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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비밀스런 잠에서 깨어나다

2018년 10월 29일(월) 09:14
노대원 교수 news@jejusori.net
[BOOK世通, 제주 읽기] (111) 데이비드 랜들, 이충호 역, 《잠의 사생활, 해나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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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랜들, 이충호 역, 《잠의 사생활》, 해나무, 2014. 출처=알라딘.

현대인들의 수면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다. 신문지상에는 수면 부족 문제와 올바른 수면 습관에 관한 새로운 연구들이 자주 오르내린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지나친 수면 역시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너무 적게 자도 너무 많이 자도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기사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 연구들은 7~8시간 정도의 적절한 수면 시간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우리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잠에 관한 기사는 왜 그토록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잠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고, 동시에 일상적인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는 어두운 밤, 우리가 잠드는 사이에 스스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보다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잠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잠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의식을 내려놓는 시간에 대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현대과학은 잠의 내밀한 시간에 조금은 다가가기 시작한 것 같다.

데이비드 랜들의 《잠의 사생활》은 수면의 과학을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흥미롭게 탐구한다. 작가가 기자 출신인 만큼 발로 뛴 현장 취재들이 재치 있는 문장 속에 담겨 있다. 그는 잠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기업가, 전쟁터의 군인, 심지어는 범죄 사례까지 뒤쫓는다. 사실, 첫 번째 사례는 자기 자신의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출발한다. 그는 자다가 잠결에 걷다가 심하게 부딪쳐서 다친다. 고약한 잠버릇을 가진 탓이었다. 수면 연구소에 입원했지만 시원한 해결책을 얻지 못한 그는 스스로 잠의 비밀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우리 몸은 뇌가 꿈속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그에 맞추어 움직이지 않도록 호르몬을 분비하여 스스로를 마비시킨다. 의식이 깨어났지만 여전히 몸이 아직 꿈을 꾸고 있다고 착오를 일으킨 경우가 가위눌림이다. 이와는 반대로 꿈을 꿀 때 몸을 완전히 마비시키지 못한 경우가 사건 수면(parasomnia)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몽유병은 사건 수면이라는 수면 장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증상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경미한 사건 수면을 경험했던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사건 수면의 경우, 22km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달려가 두 명이나 살해하는 일까지 생긴다.

사건 수면 중에 벌어진 살인은 과거에는 무조건 처벌 대상이었다. 몽유병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살인했다는 말은 변명으로밖에 취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 수면에 대한 연구가 점점 알려진 뒤부터 처벌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건 수면 중에 벌어진 범죄, 즉 수면 범죄는 범죄의 의도가 없기에 처벌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종의 무기를 지닌 채 살아가는 것이기에 처방된 약을 복용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죄와 유죄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잠에 대해서 우리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유익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 가운데 재미있는 사례가 청소년들의 수면 습관이다. 십대 청소년들은 사춘기를 겪을 때 갑자기 잠드는 시간이 늦추어진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주기 리듬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청소년의 뇌는 밤 11시가 될 때까지 멜라토닌 분비를 시작하지 않고, 해가 뜬 이후에도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잠에서 쉽게 깨고 일찍 일어나게 되는 것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진화생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가족들의 수면 리듬이 모두 다르면,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설 수 있어서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에 유리했을 것이므로.

청소년의 수면과 관련해서, 한 연구자는 등교 시간을 늦추면 대다수 학생의 성적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수면 부족으로부터 학생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수면 문제는 우울증의 부작용이 아니라 수면 부족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미네소타 주 에디나의 고등학교는 오전 7시 25분 수업을 8시 30분으로 늦추기로 결정했는데, 그 뒤로 싸움과 우울증 발생 건수가 감소했고 중퇴 비율도 낮아졌다. 상위 10%의 성적도 크게 올랐다. 성적보다는 학생들의 삶의 질과 행복이 높아졌다는 점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제주의 일부 중등학교에서는 이른바 0교시 수업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입시 중심의 교육 환경과 우리 사회의 서열 문화 같은 것을 먼저 개혁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안다. 학부모들의 편의도 물론 중요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적은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볼 일이다. 

대학 시절, 도서관 1층에 음악 동아리가 운영하는 음악 감상실이 있었다. 말이 음악 감상실이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부족한 잠을 채우는, 아주 거룩한 장소였다. 때때로 못된 누군가가 ‘놀람교향곡’을 틀어 내 잠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면실, 아니 음악 감상실이 사라져버렸다. 새로 취임한 도서관장인 한 교수가 학생들이 그곳에서 자는 모습이 보기 싫다며 없애버렸다고 들었다. 나 역시도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잠을 청했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소설가이기도 했던, 그 선생님은 아마 외적으로 드러난 ‘아름답지 못한’ 상황만을 미학적으로 고려한 선택을 하셨을 게다. 하지만 그 음악 감상실에서 충분한 ‘꿀잠’을 자던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아름다운 소설을 맑은 정신으로 읽을 수 있었을 것이고, 잠을 자면서 ‘꿈꾸는 강의실’을 만들지 않고 초롱초롱한 의식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도서관에서 미리 예습으로 교재를 읽다가 (필시 5분 안에 졸음이 쏟아진다.) 짧게 자고 수업에 임하면 다른 학생들이 조는 동안 뇌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 그렇게 대학생일 때, 한 번도 강의 시간에는 졸아본 적이 없다!”라고, 교수가 된 나는 학생들에게 뻥을 치곤 한다. 하지만 그 말엔 일말의 유익한 진실이 담겨 있다. 충분한 잠은 물론이고, 짧은 낮잠 역시 우리를 인지적으로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어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이후, 프로이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꿈에 대한 과학적 연구, 우리는 본래 한 밤 중에 일어났다 다시 두 번째 잠을 잔다는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 부부가 같은 침실에서 잠을 자야 하는지, 아기를 잘 재우는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볼 일이다. 다만, 자기 전에는 읽지 않는 편이 좋겠다. 잘 자기 위해서는, 잠자기 직전에는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피해야한다고 배웠으므로. 

▷ 노대원 제주대 교수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신문방송학 전공, 동대학원 국문학 박사과정 졸업
대산대학문학상(평론 부문) 수상 
201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조교수 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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