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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한담마을 해안에 주차문제가 불거지자 한 토지주가 최근 자신의 대지에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차단기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장] 주차전쟁에 진입로 차단기 설치 차량 막아...재산권 내세워 도로 한가운데 펜스 추진

구좌읍 월정과 함께 제주 해안가 관광의 필수코스로 떠오른 제주시 애월읍 한담마을에 진입하기 위해 마을 안길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허’, ‘하’, ‘호’ 번호판을 단 차량과 연이어 마주치면서 수차례 제동장치에 발을 갖다댔다. 도로 폭이 너무 좁은 지역에서는 후진까지 하며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다.

어렵사리 해안쪽까지 진입하자 주차장으로 변한 거대한 공터가 눈 앞에 들어왔다. 2~3명의 안내원들은 폭우를 뚫고 주차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차량으로 이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안내원의 말에 따라 주차후 걸어서 맞은편 진입로로 향했다. 길게 늘어선 차량 앞 도로 한가운데 차단기가 설치된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차단기 앞에 선 안내원은 진입 차량을 일일이 막아서며 방문 목적을 물었다. 운전자가 목적지를 얘기하면 차단기를 열어 통행을 허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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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해안마을의 한 토지주측이 자신의 땅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막아 목적지를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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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담마을에 차단기를 설치한 토지 주변 또다른 토지주가 도로에 자신의 땅이 포함됐다며 사유지 경계지를 표시하고 차량 통제를 예고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누구나 이용해 왔던 도로 정중앙에 차단기가 설치된 것은 지난주다. 설치자는 토지주 측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 곳은 지목상 도로가 아니라 대지다.

토지주 측은 주변 리조트 등을 찾은 이용객들이 자신들의 땅에 불법으로 주차를 하자 부득이 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 관계자는 “무분별한 관광객 주차 탓에 해당 시설주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며 “하루에 1000여대가 진입해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곳은 지목상 대지여서 결과적으로 도로를 막은 것이 아니”라며 “주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른 시설 이용자들의 진입을 막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로법상 도로가 아니고 사유재산이어서 개인의 행위를 제한할 근가거 없는 실정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지목상 도로가 아니어서 민법에 따른 주위토지통행권도 행사할 수 없다”며 “해당 대지와 이어지는 도로는 사도여서 매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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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한담마을 해안에 주차문제가 불거지자 한 토지주가 최근 자신의 대지에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차단기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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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담마을에 차단기를 설치한 토지 주변 또다른 토지주가 도로에 자신의 땅이 포함됐다며 사유지 경계지를 표시하고 차량 통제를 예고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더 큰 문제는 진입로와 연결된 사도조차 실제 측량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차단기가 설치된 대지로 이어지는 사도 옆 또 다른 토지주가 최근 펜스 설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해당 토지주가 자신의 토지를 측량한 결과 바로 앞 도로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땅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잘못 측량된 땅 위로 아스팔트가 깔린 것이다.

땅 주인은 측량에 근거해 도로 중앙에 빨간색 페인트로 경계지를 표시했다. ‘재산권 방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통행을 차단한다’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해당 토지주가 조만간 경계지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안다”며 “주차 문제에 사유재산권까지 얽히면서 주민과 관광객 모두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하루에만 수백대의 렌터카가 오가는데 이런 모습이 과연 제주관광에 도움이 되겠냐”며 “행정에서 적극 나서서 분쟁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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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한담마을 해안에 주차문제가 불거지자 한 토지주가 최근 자신의 대지에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차단기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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