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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과일, 떡으로 차린 명절상 어떤가요?

2018년 10월 03일(수) 13:39
홍경희 hong@jejubooks.com
[바람섬 숨, 쉼] 추석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명절 음식 이야기

정월 대보름, 민족의 명절 추석이 지나갔다. 추석이 지나간 자리에 연휴가 끝난 아쉬움, 그리고 명절 음식이 남았다. 추석 차례상에서 내려진 전, 적갈, 생선 등은 그 날 하루 몇 번 밥상에 올랐다가 밀폐 용기에 담겨 냉장고에서 새 안식처를 찾았을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날 때까지 몇 번 더 밥상에 올랐으면 정말 다행이다. 문제는 연휴가 끝날 때 까지 새 안식처를 벗어나지 못한 음식들이다. 그들은 추석 상에서 대접 받았던 그날의 영화를 뒤로 한 채 다음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일부는 다시 밥상으로(가족 구성원의 짜증을 들으며), 일부는 개 밥그릇으로(개들에게는 이날이 진정한 명절날) 그리고 또 일부는 음식물쓰레기통으로 간다. 이 무슨 안타까운 일인가. 이들 모두 명절 때 이 세상 수많은 며느리와 극소수 남편님들의 수고를 얹은 귀한 식재료였는데.

명절 준비의 시작은 명절 장보기다. 각종 언론에서 추석 물가, 설 물가 하면서 알려주지 않아도 늘 장보기가 만만치 않다. 시금치 한 단에 4000원도 적응하기 힘든데 정육코너 가면 숨을 골라야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가격표 보기가 두렵지만 조상을 섬기는 마음으로 과감히 산다. 생선과 두부도 사야하고 동태 살과 호박 버섯도 사야한다. 명절 전날 우선 모든 재료를 씻고 다듬는다. 정리가 끝나면 고기(집안에 따라 소라, 오징어도)는 양념을 해 꼬챙이에 꽂아 익혀 적갈을 만들고 버섯 등은 계란물 예쁘게 입혀 전도 만들고, 생선도 모양 흐트러지지 않게 잘 구워야한다. 고사리 볶고 시금치, 콩나물을 무칠 즈음이면 명절 덕담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저 멀리 달아나고 빨리 등을 바닥에 붙이고 싶다는 생각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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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추석 뒷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바닥에서 등을 떼기 싫었는데 가을 햇살이 너무 찬란해 친구랑 한라산 생태숲길을 걸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서늘한 바람이 기막히게 좋은 숲길을 걸으며 명절 음식의 일생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사진은 숲길을 걷다 찍은 나무 사이로 보인 청명한 가을 하늘. 제공=홍경희. ⓒ제주의소리

이쯤에서 묻고 싶다. 명절 음식 누가 좋아하는가?

명절 당일 상에서 내린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다. (적어도 지금은 명절 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시절은 아닌 것이다) 음식을 준비한 사람이나 그냥 먹기만 하는 사람이나 다 들 덤덤하다. 사실 모든 명절 음식들도 가끔 하나씩 해먹으면 다 맛있다. 특히 삼겹살 적갈은 진짜 별미라고 좋아하는 육지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명절 음식이라는 조합에만 들어오면 갑자기 ‘명절 음식’이 돼버린다. 할 수만 있다면 하늘에 계신 조상님들에게 문자라도 보내고 싶다. 

“조상님, 이 음식들 맛있나요?”

지난해 한겨레신문 10월 8일자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 https://goo.gl/hePnb4 )의 일부분.

제철 과일로만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린 집도 있었다. 장희창 동의대학교 교수는 지난 4일 추석 차례상에 찰떡과 물, 제철 과일 등을 올려놓고 차례를 지냈다. 장 교수는 “차례 형식을 무시할 수는 없고, 절에서 하는 차례상 형식이 있어 일부 참조했다”며 “가족들끼리 의논해 15년 전부터 간소하게 차리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 음식도 친척들끼리 나눠 준비해 왔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노동 시간이 줄어 가족들끼리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할 시간이 늘었다. 장 교수는 “명절엔 즐겁게 만나야 하는데, 음식 만드는 노동에 시달리다 보면 서로 힘들다. 차례상이 간소해져서 가족들끼리 즐겁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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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 기사를 보면서 ‘아, 이거구나’했다. 간단하게 상을 올리고 집집마다 특별 음식 한 가지씩만 준비하면 모두가 덕담을 나누는 명절이 될 수 있겠구나.

추석 연휴도 지났고 추석 음식도 다 제 갈 길을 갔을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면 새해다. 이번 새해 명절에는 한 번 쯤은 서로 의견을 나눠보자고 제안한다. 과일과 떡, 꽃을 올리는 명절상 어떤가요? (그런데 이 말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아 이것이 현실인가) /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https://blog.naver.com/jejubarams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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