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67) 새롭게 주목받는 섬유소의 효능

식품에 포함된 5대 영양소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미네랄), 비타민이지만 ‘섬유소’가 최근 ‘제6의 영양소’로 불리고 있다.

살이 찐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해야지”, 변비로 고생하는 이들은 “시원한 변을 보고 싶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혈당치를 내리고 싶다”고 말을 늘 하고 있지만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으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식품성분인 섬유소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섬유소하면 우선 변비만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섬유소의 역할이 더 있다는 점이 알려지고 있다. 

최근 섬유소는 장내세균의 먹이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섬유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나누면 물에 녹기 어려운 ‘불용성 섬유소’와 물에 녹기 쉬운 ‘수용성 섬유소’ 두 종류가 있다.

불용성 섬유소는 대변의 부피를 크게 하기도 하고, 장을 자극해서 변이 잘 나오도록 하는 작용이 있다. 수용성 섬유소는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는데, 장내 세균은 이 섬유소를 영양원으로 몸에 좋은 물질들을 만들어 낸다. 최근 연구에서 장내 세균이 만들어 낸 물질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고, 혈당치 상승을 억제하며,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일에 관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야채를 먹기만 하면 몸이 필요로 하는 섬유소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식품재료를 잘 선택해야 유용한 섬유소가 흡수될 수 있다. 섬유소중에도 특히 수용성 섬유소가 건강이나 미용에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를 위한 좋은 재료를 소개해본다.

첫째, 수용성 섬유가 많이 포함된 재료는 아보카도, 청국장, 우엉, 감자, 당근, 염교(락교), 미역, 톳, 버섯, 키위 등이 있다.

둘째, 호주에서 개발한 ‘슈퍼보리(barley max)’가 있는데 섬유소가 다른 식재료의 2배나 되고 유익한 장내세균의 먹이가 되는 발효성 섬유소를 3종류나 포함하고 있어 섬유소의 질, 양 모두 우수한 이른바 ‘슈퍼 푸드(super food)’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빨리 수입됐으면 좋겠다.

셋째, 식힌 전분이다. 전분은 한번 가열해서 식어지면 원래의 전분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이 있다. 이것을 레지스턴트 전분(resistant starch)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소화되기 어렵고 발효 속도가 늦어서 영양분이 들어가기 어려운 대장의 깊숙한 속까지 침투해 장내세균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이 전분은 보통의 보리에서도 만들어 지지만, 그 양은 슈퍼보리의 4분의 1밖에 안된다. 전분을 가열해 4도 정도로 식힌 다음 감자샐러드같은 음식에 넣어서 먹으면 된다.

우리들의 몸에서 면역세포의 약 70%는 장에 모여 있다. 만약 장내 환경이 흐트러지면 면역세포의 작용도 무너져서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최신 연구에서 밝혀졌다. 실제 20년이상 알레르기성 피부염으로 고생했던 한 여성이 유산균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약을 먹으며 수용성 섬유소의 섭취에 주의를 기울이니까 증상이 나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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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명예교수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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