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4000일 기념문화제…평화염원 주민·평화활동가 참여 

구럼비여 일어서라
깨어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라
온몸 묶이고 가두어졌어도 몸을 떨쳐 일어서라
눈물과 한숨 거두고 분노의 결기로 힘차게 일어서라
(김경훈 시인, 「구럼비여 일어서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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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대책위는 28일 해군기지 앞 구럼비 광장에서 4000일 기념 문화제를 열었다.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투쟁이 어느덧 4000일을 맞았다. ‘깨어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라’는 구럼비와 강정마을 주민들을 향한 김경훈 시인의 「구럼비여 일어서라」라는 시는 이날 더욱 울림이 컸다.  

“우리는 구럼비를 잃었지만, 잊은 것은 아니”라는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의 외침도 이날따라 더욱 선명하고 예리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는 28일 반대운동 4000일을 하루 앞두고 제주해군기지 앞 구럼비 광장 등 강정마을 일원에서 ‘강정 해군기지 반대싸움 4000일 기념 문화제’를 열었다.

행사는 생명평화 100배, 길거리 미사, 평화 전시, ‘강정 목시’ 출판기념회, 문화제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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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현 신부가 참여자와 함께 길거리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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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인간 띠잇기 행사에 참여해 강정마을과의 지속적인 연대 의지를 드높였다. 이날 강정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4000일 기념문화제에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도지사 예비후보 중 녹색당 고은영(사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예비후보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오전 7시 생명평화 100배를 시작으로 오전 11시 강정마을에 살고 있는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집전하는 길거리 미사를 통해 강정의 아픔을 공유했다. 참가자들은 미사가 끝나고 ‘인간 띠잇기’ 퍼포먼스를 통해 강정과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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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0일 기념 문화제에 앞서 김경훈 시인의 '강정 木시'의 모습이다.
이어 해군기지 앞 로터리에서 김경훈 시인의 ‘강정 목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강정 목시는 김 시인이 매주 목요일 강정마을을 떠올리며 만든 시를 묶어 ‘목시(木詩)’라고 이름 붙였다. 김 시인은 출판기념 인사에서 “어느 출판 기념회보다 떨리고 눈물이 난다. 시집 서문에 언급했듯, 아직 끝나지 않았고 끝까지 싸우는 도민의 마음과 정성이 담겼다”며 벅찬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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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씨는 해군기지 위병소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또, 문화제 시작 전 민경(38) 씨의 퍼포먼스는 참여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민경 씨는 해군기지 위병소 앞에 공소장을 베고 누워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읽고 노래를 불렀다. 민경 씨는 기자와 만나 “나는 투쟁의 한 조각이다. 겪은 경험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이런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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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균 전 마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행사에 앞서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우리는 싸움을 멈출 수 없다. 결코 제주해군기지가 국가안보에 도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정 주민들이 많이 지쳤지만 도움을 주는 많은 분들과 함께 연대해 예전의 강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도 “우리는 3000일, 10주년 때도 문화제를 열었다. 4000일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이야기할지 고민했다”며 “그리 넓지 않은 섬에서 벌어지는 일임에도 도민들의 관심은 적다. (해군기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을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문화제에서 주민들은 “구럼비에 평화가 오는 날까지 우리의 뿌리를 거두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겠다”며 “우리가 평화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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