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12. 설앵초 <Primula modesta var. hannasanensis T.Yamaz.> -앵초과-

식물들이 새잎이 나서 녹색이 되는 신록의 5월 중턱을 넘어섭니다.

날씨가 봄의 기운을 지나 조금씩 더워지고 있는 요즘 한라산에도 많은 식물들의 변화가 있습니다. 오늘은 한라산의 설앵초라는 식물로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께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앵초목 앵초과의 이 설앵초는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로 꽃이 마치 수레바퀴를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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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초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앵두 ‘앵(櫻)’과 풀 ‘초(草)’로 이루어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꽃이 마치 앵두나무꽃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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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잎 뒷면의 은황색 가루가 눈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눈 ‘설(雪)’이 붙여진 이름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앵초 중에 이 설앵초가 가장 작다는 의미에서 '설익다'는 뜻의 설앵초가 되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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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앵초는 해발 높은 곳에서 피기 시작하여 한라산 정상까지 자라는 작은 식물로 해가 잘 드는 습지에서 주로 자랍니다. 무리지어 피기도 하고 바위틈에 홀로 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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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에도 이 설앵초가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진한 분홍색의 꽃을 가지고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식물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흰색의 화색을 가진 설앵초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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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앵초를 노래한 야생화 시인이신 유유님의 시 한 편을 만나 보겠습니다.

설앵초라고 해요
유유

친구라곤 바람밖에 없다네요

할 수 없죠
높은 산에서 태어나
그렇게 살아가야 할
'그런 운명 타고 났으니
그러려니 받아들여야 하지요.

그래도 가끔은
카메라 들고 일부러 찾아주는 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럴 땐 조금은 본래 붉었던 빛이
더욱 빨개지곤 한다네요.

가끔은 두근거려져요

그래서
바람에게 조용히 물어보지요
나 이쁘냐고

한라산 높은 곳에서 살고 있는데
남들이 설앵초라고 불러준다네요.
제주도에서는 해발 고도가 높은 한라산에서 자라는데, 경상도 지역의 고산 지역에서도 설앵초가 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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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앵초의 다름 이름으로는 눈깨풀, 분취란화, 애기눈깨풀로도 불립니다. 설앵초에 관한 독일 전설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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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독일의 산골 마을에 리스베스라는 상냥한 소녀가 병에 걸린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픈 어머니를 위로하려고 앵초를 꺾으러 갔고, 그때 꽃의 요정이 나타나 소녀에게 "앵초가 피어 있는 길을 가다 보면 성이 나타날 것입니다. 대문 열쇠 구멍에 앵초 한 송이를 꽂아 놓으면 문이 열립니다"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요정이 알려준 성에 가보니 그곳에 꽃의 요정이 기다리고 있었고, 요정은 보물을 가득 주었다고 합니다. 소녀는 어머니에게 이 보물을 보여 주었고, 어머니의 병도 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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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 때문인지 설앵초의 꽃말은 '행운의 열쇠'입니다. 5월이 지나는 길목에 피어 있는 고운 설앵초를 만나러 한라산으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더워지는 날씨에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이 가득 하기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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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 겸 자연환경해설사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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