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과수원 곳곳에서 피기 시작한 다섯 꽃잎의 하얀 귤나무 향기가 제주 공기를 상큼하게 한다. 비닐하우스에 있는 커피나무에 다섯 꽃잎의 하얀 커피나무 꽃도 귤나무 꽃과 같이 곱게 피었다. 식물과가 다른 두 종이 나무에 눈이나 가지접을 통해서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가을철 노란 감귤달린 감귤나무에 커피열매가 주렁주렁 달릴 수는 없을까? 
 
제주 산업발전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일찍이 김구 판관이 1234년에 약관 25세 나이로 제주 판관에 부임, 제주에 돌담을 쌓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에는 농민들이나 지주들이 많은 불만을 토로했겠지만 오늘날에는 흑용만리 밭담이 늘 다정한 괸담-괸당으로 우리 이웃이 됐다. 

제주에서 물은 사람의 목숨처럼 귀한 존재다. 그 물이 한라산속 지하수로 숨어있는 것을 약 1960년이 되서야 찾았다. 감귤은 어떤가. 1960년대 서귀포 일대에 대학나무인 귤나무는 서귀포이외 지역에는 재배가 불가능하게 생각했다. 날씨 때문에 온실재배로 생각했다. 지금은 200고지 중산간지역까지 노천재배가 가능하다. 커피나무는 삼양, 남원, 사계 일부지역에서 비닐하우스로 재배하지만 대량 생산에는 어려움이 많다. 과연 제주 6차 산업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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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아야 하는 요즘, 이기종간(Alternative Splicing) 노란 귤에 빨간 커피나무 열매가 함께 달린 모습을 유전자 재조합(DNA Recombinant)으로 볼 수 있을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에서 6차산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에서의 커피생산이라고 예상한다. 다량으로 생산되는 감귤과 같이 커피가 다량으로 출하된다면 제주 감귤-커피 나무 관광의 고장이 될 것이다. 물론,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커피나무는 제주지방의 기후에 적응이 힘들어 커피생산이 힘든 상황이다. 또한, 감귤은 1960년 초기에 서귀포를 중심으로 제주도 일부만이 한국의 유일한 감귤류 생산지로 알려져 있었으나 그동안 많은 시험재배 결과 해발고도 200m이하의 제주 중산간 마을과 남부지방에서 재배되고 있다.

왜 커피-감귤나무인가?

최근 소개된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800년대 후반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한 커피가 200여년만에 우리나라의 주류 음료로 떠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발행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커피류 시장' 보고서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400잔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20대 이상 성인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2014년에 이미 341잔을 기록했고, 2015년 349잔, 2016년에는 400잔이 됐다. 또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1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428잔이다.

바쁜 라이프스타일과 커피에 대한 습관적 소비, 커피전문점의 공간 활용도 증가 등이 커피 소비량 증가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국제커피기구(ICO)에 의하면 세계 커피 소비량 1위 국가는 미국, 2위는 브라질이다. 우리나라는 15위 전후에 올랐다. 커피 소비량 증가로 국내 커피 시장은 여전히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커피 판매 시장 규모는 6조4041억원으로 2014년 4조9022억원에 비해 무려 30.6% 성장했다. 
 
두산백과에서 검색하면 국제커피협회(ICO)는 커피를 생산지와 품종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코페아 아라비카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다. 보통 아라비카 커피(Arabica Coffee)로 부르며 주로 고지대에서 재배되고, 카페인 함량은 1.4% 정도로 낮은 편이다. 재배 조건이 까다로우며 병충해에 취약하지만, 맛과 향이 뛰어나다. 코페아 카네포라는 흔히 로부스타(Robusta)라고 부르며 아프리카 콩고가 원산지이다. 아라비카에 비해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하지만 맛과 향이 떨어져 주로 블랜딩(Blending) 커피나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로 쓰인다. 카페인 함량은 아라비카보다 2배 정도 높다. 커피나무는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사이의 열대 지역에서 생산되며 이 지역을 커피 벨트(Coffee Belt) 또는 커피 존(Coffee Zone)라고 한다. 아라비카(Arabica Coffee)는 까다로운 재배조건을 갖고 있는데 평균 기온은 15~24도 정도가 적합하며, 우기와 건기의 구분이 필요하다. 또한, 유기질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는 화산재 토양, 적당한 햇빛, 800m 이상의 고지대일수록 좋은 제주지역에 알맞다. 반면, 집중호우나 강한 바람은 좋지 않다. 로부스타(Robusta Coffee)는 24~30도 정도의 기온만 유지하면 600m 이하의 웬만한 기후와 토양에서도 경작될 수 있다. 병충해에도 강하여 아라비카보다 재배조건이 덜 까다로운 편이다. 

커피나무를 재배할 때 유의할 점은 가지치기이다. 커피나무는 그대로 두면 10m 이상까지 자라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영양분을 소모하여 빨리 노쇠할 수 있다. 따라서 5~7년 주기로 가지치기를 해야 안정된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다. 1997년~2002년 사이에 커피 공급량의 증가와 가격의 폭락, 수요 정체 때문에 많은 커피를 생산하고자 과도한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하여 환경 파괴가 심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커피 재배 농가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으로 서스테이너블 커피(Sustainable Coffee)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실천방안으로는 유기농커피(Organic Coffee), 셰이딩 커피(Shaded Coffee, 또는 Shade Grown Coffee), 공정무역 커피(Fair Trade Coffee) 등이 있다. 유기농커피는 수질과 토양,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경작하는 커피이다. 멕시코, 콜롬비아 등지의 유기농 커피가 유명하며, 카페인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이딩 커피에서 셰이딩은 커피나무 중간 중간에 다른 나무를 심어 커피나무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셰이딩을 하게 되면 커피 체리(Cherry)의 불량률을 낮춰주며, 잡초 및 해충 발생의 억제, 수분조절, 바람막이 등의 효과가 있다.

감귤은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운향과 감귤나무아과에 속하는 식물 과수이다. 《세종실록》에는 1426년(세종 8) 경상도와 전라도 남해안 지방까지 유자(柚子)·감자(柑子)를 심어 시험 재배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탐라지과수총설(耽羅誌果樹總說)》에는 1526년(중종 21)에 제주목사 이수동(李壽童)이 감귤밭을 지키는 방호소(防護所)를 늘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외에도 많은 문헌에서 감귤의 재배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으나 오늘날 남아 있는 재래종 감귤은 10여 종에 불과하다. 

한국은 세계의 감귤류 재배지 중에서 가장 북부에 있으므로 재배 품종은 1911년 일본에서 도입된 추위에 잘 견디는 귤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1960년 초기에는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 일부만이 한국 유일한 감귤류 생산지로 알려져 왔으나 그 동안 많은 시험재배 결과 최근에는 해발고도 200m 이하의 제주도 일원과 남부지방의 통영·고흥·완도·거제·남해·금산 등지에서도 일부의 감귤류가 재배되고 있다. 

김구 판관이 1234년에 제주돌을 모으고 세워 돌담, 밭담을 창안하듯, 한라산 450m 땅속에서 물을 찾듯,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창의 아이디어를 찾아 산업화 한다면 제주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동종 또는 이기종간 유전자 재조합을 통한 DNA 유전자 혁명을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타 주립대학교의 연구진은 염소의 젖을 내는 유전회로에 거미줄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끼워넣어서 형질전환 염소를 만들었다. 생후 18개월이 되어 염소가 젖을 내기 시작하자, 거미줄이 섞인 젖이 나왔다. 치즈를 만들 듯이 휘저으면 거미줄이 분리된다. 미 국방부는 이런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 미래의 미국 군대에서 ‘스파이더맨’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즉 미래에는 군인들이 케블라보다 훨씬 더 강한 거미줄로 보호복을 입고 다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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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호 교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아야 하는 요즘, 이기종간(Alternative Splicing) 노란 귤에 빨간 커피나무 열매가 함께 달린 모습을 유전자 재조합(DNA Recombinant)으로 볼 수 있을까?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제주대학교, 제주대 등 지역 거점 기관에서 발상을 전환해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이문호 전북대 전자공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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