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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축 펜션(정면)과 A씨의 집(오른쪽). 빨간 네모 부분은 A씨 집 거실 창문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원인, '차면(遮面)시설 요구 소송' 일부 승소...적극적 중재 나섰다면 막을 수 있었던 분쟁

속보=제주시가 민원인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외면했다는 <제주의소리> 보도와 관련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민원인이 일부 승소했다. 애초 제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민사부는 최근 민원인 A씨가 이웃한 펜션 주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차면시설 설치의무이행 청구 등 소송’ 에서 일부 승소 판결한 것으로 13일 파악됐다. 

재판부는 B씨가 운영하는 제주시 삼양동 펜션 창문 9곳에 130~150cm 높이의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고정형 차면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집행할 수 있다고 선고했다. 가집행은 강제집행을 뜻하며, 선고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2016년 시작된 둘 간 다툼의 쟁점은 B씨 펜션에서 A씨 집 내부가 보여 사생활 침해가 되는지 여부. 

B씨가 운영하는 펜션의 창문은 바다를 향해 동북쪽으로 설치됐다. 반면 A씨 집에는 서남쪽으로 난 창문이 있다. 

A씨는 B씨의 펜션에서 자신의 집 내부가 들여다 보인다며 170cm 높이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고정형 차면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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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의 현장 검증 자료. 펜션 내부에서 A씨 집 거실에 있는 사람(빨간 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반면 B씨는 펜션과 A씨의 집 창문 간 거리가 2m가 넘는 등 A씨의 요구는 사회통념상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민법 243조에는 ‘경계로부터 2m 이내의 거리에서 이웃의 주택의 내부를 관망할 수 있는 창이나 마루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적당한 차면시설을 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건축법 시행령 제55조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13일 A씨 집과 B씨 펜션을 직접 찾아 주간과 야간 2차례에 걸쳐 현장 검증을 벌였다. 현장 검증 결과 두 건물 간 거리는 2m가 안됐다. 

법원은 B씨 펜션에서 A씨 집 일부가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요구한 170cm가 아니라 난간(120cm)에서 10~30cm정도 높은 차면시설을 설치하면 B씨 펜션에서 A씨 집 내부를 보기 힘들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두 건물 창문간의 거리가 2m가 넘어 차면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민법 243조에 반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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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공 허가 전 설치됐던 차면시설. 허가를 받기위한 눈속임처럼 보인다.
<제주의소리>는 지난 2월 두 차례 보도를 통해 제주시가 A씨의 정당한 민원에 눈을 감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5월께 제주시 삼양동 해안도로 인근 1층 단독 주택을 구입한 A씨는 맞붙은 부지에 지어지던 3층 높이 펜션에 차면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무려 4차례나 제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제주시는 “건축법 시행령 55조에 따라 건물간의 거리가 2m 이상이어서 차면시설 설치를 요구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납득하기 어려웠던 A씨는 현장 답사를 요구했고, 그 결과 두 건물간의 거리가 2m가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제주시 담당 공무원은 “민사소송을 제기하든지 법대로 하라”는 취지로 대답했다. 

또 펜션 주인 B씨에게 “차면시설을 설치했다가 준공 이후 철거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편법을 조장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실제 B씨 펜션 창문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파란색 판이 설치됐다가 준공 이후 철거됐다. A씨는 더 이상 당국을 믿을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일부 승소로 이어진 것이다. 

애초 제주시가 A씨와 B씨 사이에서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한 중재에 나섰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분쟁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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