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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多] (24) 정부-지방 공용차량 등급‧관리 해석 ‘제각각’...김태환 전 지사도 관용차 출석
보도를 유심히 보신 분들 중에 혹시 눈에 띄는 점이 없었나요. 보도 영상과 사진에서도 잠시 스쳐지나간 차량 이야기입니다.
원 지사는 9월27일 오후 8시 서귀포경찰서 출석 당시 검은색 세단에서 내렸습니다. 차종은 기아자동차의 대형 승용차인 K9이었죠. 이 차량은 도내 모 변호사 소유로 알려졌습니다.
이튿날 오후 6시 제주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원 지사는 흰색 전기차에서 내렸습니다. 차종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으로 도지사가 자주 사용하는 공용차량(관용차)입니다.
장장 9시간의 조사를 받은 원 지사는 자정을 넘긴 9월29일 오전 3시 지방청 수사과 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그 때까지 관용차와 운전기사는 원 지사를 기다리고 있었죠.
당선 전에 벌어진 일로 입건된 현직 도지사가 경찰 조사를 위해 관용차를 이용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또 새벽까지 피의자를 기다린 운전기사는 공무수행으로 봐야 하나요.
해당 규칙 제20조(차량 관리방법) 5항은 공용차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수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25조(기록관리)에 따라 차량 이용 기록도 관리해야 합니다.
제주도는 우선 이날 도지사 차량에 대한 배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수사도 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7조 2(공가)에는 ‘공무에 관해’ 국회나 법원, 검찰, 그 밖의 기관에 소환될 때는 공가를 허가하도록 돼 있습니다.
후보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지만 현재 도지사 신분인 만큼 ‘공무에 관한’ 업무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판단입니다.
그럼 왜 서귀포경찰서에 출석할 때는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공무에 관한 것'에 대한 해석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겠죠.
시기는 다르지만, 도내외에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2006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된 김태환 당시 도지사의 경우 관용차를 타고 검찰로 향했습니다. 반면 2014년 검찰에 출석한 이병선 전 속초시장은 관용차나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고 일반차량을 이용해 출석했습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마다 자체 해석에 따라 수사기관 방문시 관용차 사용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관용차 얘기를 더 해보죠. 제주도는 직급에 따라 차량 규모를 제한하고 있지만, 국가기관은 대통령령인 관용차량 관리규정에 따라 관용차 등급과 배기량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국립대인 제주대 총장의 경우 도내 기관장 중 가장 비싼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 차량을 전용차로 이용합니다. 차량 가격만 7000만원을 훌쩍 넘깁니다.
도내 사법기관의 양대 수장인 제주지방법원장은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제주지검장은 기아자동차의 K9을 전용 차량으로 선택했습니다.
17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제주지방경찰청장의 경우 현대차의 그랜저를 관용차로 사용합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은 동일 기종의 구형 그랜저를 탑니다.
관용차량 관리규정상 직급별로 차량 등급 제한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경찰관들이 차를 살 때 기관장보다 낮은 등급을 고려했을 정도였습니다.
업무용 차량의 경우 도 본청과 의회, 3급 이상의 단위행정기관은 중형승용차를 사용할 수 있지만 3급미만의 단위 행정기관은 배기량 1600cc 이하 차량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소관 공용차량 관리 규칙에 따라 교육감과 부교육감 모두 대형자동차를 각 1대씩 전용차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배기량은 제한이 없습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중형차 1대를 이용할 수 있죠. 이 규칙에 따라 현재 교육감은 2012년식 배기량 2359cc의 체어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 지사는 2014년 8월 취임 당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중 처음으로 전기차를 관용차로 정했습니다. 친환경 전기차 보급을 위해 도지사 먼저 나서겠다는 의미가 담겼었죠.
취지는 좋지만 사용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관용차는 도민의 세금으로 구입해 공적인 용도에 이용하도록 법규로 정하고 있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기사 역시 공적 영역입니다.
관용차 이용시 사용자가 도지사든 말단 공무원이든 공익이 우선이겠죠. 그날 경찰청에 간 관용차가 목적지를 제대로 정했는지 여부는 도민 여러분의 판단이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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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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