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18) 섬사철난 (Goodyera maximowicziana Makino) -난초과-

이제 한가위가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은 가장 좋은 계절이라 예부터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이란 속담이 생겼다고 하는데, 역시 풍성하고 넉넉한 계절이 바로 가을인가 봅니다. 한라산 자락에도 난초들이 풍성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1.jpg
▲ ⓒ제주의소리

섬사철난의 종소명 ‘maximowicziana’는 제정 러시아의 식물학자 ‘C. Maximowicz’를 기념해 명명한 것입니다. 국명은 자생지가 섬이고 '사철란'의 종류인 데 연유합니다. 사철란은 잎이 상록성인 것에서 유래하고 접두어인 '섬'이 붙어 섬사철란으로 명명됐습니다.

2.jpg
▲ ⓒ제주의소리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난초의 분포현황을 조사해보니 제주도가 전국 112종 72.3%에 해당되는 81종이 자생해, 난초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여름의 길목에서 피어나는 사철란은 사철란을 비롯해 털사철란, 그리고 가장 늦게 피어난다는 섬사철란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사철란 종류를 보통 6종으로 구별하는데(국가식물표준목록 기준) 사철란을 비롯해 붉은사철란, 털사철란, 섬사철란, 청사철란, 애기사 철란 등이 있습니다.

3.jpg
▲ ⓒ제주의소리

사철란중 가장 늦게 피어나는 이 섬사철란은 원줄기 끝에 3~7개 정도의 꽃이 아주 연한 홍자색의 색깔을 띠며 피어납니다. 

4.jpg
▲ ⓒ제주의소리

섬사철란을 노래한 유유님의 시 한편도 만나 보겠습니다.

섬사철란
유유

어둡고 음습해 으스스한 곳 나쁜 말, 
생명이 살아 숨쉬는 미래의 꿈 곶자왈 좋은 말

나무와 바위가 서로 사랑의 저울 눈금 조절
이끼는 은총으로 포근하게 덮어 주는 곳

맑고 고운 요정들의 합창 소리 따라 들어가 보니
거기에 귀여운 섬사철란 있었네
엊그제 태풍이 지나간 줄 어이 알까마는
주변이 일년내 푸르러도 가을이 온 것은 눈치챈 모양
5.jpg
▲ ⓒ제주의소리

이 사철란 종류들의 꽃말이 바로 '숲속의 요정'이라고 하는데, 같은 꽃말을 가진 야생화가 상당히 많습니다. 난초 중에는 감자난초를 비롯하여 나리난초, 나도수정초 등이 있는데 모두 깊은 숲 속에서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6.jpg
▲ ⓒ제주의소리

사철란 종류들을 구별할때 잎으로 구별을 많이 하는데 사철란은 잎 표면에 불규칙한 얼룩 줄무늬가 있습니다. 붉은사철란은 사철란의 잎 표면의 줄무늬보다 더 선명하며 이 섬사철란은 3~5개의 잎맥은 있으나 무늬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7.jpg
▲ ⓒ제주의소리

특히 이 섬사철란은 수줍음이 많은지 꽃이 활짝 벌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입을 모은 모습입니다. 더운 여름이 지나 가을의 문턱이 왔다는 신호를 이 섬사철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8.jpg
▲ ⓒ제주의소리

한 해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한가위가 다가왔습니다.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가족과 의미있는 소중한 시간 보내시고 <제주의소리> 독자분들께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빌어 봅니다.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9.jpg
▲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