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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실습 중 사망한 故 이민호 군의 아버지가 작성한 편지. <사진=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제주지역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안전사고로 사망한 故 이민호 군의 아버지가 자필 편지를 통해 울분을 토해냈다.

故 민호 군의 아버지인 이모 씨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3일 '민호를 보내고 아빠가 세상에 보내는 글'을 보냈다.

편지를 통해 이씨는 "민호가 세상을 떠난지 6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이 사고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힘 없고 돈 없는 부모가 자식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자책과 비관 속에서 '굳이 삶을 계속해야 하는가' 모든걸 내려놓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격정을 토로했다.

특히 이씨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재선 출마 기자회견과 관련 "민호의 사고 이후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교육감은 '민호를 외면한 적이 없다. 서로 합의를 보는 과정'이라고 얘기했다. 민호 장례식장에 찾아온 교육청 관계자들이 추모비를 세우겠다는 말을 먼저 해서 받아들였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올해도 제주도에서 현장실습이 진행될 것이고, 민호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민호의 죽음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 교육청·노동청·공장 할 것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더 이상 확대를 막기 위해 외면하는 모습이 한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민호를 보내고 후회도 많이 했고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는데, 저를 힘들게하는 교육청 임직원 및 교육감, 모든 것을 회피하고 책임 없는 말 만하는 노동부, 남의 일이라고 말 함부로 하는 제3자들을 보며 '내가 왜 이래야 하나, 누구를 위해 이래야 하나' 후회만 들 뿐"이라며 "그냥 모든걸 내려놓고 민호를 보내며 가슴에 손을 얹고 했던 약속을 실행하고 싶을 뿐이다. 그만 하겠다. 이만 끝을 내겠다"고 했다.

한편, 같은날 현장실습공대위는 논평을 내고 "유가족과 대책위 구성원들은 지난 11월 사고이후, 이석문 교육감이 보여준 늑장 사과와 무책임, 재발 방지 의지 부족 때문에 이석문 교육감의 출마 선언문을 말의 성찬으로 본다"며 "'사람이 먼저인 교육', '권위와 관행, 불신의 리더십이 아닌' 등의 출마선언문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유가족과 대책위의 요구사항을 즉각 실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문] 민호를 보내고 아빠가 세상에 보내는 글.


민호가 세상을 떠난지 6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식은 이 세상에 없고 저와 엄마는 일상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 시간이 야속하게 잘만 흘러갑니다.

오늘 이석문 교육감의 재선 출마 기자회견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민호의 사고 이후 왜 교육청이 약속한 추모조형물 등의 부분을 지키지 않고 외면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민호를 외면한 적이 없다. 서로 합의를 보는 과정이다'라고 했다지요. 민호 아버지로서 이석문 교육감에게 부탁합니다. 민호의 이름을 들어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학생들을 위한다며 교육감에 출마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마십시오. 민호를 잊지 않았다면 5개월이 넘도록 시간만 흘러보내지 않았겠죠. 오로지 출마에만 신경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민호 장례식장에서 교육청에서 추모비를 세우겠다는 말을 먼저 해서 받아들였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저와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 분들이 4주기가 지나도록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이유가 제가 버티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사고 이후 행정 관료들은 사건의 조기 수습에만 급급했습니다. 교육청의 재발 방지를 위한 활동도 형식적인 것에 그쳤습니다. 사고 바생의 원인이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고 아무도 처벌받거나 책임진 사람이 없습니다. 현장실습생의 연속된 죽음에 문재인 대통령도 민호의 이름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라고 했지만, 아직도 사건에 대한 어떠한 원인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습생을 보내기 전 현장에 대한 점검 및 안전에 대한 실사를 해야하는데 단 한번도 노동부와 같이 현장을 방문할 생각도 않고 노동부에 협조공문도 보내지 않은 교육청 및 교육감은 직무유기 및 근무태만을 한 것입니다. 표준협약서에는 공장이 이 협약을 지키지 않으면 교육청에서 공장에 제재를 할 수 있는데 교육청은 손 놓고 있고 어떠한 행동이나 제재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자식을 집어삼킨 기계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점검을 잘했고 손을 보면 된다고 두 번 다시 사고 없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계는 안전점검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노동부에서는 공장에 작업 중지를 해제해주면서 아무런 말 없이 해제했고 제가 왜 공장이 가동되느냐는 질문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 가동된 것이니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답변으로 본인들에 역할은 다했다고 합니다. 과연 노동부와 교육청이 원칙대로 했으면 이 사고가 일어났겠느냐고 반문은 안할수가 없고 민호가 학생으로 그 현장에 실습을 나가 실습 중 3번의 사고가 났고 그 사고를 모르고 있었던 교육감도 있습니다. 

이석문 교육감은 왜 법에서 정한 교육청의 관리감독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까. 민호가 첫번째, 아니 두번째 사고로 다쳤을 때라도 규정대로 보고가 잘되고 했으면 조의 아들 민호가 죽었을까요. 규정을 제대로만 했으면 민호는 웃는 얼굴로 엄마와 형과 저와 같이 지내고 있겠죠. 

이번 사고는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교육관료들의 안전불감증이 원인입니다. 교육청 관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저한테 교육청에서 먼저 한 말이 이번 사고로 민호의 추모비를 세울까한다고 하여 '이왕 세울거면 교육청에 세워라, 왜 추모비를 교육청에 세워 교육공무원들이 각성하고 반성하여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뜻이다' 하고 장례식장에서 이석문 교육감에게 말했고 교육감은 약속했습니다.

이석문 교육감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겁니까. 이석문 교육감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구심이 듭니다.

올해도 제주도에서 현장실습이 진행될 것입니다. 민호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가 하고자 하는 것은 민호의 죽음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 교육청·노동청·공장 할 것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더 이상 확대를 막기 위해 외면하는 모습만 보게 되어 저는 모든 공직자들이 한결같이 자기들의 이익에만 신경쓰고 이번 일로 자기들이 피해 입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결국은 이 사고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결론은 힘없고 돈없는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운 부모가 잘못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모든 책임은 엄마아빠한테 있다는 것처럼 자책하고 비관하고 이런 세상에 내가 굳이 삶을 계속해야 하는가, 내가 지금 왜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해야하는가, 나 좋으라고 하는게 아닌데 왜 내가 이래야 하나 하는 모든걸 내려놓고 끝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민호를 보내고 후회도 많이 했고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는데 저를 힘들게하는 교육청 임직원 및 교육감, 모든 것을 회피하고 책임 없는 말만하는 노동부, 남의 일이라고 말 함부로 하는 제3자들, 저 자신 위해 하는 것이 아닌데 내가 왜 이래야 하나 누구를 위해 이래야 하나 후회만 들 뿐 쓰러질 것 같고 그냥 모든걸 내려놓고 민호를 보내며 가슴에 손을 얹고 했던 약속을 실행하고 싶을 뿐입니다.

너무 힘들고 괴롭고 가슴이 다 찢겨져 견디기가 힘드네요. 그만 하겠습니다.

이만 끝을 내겠습니다.

2018년 5월 3일

민호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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