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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찾아 해안으로 온 망모르 동산의 산물

2018년 11월 24일(토) 15:12
고병련 news@jejusori.net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83) 평대리 동동(東洞) 산물

제주도의 해변 마을은 산간 지역에서 해변 지역으로 이동되어 왔듯이 평대리도 비자림 서쪽 지대, 속칭 검석굴왓 지경에서 식수인 물을 찾아 해안으로 이주한 마을이다. 특히 해적을 방어하기 위해 진을 치고 망을 보았다는 높은 지대인 망마루(망모르) 동산이 있었던 망지동은 동동의 동네로 생이물과 웃물, 그리고 큰물통이란 산물이 동네 한 곳에서 솟아나고 있어, 이 물을 있기에 해안으로 이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동네이다. 이 동네에는 ‘생이물’의 머리에 있는 포구인 ‘물머리’가 있고, 망지동의 산물들은 물머리를 통해 바다로 빠져나간다. 

호종달의 물혈전설을 보면 종달리에서 물의 혈맥을 끊었다하여 ‘물징거’라는 단혈지명이 있듯이, 평대리에도 비자림 인근에 ‘물징거’라는 지명이 있다. 물징거는 송당 지경에서 흘러내린 큰물이 홍수로 변하면 이곳에서 물이 순식간에 밑으로 빠진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즉 물이 있다가 사라진다는 의미에서 ‘물징거’는 종달리와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지명이 마을에 있다는 것은 물은 재해를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극복한 만큼 물을 찾아 해안으로 온 마을의 생명수로 귀하게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이물(생이통)은 새처럼 작은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물’이란 의미가 더 강한 산물이다. 이 산물을 중심으로 하여 이웃 세화리와 바다밭 경계를 삼았으며 남자들이 사용한 목욕용 물이다. 현재 이 산물은 마을 입구 공유수면을 매립한 길가에 있다. 산물로 들어가는 입구를 콘테이너와 각종 물건들로 막혀있고 바람에 날아 온 쓰레기 만 잔뜩 있어 산물은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이 산물은 공유수면 매립 시 개수되어 사각 시멘트 통만 있고 원형은 사라져 버렸으며, 기존 돌담 위에 블록을 쌓고 벽을 만들어 산물을 격리 시켜서 마을의 유산을 숨긴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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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웃물은 궤와 그 주변이 모습은 예전 그대로로 마을 안 언덕배기에 자리한 산물로, 궤(동굴)에서 물이 솟아나오고 있다. 이 산물은 식수용 이외는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산물 전체가 식수통으로 여자들만 사용했다. 빨래나 목욕 등은 바로 밑에 산물을 받는 큰 물통을 사용했다. 큰 물통은 따로 산물이 용출하는 곳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웃물에서 내린 물을 받아 사용한 물통으로, 받은 양이 많은 통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 이 산물은 웃물만 옛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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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3. 큰물통.JPG
▲ 큰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들은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 공유수면 매립사업이 한창일 때 매립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마을주민들은 평대리 설촌의 맥을 같이 하는 산물로 마을의 근간이 되는 설촌 유적의 보존 차원에서 매립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반대로 살아난 산물이다. 

그런데 산물이 솟는 양은 예전만 못하다. 왜냐하면 공유수면 매립사업의 과정에서 물이 흘러갈 수 있는 구배를 평지처럼 최소한의 기울기로 구배를 해 버려 물 흐름이 정체되기 때문이다. 큰 물통은 돌 계단식으로 개수 했었는데, 최근에 돌담으로 산물을 감싸고 내부를 옛스럽게 복구하였다.

4.언덕배기서 본 웃물과 큰물통.JPG
▲ 언덕배기서 본 웃물과 큰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제주 속담에 '물질광 물콘 안 막나(물길과 물꼬는 안 막는다)'고 했듯이 지금이라도 제주인의 생명의 근원이자 삶의 역사를 간직한 산물을 복원하고 다시 돌려놔야 한다. 지역 주민과 제주를 찾는 여행객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옛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만나는 공간이 될 것이다.

# 고병련(高柄鍊)

▲ 고병련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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