 하르방을 만나면서 정신 차리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소중한 만남들을 기록한 글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내 초심이 머물던 그 자리에 덩그라니 이야기만 남았다.” - 《할망은 희망》 가운데 일부.
어릴 적부터 남다른 생각과 개성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저자는 일본에서 12년간 지역연구학을 배우고, 2012년 고향 제주로 돌아와 제주 노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할망은 희망》은 무작정 제주를 걸으며 만난 제주할망들의 인생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정리한 일종의 구술사 기록이다. 

특히 책을 읽다보면 노인들이 저자에게 들려줬던 굴곡진 삶의 사연을 만날 수 있다. 거의 모든 제주노인들의 인생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4.3이라는 역사적 비극이 깊숙이 파고들어있다. 독자들은 70년, 혹은 그보다도 더 된 오래된 일들이 왜 ‘미룰 수 없는 현재의 문제’인지를 실감한다. 

출판사는 “저자가 대신 듣고 전해주는, 유난히 쿨하고 가끔은 투박하게 들리기도 하는 제주 어르신들의 인생통찰 명언들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며 “아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지만 저자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삶의 의미, 지역과 역사의 문제에까지 생각이 도달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라고 소개한다. 책 말미엔 제주어 활용법 '아랑조을제주어 Lesson 1'도 실었다.

저자는 “곧 있으면 희미해질 삶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제주할망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마음을 담아 만나고 싶다. 십 년의 숙제가 반은 끝났다. 앞으로도 쭉 걷는 일만 남았다”며 4년 더 할망 인터뷰를 이어가 10년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정신지 작가는 <제주의소리>, <리얼제주 iiin>, <매일경제>, <CBS노컷뉴스 제주>, <KBS제주> 등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니스트 겸 이야기꾼으로 활동해왔다. 현재 프리랜서 필드워커, 인터뷰어, 칼럼니스트, 방송리포터, 풍각쟁이 등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르스연구소, 232쪽, 1만5000원.

정신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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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지 작가(왼쪽). 제공=정신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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