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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 개관식이 열렸다.

67억원 투입 건물3동 건립...강희봉 회장 "약속한 추가 지원 안한다" 정부-도정 비판 

11년 넘게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갈등으로 부모와 자식, 형제, 이웃끼리 등을 돌렸던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공동체는 언제쯤 회복될까. 

21일 오전 10시30분 강정마을에서 커뮤니티센터 개관식이 열렸다. 개관식에는 강희봉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들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상순 서귀포시장, 임상필 제주도의원(대천·중문·예래동) 당선자 등이 참석했다.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펴온 강동균 전 마을회장 등 반대 주민들도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강 전 회장은 개관식에 앞서 원희룡 지사와 악수를 나누며 “조만간 만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강정동 4362번지에 들어선 커뮤니티 센터는 약 67억원이 투입돼 연면적 2289㎡규모, 건물 3동으로 건립됐다. 센터는 경로당과 의례회관, 임대주택, 사무실 등을 갖췄다.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지상 3층 규모의 강정보건지소 공사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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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오른쪽)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커뮤니티센터는 2012년 2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역발전계획에 반영됐다. 같은 해 8월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는 예산 22억원을 교부했다.

2014년 부지매입과 등기가 완료됐고, 지난해 실시설계용역 착수와 함께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2단계 투자심사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커뮤니티센터 개관이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사업의 첫 단추인 셈이다. 

이날 개관식에서 원희룡 지사는 축사를 통해 강정마을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원 지사는 “커뮤니티센터라는 이름이지만, 사실상 마을회관이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주민들이 소홀했던 이웃 관계를 회복해 더 밝은 미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아직 강정마을과 관련돼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공직 체제부터 인사, 사업까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도정 차원의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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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축사하고 있다.

축사에 나선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이제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며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다. 

강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구상권이 철회됐지만, 강정마을에는 아직도 아픔이 남아있다. 이미 해군기지는 완공됐다. 주민들이 강정마을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살고 싶은 마을이 될 때 공동체가 회복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도정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장학 사업은 추진이 멈췄다. 주민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커뮤니티센터도 관련 법상 주민들에게 줄 수 없다고 행정은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강정 주민 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비닐하우스 비가림 시설 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원해줄 것처럼 하던 행정은 다른 마을과 형평성 등을 언급하면서 추가 지원이 안된다고 말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강정마을은 또 투쟁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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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축사를 통해 정부와 제주도정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강정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로 부모와 형제, 이웃과 등을 돌렸다. 강정 주민도 국민이자 도민이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젠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며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정부와 도정이 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주민 애환이 담긴 강 회장의 축사가 끝나자 현장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현판식과 테이프커팅 등 모든 순서가 끝난 뒤 원 지사와 강 회장 등은 커뮤니티센터 곳곳을 함께 둘러봤다. 

강정마을의 비극은 2007년 4월26일 시작됐다. 이날 오후 7시30분 불과 87명의 주민이 마을 임시총회를 열고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 안건을 통과시켰다. 강정마을 향약에 따르면 마을 사업과 관련된 안건은 주민 150명 이상이 참여해야만 다룰 수 있다. 이를 무시한 절차였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2007년 8월10일 마을총회를 열어 해군기지 유치 안건을 통과시킨 당시 마을회장 해임안을 의결했다. 주민 436명이 참석한 가운데 95.4%(416명)의 압도적 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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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10시 11년 넘게 제주해군기지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 개관식이 열렸다.

후임 마을회장에는 강동균씨가 선출됐다. 강 회장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강정마을회를 이끌며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이끌었다.

강 회장은 취임 직후 해군기지 유치 결정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해군기지 유치 여부를 묻는 마을총회를 소집했다. 4월26일 유치결정 이후 4개월만에 이뤄진 정식 총회에는 19세 이상 주민 725명이 참여했다. 이중 93.8%인 680명이 해군기지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4.9%인 36표에 불과했다. 무효는 9표였다.

강동균씨 후임으로 조경철씨가 마을회장에 취임한 뒤에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계속됐지만, 공사는 강행돼 결국 완공됐다. 

2017년 12월22일 제주해군기지 갈등 해소를 위해 '현실론'을 들고나온 강희봉씨가 마을회장으로 당선돼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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