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1) 헤엄연습과도 같은 자산관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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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하러 나가는 제주해녀들의 모습.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5월 입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보리밭이 궁금해 가파도에 들렀다. 특별한 사진전을 관람하게 됐는데, 가파도에 실제 거주하며 해녀할망들의 물질 모습을 사진프레임에 담는 한 여성작가의 길거리 전시였다. 작품을 폐가(廢家) 마당에 방치한 듯 배치함으로써 척박한 느낌의 바다색 사진들이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끌었다.

특히 작가분이 직접 물질을 배우며 해녀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한지 5년이 됐다는 작품 뒷 이야기를 들었다. 해녀할망들의 삶에 함께 동참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의지와 진솔함이 아름다운 결과물로 도출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예부터 제주 여성은 밭에서 김을 매지 않으면 바다에서 물질을 해야 하는 운명으로 살아왔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이러한 제주여인의 인생을 조명하는 측면이 아니라, 해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관례(冠禮)의 일종으로 보고 이를 통해 금융에 입문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내용들을 다뤄보려 한다.

제주 해녀는 7~8세 때부터 ‘헤엄연습’을 시작해 12~13세가 되면 어머니로부터 ‘테왁(두렁박)’을 받아 얕은 데서 헤엄쳐 들어가는(잠수) 연습을 한다. 15~16세가 되면 바닷속에서 조업(물질)을 시작하여 비로소 해녀에 입문하고, 17~18세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물질이 가능한 한몫잡이의 해녀로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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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권석

해녀가 되기 위해서 맨 처음 배우는 것이 헤엄연습이듯, 자산관리의 첫 걸음은 역시 자산관리 기술이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축적했다가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 돈을 모으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험과 마주하였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등등…

우리 동네에는 갑돌이와 갑순이라는 효자, 효녀가 살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각각 100만원을 남겨주시면서 헛되이 써버리지 말고, 향후 결혼자금으로 사용하라시면서 은행가서 예금을 들으라고 유언했다. 착한 효심을 갖고 있던 갑돌이와 갑순이는 어머니의 말씀을 저버리지 않고 은행에 가서 매년 4%의 이자를 받는 예금에 가입했다. 당연히 각각 100만원을 입금했다.

매년 만기가 되었을 때마다 은행에 방문해서 다시 한번 같은 금리를 주는 예금에 가입하여 어머니가 물려주신 돈을 잘 관리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갑돌이와 갑순이가 결혼을 앞두고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보고 나서 둘은 깜짝 놀랐다. 갑돌이의 통장에는 140만원이 들어 있었지만(수익률 40%), 갑순이의 통장에는 148만원이 들어 있었던 것이지요(수익률 48%). 8만원은 어디에서 난 것일까?(초과 수익률 +8%)

갑돌이는 1년후에 이자 4만원은 내가 번 돈이니까 빼내어 다른 통장에 넣고 어머니가 주신 100만원만 예금에 가입했다. 매년 갑돌이는 100만원짜리 정기예금을 가입한 셈이지요. 그런데 갑순이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100만원을 예금에 넣어서 나온 이자 4만원도 어머니가 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를 포함하여 104만원을 예금에 가입하였지요. 이렇게 매년 원금과 이자를 합하여 모두 정기예금에 가입하였다. 둘 다 모두 효자이고 효녀였지만, 투자에 대한 다른 생각으로 인해 수익률이 달라진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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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권석

이것이 바로 단리와 복리의 개념인데, 매번 같은 원금을 투자하여 이자를 잘 축적해 두는 방식이 단리이고, 매번 원금과 이자를 합하여 다시 투자해 원리금 모두를 축적해 가는 방식이 복리이다.

금리가 낮아서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리를 조금만 올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투자수익률이 7.2%라고 가정하면, 단리로 100만원을 10년을 투자하면 172만원이 되지만, 복리로 투자하면 200만원이 됩니다. 복리로 투자하면 10년이면 원금의 2배가 된다.

투자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20년을 투자하면 단리는 244만원이 되는 반면 복리는 401만원. 30년을 투자하면 단리는 316만원이 되지만 복리는 805만원이 된다.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적립식 투자의 가치가 더해지면 투자의 효과가 배가 된다. 매월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는 방식의 적립식 투자는 자산의 가격이 수시로 변동하는 시장에서 매수 타이밍을 분산함으로써 매입비용을 평균해 낮추는 효과를 발생시켜, 자산가치 상승시에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투자방식 중 하나다. 또한 자연스럽게 장기투자를 하게 돼 복리의 효과를 누리게 되는 점도 장점 중의 장점이다. 특별히 은퇴를 준비하기 위한 연금상품이나 목돈을 만들기 위한 저축성 상품들이 이러한 적립식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와 적립식 투자의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은퇴하기 전까지 자산을 쌓아나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준다. 왜 젊었을 때부터 모아야 하는지, 작은 금액으로 시작하더라도 이를 오랫동안 지키고 투자한다면 미래의 목돈이 형성된다는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손권석은?

현재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내 제주인터내셔널PB센터를 이끌고 있는 프라이빗뱅커이다. 미 일리노이대학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인 아이비엠에서 기술영업대표와 컨설턴트를 지냈다. KEB하나은행 입행 후 거액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과 자문업무를 수행했고, 부자들의 투자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업의 집사라고 불리우는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업무는 금융자산 관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기업재무관리까지를 포함한다. 가업승계와 증여를 통해 절세전략을 세우는 등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부터 세계배낭여행과 국제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본 여행가이며, 2001년 가을 이후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사진기 하나를 달랑 메고 계절마다 제주를 찾았던 제주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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