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부부 영접에서 남북 정상 무개차 퍼레이드까지

평양 순안공항에는 18일 이른 아침부터 한복과 정장을 차려입은 수백명의 북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저마다 꽃과 인공기, 한반도기를 손에 들었다. 환영 인파들 뒤로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선명했다.

한반도기가 북한에서 남한 정상을 맞이하는 환영 행사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르익은 남북 관계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직접 순안공항으로 영접을 나온 장면도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문 대통령 일행을 태운 전용기의 문이 열리기도 전에 김 위원장 부부는 순안공항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부부가 공항으로 영접을 나온 것도 북한 외교 사상 처음이다.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며 나란히 걸어 나온 김 위원장 부부는 레드카펫이 깔린 탑승 계단 아래까지 와서 문 대통령 부부를 기다렸다. 트랩을 내려온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뺨을 번갈아가며 포옹하는 인사를 나눴다. 남북 퍼스트레이디들도 환한 표정으로 손을 마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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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 도착한 뒤 마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프레시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들도 미리 도열해 문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분주하게 행사장 곳곳을 오가며 의전을 지휘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을 일일이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군복을 입고 등장한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등은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반면 사복 차림으로 방북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김 위원장과 악수로 인사를 나눴다. 

북한군 육해공군 의장대와 군악대가 준비한 사열식은 북한이 문 대통령의 방북을 국빈급으로 준비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군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도열하였습니다"라는 의장대장의 구령을 시작으로 대규모 사열이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레드카펫을 걷는 동안 의장대는 받들어 총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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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환영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18일 오전 평양국제공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프레시안.

 
의장대 사열 중엔 21차례 예포가 울렸다. 사열은 앞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있었지만, 예포를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발 예포는 통상 국가원수 등 국빈급 인사에 대한 예우를 의미하는 최고수준의 의전이다. 

순안공항에서 환영 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도중 김 위원장과 함께 카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환영 인파들에게 손 흔드는 두 정상을 태운 무개차를 21 대의 오토바이가 호위했다.  

카퍼레이드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때에는 없는 일정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방북 때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신했다. 무개차 퍼레이드는 북한이 국빈급 인사를 환영하는 때에 행해진다. 

환영식을 치른 뒤 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과정까지 남북 정상은 같은 차량에 동승해 친밀함을 과시했다. 국빈급 환영식에 이어 또 한 번 파격적인 의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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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함께 타고 18일 평양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프레시안
2000년과 2007년 평양 정상회담 때도 북한은 최대의 예우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맞았다. 당시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파격 의전으로 첫 발을 뗀 문 대통령의 방북 일정은 곧바로 비핵화 담판으로 이어진다. 외국 정상들을 맞이한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 담판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비핵화 관련 부분은 어느정도 이야기가 진척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오늘 중에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비서실장도 전날 △ 남북관계 개선 발전 △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증진 및 촉진 △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협 종식을 3대 의제로 공식화하며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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