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유숙박업 운영 규제안 마련으로 도민의 삶 지켜야 / 김소은 

변형된 농어촌 민박업처럼 에어비앤비도 변태(變態) 중이다. 농한기 수익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한 농어촌 민박업은 펜션이란 이름으로 탈바꿈되어 숙박업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민박 역시 원래의 취지는 빈 방을 나눠 쓰자는데 있었다. 자원이 고갈되는 작금의 지구환경을 지키는 것과 노력을 함께 하는 듯 보였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내 집을 떠나 내 집 같은 아늑한 공간에서의 휴가에 만족했다. 

하지만 집을 떠난 행위 자체가 일탈인 관광객들은 관광지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남의 집에서 마음대로 굴기 시작했다. 어제 바로 윗 층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열시가 넘어서자 흡사 홍대 클럽에서나 들리는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쿵쾅쿵쾅, 와글와글’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관리소장에게 연락한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그들의 소음을 잠재울 수 있었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다. 숙박이 허가된 건물이 아니니 다음부터는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찌하다가 아파트에서 이런 문제까지 경찰에 신고하게 됐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전 세계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폐해를 톡톡히 치른 프랑스 파리는 ‘에어비앤비세(Airbnb Tourist Tax)’를 받은 지 벌써 3년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사업자당 90일 이상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수 없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에어비앤비 퇴출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 1인 1실 운영 제한 등 미국 전역에서 에어비앤비 규제 법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도시의 언론사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어비앤비’라는 공식의 헤드라인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는 ‘에어비앤비 지옥(Airbnb Hell)’이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고 한다. 몰카, 성폭행, 계약위반 등의 각종 피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마을에 들어온 에어비앤비로 동네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아침 일찍 들로, 바다로, 일하러 나가야는데 관광객들의 음주가무에 고성방가로 밤잠을 설친다고 말이다. 관광객은 어쩔 수 없는 존재들이다. 집 떠나 웃고 즐기며, 그 웃고 즐기는 것에 음주가무를 더한 우리네 밤 문화가 미덕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관광객의 착한 행동을 유도해야 지속가능한 관광지가 된다. 지켜야할 기준을 세우고, 지키도록 해야 자원의 훼손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지역민이 관광객으로부터 시달림 없이 삶을 유지해 갈 수 있다. 숙박 및 관광지의 운영기준이 명확해야 하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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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은 (사)섬 연구소 이사 ⓒ제주의소리
에어비엔비 아태지역 총판이 제주도를 공격적으로 찾고 있다. 최근 ‘에어비앤비 제주 트립‘까지 런칭했다. 전 세계적으로 제주도를 홍보할 수 있다는 것에만 신경 쓴 나머지 우리가 누리고 살아야할 제주를 조건 없이 내주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지금 제주는 에어비앤비에 대응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게스트하우스의 실태도 파악 못하고 있는 지금 에어비앤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제주도를 또 다른 에어비앤비의 피해 지역으로 남길 것인가. 에어비앤비로 더 많은 피해사례들이 쏟아진 다음에야 규제방안을 마련할 것인지 지금 선택해야 할 때다. / (사)섬연구소 이사 김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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