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3) 캐나다 퀘벡 ‘라 토후(La Tohu)’의 지역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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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가장 넓은 땅덩어리를 차지하고 있는 퀘벡 주. 790만 명에 달하는 인구 가운데 프랑스계 사람들이 80%, 공식 언어도 프랑스어다. 이들은 스스로 '퀘벡인'이라 불리길 원한다. 

퀘벡 도심에서 북쪽으로 10㎞ 떨어진 생미셸 지역은 5만50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몬트리올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다. 1960년대 후반까지 석회석 채석장이었던 이 곳은 1980년대에는 22만 평에 이르는, 축구장 90여개 크기의 엄청난 쓰레기매립지가 되어버렸다. 악취와 오염물질이 지역을 뒤덮으면서 일자리도 사라지고, 아이들은 빗나갔지만 주민들은 지역을 떠나지 못했다. 지역주민의 40%가 저소득층으로 가난과 소외를 견디며 힘겹게 살아가기 때문이었다. 

석회석 채굴과 쓰레기 매립으로 황폐해진 이 땅이 희망의 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출발은 이 지역 출신 여성 무용가의 작은 아이디어였다. ‘쓰레기 매립지를 주민을 위한 예술공간으로 활용하자’ 지역주민들의 연이은 시위로 대책 마련에 골치를 앓던 몬트리올 시에서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혁신적인 대안. 바로 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환경피해보상액을 개별로 지급할 것이 아니라 마을공유자산으로 지급하자는 것. 동시에 쓰레기 더미에서 자원화할 수 있는 메탄가스를 추출하는 공장을 세우자고 주장했고 그곳의 운영권 또한 마을공동체에게 달라고 했다. 모두 이 제안에 동의했다. 

몬트리올시는 1988년 이 매립지를 포함해 60만 평을 사들여 단계별로 친환경공원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지하에 파이프를 설치해 오염된 물을 오수처리장으로 보내고 메탄가스는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했다.

이어서 퀘벡의 트레이드마크 ‘태양의 서커스’가 처음 문을 열었고 마침내 2004년 지역재생을 위한 사회적기업 라 토후가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 라 토후는 서커스 예술 교육·창작·생산·공연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공간 중 하나로 캐나다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라 토후는 ‘서커스, 환경, 커뮤니티’ 세 가지를 핵심가치로 삼았다. 몬트리올을 서커스 예술의 도시로 만들고, 쓰레기매립지에 들어선 친환경공원과 건물을 활용해 생생한 환경교육을 펼쳐간다. 

무엇보다도 생미셸 지역주민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일자리, 문화생활 등의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라 토후는 서커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지역재생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다. 서커스 배우들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가 이곳을 작업 공간으로 삼으면서 쓰레기매립지 마을에도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라 토후는 이런 분위기를 지역청년 지원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관련 일자리는 지역청년들에게 먼저 준다. 그 동안 라 토후가 만들어 낸 일자리는 무려 5000명. 지역주민의 아이디어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사회의 협동이 이뤄낸 놀랄만한 결과였다.

‘지역주권조례’, 유휴자산 공동체신탁과 지역고용

제주에서도 마을공동체에 지역사회 개발과 행정의 권한을 주는 (가칭)‘지역주권조례 제정’이 민선 7기 공약으로 나왔다. 영국의 ‘지역주권법(Localism Act)’을 벤치마킹한 것. 

여기에 명시된 공동체 권한은 5가지. ① 매각자산에 관한 공동체 우선입찰권 ② 공공서비스공급 및 운영 우선참여권 ③ 커뮤니티 부동산개발권 ④ 커뮤니티 마을계획권 ⑤ 유휴공공토지 활용요청권이다. 주민 스스로 지역문제와 복지를 해결하도록 하면서 지역재생과 일자리 창출의 전형을 만들려 한 것이다. 로컬리티나 공동체이익회사(CICs) 같은 사회적기업을 매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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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한번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순 없을까. (유휴)공유자산을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사회적경제조직에 맡기는 것. 그것도 ‘공동체신탁’방식으로... 그러면 주민들은 공동체자산을 가지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게다가 바로 그 곳, 자신들의 고향으로 지역청년들이 모여들 것이다. 사회적기업 라 토후의 경험처럼...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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