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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제주 농촌 꿈꾸는 ‘공심채’

2018년 09월 23일(일) 08:00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클낭 2018] 다문화가정이 함께 행복하고, 청년들이 뛰노는 농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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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심채(共心彩)농업회사법인을 통해 이제 제주에서도 루꼴라, 공심채, 고수 등 아열대 채소를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손에 든 작물은 공심채(空心菜). / 사진 제공=공심채농업회사법인 ⓒ 제주의소리

‘결혼이주여성들이 제주에서 고국의 아열대작물을 직접 키워보면 어떨까?’

2017년 10월, 소셜벤처 발굴 프로젝트인 클낭 챌린지에서 최고의 사회혁신 아이디어로 선정되면서 상상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그 후로 1년. 그의 믿음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점점 더워지는 제주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농작물들에 대한 시범재배도 성공했다. ‘함께 마음을 모으면 빛이 난다’는 의미에서 공심채(共心彩)라는 이름을 달았다. 세계적인 열대작물의 이름도 공심채다.

홍창욱(41) 공심채농업회사법인 대표의 숨가쁜 1년은 이 믿음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이었다. 그는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의 실장이었다. 무릉외갓집은 주민들의 함께 일군 건강한 마을공동체 경제모델로 주목받으면서 작년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마을기업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은 지속가능한 농촌에 대한 고민에서였다. 기후변화로 제주에서만 나오던 작물들이 내륙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진 상황, 고령화되는 농민들, 점점 농촌에서 비중이 높아지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사회 적응의 어려움.

그는 농업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이 제주 농업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나누는 사회적 활동으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고, 농촌에도 활기가 돌게 될 테고, 결과적으로 제주농업은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되는 셈이다.

▲ 한창 자라고 있는 반결구 상추를 바라보고 있는 공심채농업회사법인의 황준희 실장, 홍창욱 대표(왼쪽부터). ⓒ 제주의소리

“농산물을 많이 판매해서 결혼이주여성이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일까요? 아니면 동향 사람들을 만나고 긴장된 일상을 풀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게 좋을까요? 농업은 이 두 가지가 다 가능한 면이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직접 발품을 팔며 농업 전문가와 사회적기업가들을 찾아 다녔다. 이 가치를 더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도 고민해야 했다. 주경야독이 반복됐다.

그리고 올 가을, 대정지역의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모인 최남단영농문화협동조합과 손을 잡고 공심채와 고수 농사를 본격화했다. 크라우드펀딩 참가자들에게 그 맛을 직접 느끼게 하고, 결혼이주여성들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직거래를 시작하려 한다. 차근차근,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너무 꿈이 작은 것 아냐니고 말하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공심채가 단단하게 오래갈 수 있는 기업이었면 해요. 제대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진 게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게 더 이점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식물 중에 부모로부터 아주 많은 자양분을 얻은 씨앗들을 바로 옆에 뿌려져서 쉽게 자라죠. 그런데, 물려받은 자양분이 약하면 고생은 하긴 하지만 멀리 퍼져나갑니다. 초기엔 어렵더라도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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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정읍 무릉리에 위치한 공심채농업회사법인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왼쪽이 홍창욱 대표, 오른쪽이 황준희 실장. ⓒ 제주의소리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에 대한 소망은 공심채의 또 다른 지향점에서도 읽힌다. 청년들이 농업을 외면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꾸고 싶은 게 공심채의 장기적 목표다. 핵심은 ‘연결’이다.

“가령 부모들이 몇 만 평 땅에 농사를 짓고 있는 등 만들어놓은 기반이 있으면 상관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비빌 언덕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새롭게 농업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그 기반이 없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초보 청년농부들을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가벼운 워크숍으로 시작해서 체계적인 교육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준비하려 합니다”

새로운 여정에는 황준희(46) 씨도 동참했다. 대안적 농업을 지향하는 변산공동체에서 농사를 배운 그는 청년들이 뛰노는 농촌을 꿈꾸고 있다.

“높은 땅값, 1차 산업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이 농촌에 청년들이 들어오기 힘들게 합니다. 토지은행과 같은 방식으로 돈 없는 젊은사람들이 진입해서 농업을 일굴 수 있는 사회적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합니다. 청년들을 위한 농업교육을 시도할 필요성이 큰 이유입니다. 공심채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무너져가는 농업의 가치를 지켜내려 합니다.”

건강한 농산물, 그리고 그 농산물을 길러낸 사람이 품은 이야기와 가치를 담아내는 시도는 이제 첫 번째 반응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 10일까지 오마이컴퍼니에서 진행되는 크라우드 펀딩(링크)에 참가한 이들은 직접 키운 공심채가 담긴 꾸러미를 얻게 된다. 첫 번째 고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요즘 공심채는 하루하루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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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창욱 공심채농업회사법인 대표가 직접 수확한 고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공심채농업회사법인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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