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제주도 도시건축공동심의위원회는 투자진흥지구 지정이 취소됐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조건부 수용 결정을 내렸다. 계획이 추진되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일대 58만㎡(약 17만평) 부지에 사자·호랑이·코끼리 등의 맹수 관람시설과 4층 규모의 호텔 120실(9413㎡), 동물병원 등이 들어오게 된다. 곶자왈의 생태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최종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시점이 10년을 넘겨서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위적이고, 한정된 공간에서 제주지역 기후와 환경에 맞지 않는 야생동물을 전시하게 될 동물원이 들어오게 된다. 도내에서도 동물원 찬성과 반대의 입장 차이가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물원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연재 중인 '코코어멍 동물愛談'에서 그 이유를 세 번(27~29회)에 걸쳐 풀어보고자 한다. [필자 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27)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동물에게 어떤 의미일까?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어떤 형태가 되었든 결국 동물원이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규모로 보아 이전의 동물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단순한 전시에 목적을 두더라도 ‘동물테마파크’라는 이름값을 한다면 최소한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야생동물의 모습이 전시되는 형태여야 한다. 어느 정도를 말할까? 영국의 힙스네이드 야생동물 공원 면적은 73만여 평(241만3223㎡)에 달하고, 미국의 샌디에이고 야생동물 공원은 200만평(661만1570㎡)이 넘는다.  

그렇다면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고 하면 어땠을까? 이는 동물원에 갇혀 지낸 야생동물 중 학대를 당했거나 은퇴한 동물들의 남아있는 삶은 돌봐주는 곳이다. 그럼 야생동물 보존센터는? 그곳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고 번식시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곳으로 모두 야생과 가장 유사한 상황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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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어나온 어금니, 부어오른 얼굴, 근친번식으로 안면기형이 있어 동물원에서도 외면 받았던 크레인. 동물원에서 태어나 동물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고향은 서울대공원이다. 출처=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별>, 제공=김란영.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동물원수족관법’ 제2조 제1호에서 동물원이란 ‘야생동물 등을 보전, 증식하거나 그 생태·습성을 조사·연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전시·교육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원한 창경궁 내 동물원인 ‘창경원동물원’을 시작으로 100년을 조금 넘겨 동물원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상 이 법안은 동물을 건전하게 관리하고 동물복지를 위한 내용이 아닌 야생동물의 보전·연구, 국민들에 대한 정보 제공, 생물다양성 보전에 목적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원들은 야생동물의 보전을 홍보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보존에는 야생의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기후, 환경이 필요하고 동물들에게 충분히 넓은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동물원 수족관 등록,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는 고양이과인 사자, 호랑이의 사육면적 기준은 넓이 14m²(4.2평), 높이 2.5m이다. 이마저도 구체적 기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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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8일 동물원 관리부실로 우리 밖을 나왔다가 비참한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대전 오월드 동물원의 퓨마 ‘호롱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동물원 폐쇄를 요구하는 청원이 50건 이상이 올라왔었다. 출처=대전 오월드 누리집, 제공=김란영.

사파리형 동물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최대의 사파리 동물원을 표방하는 동물원이 동물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가 꼽은 ‘최악의 동물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사파리가 동물들에게 쾌적하고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이지만, 작은 숲처럼 보이는 몇 그루의 나무 뒤에는 차가운 콘크리트가 감추어져 있고 전압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우리 안에 갇혀 있다.

철창, 콘크리트 혹은 나무로 가려진 일정한 갇혀있는 공간에서 그들은 잘(?) 짜인 프로그램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무엇을 언제 먹는지, 얼마나 날아야 하고 또 걸어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통제된 삶을 살게 된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짝을 만나는 것도 모두 사람이 결정한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일지에 중심을 맞추고 있다.  

특히 최악의 동물원으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가 동물쇼와 체험학습이다. 쇼에 동원되는 원숭이, 코끼리, 물개, 바다코끼리 등 지능이 높은 동물들일수록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사육사들의 말에 따르면 동물 쇼는 구타 없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능이 높아 말을 안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련 과정에서 굶기기, 구타가 많을 수밖에 없음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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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 전 마산에서 출생한 당시 국내 유일의 북극곰 통키. 이후 에버랜드로 이주한 북극곰 통키는 좁은 우리 안에서 평생을 보내다 지난 10월 17일 고단한 생을 마감하였다. 출처=동물권단체 케어. 제공=김란영.

그렇다면 동물에 대한 지식이 늘어난 것을 고려할 때 사파리형 동물원을 포함한 현재의 동물원들은 사람들의 취향을 잘 반영하고 있을까? 미국 동물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관람객이 한 동물의 우리를 보는데 적게는 8초에서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 에딘버러 동물원에서 6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도 평균 33초 밖에 동물을 지켜보지 않았다. 동물원 측은 야생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 선전한다. 맞다. 그러나 단지 33초로 우리는 어떠한 정보를 얻게 될까? 오히려 그들의 생태를 잘못 이해하게 되는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릴 적 보았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파충류과인 동물은 그냥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TV 영상 속에서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그 동물은 뜨거운 사막을 빠르게 가로지르며 순식간에 시선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느린 속도로 다시 보여주자 그 모습이 귀여워 한껏 웃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법의 개별 규정은 그 기능을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제14조 ‘보유 생물의 적절한 보전, 증식 및 질병의 치료 등에 필요한 기술과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만 보더라도 동물원이 그 기능을 담아내는 시설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현재의 동물법 목적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동물복지조차 고려되지 못하는 기존의 동물원과 또 새로이 신설되는 동물원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세계동물보호협회(World Society for the Protection)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80%가 동물원의 동물복지를 걱정했고, 절반 이상은 동물원이 야생동물 보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동물원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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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년 동안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단 한 번도 철창 밖을 나오지 못했던 크레인. 동물원의 불편한 관행과 문제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출처=동물자유연대, 제공=김란영.

정작 제주의 야생동물 연구는 소홀히 하며 자신의 고향과 수천 마일 떨어져 기후와 환경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자, 호랑이, 코끼리 등을 굳이 제주에서 보전, 증식하거나 연구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묻게 된다. 겉으로는 야생동물의 연구와 종 보전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오락과 전시를 목적으로 그들은 자연의 본능과 습성이 사라진 채 통제된 공간에서 수많은 관람객을 맞이하면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 사업은 2005년부터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2011년에 업체 부도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었고, 2015년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취소하였다가 다시 7년 만에 재추진하고 있다. 알려진 과정만 보더라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 시간동안 많은 것이 속절없이 달라졌지만, 우리는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제주동물테마파크, 마치 거울처럼 선명하게 제주의 지난 굴곡진 10년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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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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