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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2시 제주오리엔탈호텔에서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 제주도민참여단 200명 첫 토론회가 열렸다.
공론조사 도민참여단 첫 토론...40개 질문 중 16개 질문은 '사업계획서' 공개 관련

국내 1호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운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70만 제주도민의 대표 도민참여단(200명)의 우려는 컸다. 녹지병원 찬성·반대 의견 속에 녹지병원 추진 과정의 적법 여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16일 오후 2시부터 제주오리엔탈호텔에서 ‘국내 1호 외국인 영리병원이 될 녹지국제병원 공론화를 위한 도민참여형 조사 1차 숙의 토론’이 열렸다. 

도민참여단은 20개 원탁에 둘러앉아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다. 녹지병원을 찬성하는 이유,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각 분임별로 도민참여단 10명과 공론조사 개최 측 관계자 1명이 포함됐다. 이들의 의견은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토론장 전체에 공유됐다.

도민참여단의 신분은 비공개됐다. 모두들 자신의 나이나 사는 지역 등을 밝히지 않았다. 신분이 노출될 경우 외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도민에게 피해가 없다면 찬성한다 △개설 허가해 운영한 뒤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건물까지 다 지었는데, 반대할 경우 손해가 막심하다 △허가한 뒤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제주 경제에 도움이 된다 △일자리가 창출된다 △돈 많은 사람들만 가는 병원이기 때문에 크게 상관 없다 △보건복지부와 제주도의 녹지병원 사업계획서 검토 단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문제 없다면 허가해도 된다 등이 나왔다. 

▲반대하는 이유는 △녹지병원 개설 이익보다 도민 손실이 더 크다 △미국도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가 망가질 수 있다 △녹지병원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병원이 환자 치료보다 이익 추구를 우선하면 안된다 △제주 경제에 도움될지 의문이다 △인구 증가로 복잡한 제주에 영리병원까지 도입할 필요가 없다 △다른 병원도 영리병원으로 전환돼 의료 질이 떨어질 것 △의혹이 많다 △중국을 믿을 수 없다 △미래 세대를 위해 반대한다 등이다. 

▲유보는 찬성과 반대 측 의견 모두 일리있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토론을 마친 뒤 각 분임별로 궁금한 질문 2개를 꼽았다. 답변에 나선 전문가는 ▲찬성측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장성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반대측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 △오상원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등이다.

총 40개에 달하는 질문은 유사성 등을 이유로 10개 정도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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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개의 원탁에 나눠 앉은 도민참여단이 분임토론을 갖고 있다.

도민참여단 질문 40개 중 16개는 정부와 제주도가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심의했는지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오상원 위원은 “사업계획서가 공개된 적이 없다. 보건복지부와 제주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자본 우회 진출 의혹을 받고 있는 미래의료재단의 경우 녹지병원 운영에 대해 ‘컨설팅’을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강남구에 문의 결과 미래의료재단은 다른 병원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하면 안된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신은규 교수는 “사업계획서를 보지 못했다. 녹지병원 측에서 공론조사에 불참했기 때문에 대신 답변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미래의료재단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데, 의혹에 대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에서 사직당국에 고소·고발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녹지병원이 허가될 경우 다른 병원들도 영리병원으로 전환될 수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있냐는 질문도 나왔다. 

장성인 교수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미국에서 영리병원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거의 멈췄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 연구진은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의료 질 차이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영리병원이 무조건적인 악(惡)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석균 대표는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의에서 국내 영리병원 허용 얘기가 나왔다. 녹지병원 승인 여부를 경총이 주시한다는 것”이라며 “최근 영리병원을 다룬 한 드라마에서는 ‘지금은 (영리병원이) 안되지만, 언젠가는 부자들 뜻대로 될 것’이라는 대사도 나왔다. 진실을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에서 영리병원 논의가 필요 없어진 이유는 비영리병원도 영리병원화 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미 녹지병원이 허가 받은 사업이라며, 이후 진료과목 변경이나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도지사가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우석균 대표는 “제주특별법 제307조에 따라 최종 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다.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았다. 최종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론조사가 시작됐다. 공론조사가 늦은 것이 아니라 늦게나마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신은규 교수는 “진료과목 변경은 어렵다. 변경하기 위해서는 복지부와 제주도에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복지부가 승인해준 이유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선택적 진료가 가능한 과목이다. 비영리 성형외과나 피부과도 선택적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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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는 제주도민 참여단. 전문가는 왼쪽부터 오상원 위원, 우석균 대표, 장성인 교수, 신은규 교수.

녹지병원 개설이 불허돼 녹지그룹 측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물어야할 비용 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우석균 대표는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송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협박이라고 생각한다. 제기한다면 행정소송이지만, 사업자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 또 사업자 측인 JDC가 제주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제주도민이 아니라 JDC가 물어주면 된다”고 했다. 

신은규 교수는 “공론조사에 녹지병원 측이 참석하지 않는다. 소송을 대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공론조사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흑백논리가 아니라 이후 대응책까지 생각하는 중재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녹지병원을 불허하고, 서귀포에 대형병원을 설립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신은규 교수는 “JDC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JDC가 제주도만을 위해 투자할 수는 없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토부 승인과 함께 국회를 거쳐야할 수도 있다. 각 지방에 뿌리를 둔 공기업들은 모두 그 지역을 위해서만 투자해야 한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오상원 위원은 “다른 지역 공기업은 그 지역에서 돈을 벌지 않는다. JDC는 제주에서 돈을 벌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5000억원을 넘고, 순이익이 2000억원에 달한다. 사내유보금이 1조원 정도다. 제주도민을 위해 수백억원을 지출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녹지병원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어 불허사유가 된다. 원희룡 도지사는 서울대 나왔다. 이길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DC측 관계자는 JDC 연매출에 대해 도민참여단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알리오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우석균 대표가 “알리오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등 내용이 다른가”라고 되묻자 JDC측 관계자는 “나중에 확인한 뒤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가 알리오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JDC 매출액은 7281억4800만원에 달하며, 총포괄손익은 1817억8100만원 수준이다. 

도민참여단은 첫번째 토론을 마친 뒤 찬성과 반대, 유보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에 참여했다. 여론조사는 비공개다.

도민참여단은 개천절인 오는 10월3일 마지막 두 번째 토론을 갖는다. 이어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최종 찬-반 의견과 함께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하게 된다.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도민참여단(200명) 결과와 도민 3000명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10월 중순께 최종 의견을 원희룡 도지사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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