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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적

2018년 11월 26일(월) 10:41
강종우 news@jejusori.net

[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7) 영국 로컬리티의 지역자산 공동소유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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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코셤 스트리트에 있는 지역혁신기구 ‘로컬리티(Locality)’는 지역공동체 조직화를 돕는 단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지, 국유지 등의 토지나 비어 있는 건물을 공동체 방식으로 관리한다.

지역시민단체나 우리네 사회적기업과 유사한 공동체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가 싼 가격에 매입 혹은 대여해 경영하면서 생기는 수익을 지역주민의 공공이익을 위해 사용하도록 도움을 준다. 

영국 남부의 라임 레지스 지역은 ‘쥐라기 해안’으로 불릴 정도로 화석이 많이 발굴됐지만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지역에서 로컬리티는 주민들과 함께 화석 박물관을 세운 뒤 지리학자와 해양생물학자가 해안을 함께 걸으며 안내하는 ‘화석 워크 투어’를 개발해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과 함께 지역의 지리학과 고생물학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한다.

영국 북부 도시인 토드모든은 공동경작의 성공사례. 토드모든에는 빈 공터가 많았는데 로컬리티는 지역주민들과 이 공간을 활용해 꽃과 야채를 심었다. 경작이 늘어나자 농장 규모로 확대됐고 경작물은 지역주민들 모두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에는 지역의 토지나 건물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공동체 자산’으로 만드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지역자산 공동소유운동은 대개 작게 시작해서 점점 커지는 구조. 주민들이 뜻을 모아 하나의 자산을 공동 소유하게 되면, 이를 토대로 수익 사업도 생겨나고, 친환경 에너지 발전 설비 마련이나 청소년 프로그램 운영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만들어 지면서, 점점 살기 좋은 동네로 변모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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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ality

신자유주의적 시장만능주의가 엄연히 작동함에도 영국에서 이런 풀뿌리 운동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은 ‘비빌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사업에 장기 투자하는 사회적 금융 기관이나 재단들이 많다는 것.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정책과 연결해 주는 중간지원조직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로컬리티. 로컬리티는 지역사회와 밀착해 마을 중심으로 지역발전을 꾀하는 게 특징이다. 주된 활동은 지역 공동체가 자산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을 돕고, 정부 보조금이나 투자기금, 기부금 등과 연결하는 것. 로컬리티에 소속된 마을공동체 750여 곳은 2014년 기준 3억1700만 파운드(약 5550억 원)의 수익을 냈다. 고용인력만 38만2000명에 이르고 전문 자원봉사자도 2만2500명에 달한다. 마을공동체 복원은 물론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톡톡히 거둔 셈. 

로컬리티의 활동은 2011년 제정된 ‘지역주권법(Localism Act)' 이 제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지역에서 가치 있는 자산이 매각될 때, 6개월 동안 토지 소유자가 개인에게 이를 팔 수 없도록 유예기간을 둔다는 게 주요 골자. 마을공동체가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취지다. 가령 로컬리티가 운영하는 공동체 권리 지원서비스(Community Rights Supports Service)라는 웹사이트에 지역 자산 리스트를 올릴 경우, 6개월 동안은 일방적으로 판매하거나 매각할 수 없게 한 것.

그 리스트에는 일부 민간 소유의 토지나 부동산도 포함된다. 만약 공동체가 그 자산을 구입하여 지키고 싶다면, 6개월이라는 시간을 통해 모금이나 여러 방법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이  웹사이트 목록에는 2014년까지 총 2600여 건이 등록되었고, 그중 200여건이 공동체 소유로 전환되었다.

영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또한 이런 움직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시민사회 주도로 공동체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지원프로그램 공동체 오거나이저(Community Organiser)가 그것. 4년에 걸쳐서 500명의 선임 오거나이저를 뽑고 4500명의 자원봉사 오거나이저가 참가한다.

이들이 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공통된 능력을 개발해주고, 지역민들에게 중요한 지역사회의 이슈를 찾아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동체 오거나이저는 공공이 맡아야 할 사회적 역할을 시민사회로 이양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정부 또한 이러한 지원을 통해 시민사회의 주도를 이끌어냄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복지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지금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 세수를 늘려 공공서비스에 지출하는 사회복지제도 합의모델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고, 공공지출 삭감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배적인 경제적, 정치적 방침으로 굳어져 가는 상태. 그러면서 국가는 누가 무엇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시민 나아가 공동체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적극적 시민정신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몇 해 전 마포 성미산을 다녀간 로컬리티 활동가 클레어 씨는 “영국에서는 공동체의 자산 소유(Community Ownership)와 공동체 기업(Community Enterprise)이야말로 빈곤과 박탈, 사회적 배제를 제어하고, 권한이양과 고용 그리고 자조를 가능케 하는 힘이자 해결책”이라며 이 두 가지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일궈낸 평범하지 않은 기적’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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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 제주는 거꾸로 달려온 건 아닐까 싶다. 영국과는 전혀 딴판. 공동목장은 말할 것 없고 중산간과 해변, 그리고 도심 안마당마저 모두 다 내다팔려는 형국이다. 그러면서 부동산 광풍입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입네 하며 부산스럽기만 하다. 더 늦기 전에 한번쯤은 돌이켜 볼 때... 로컬리티의 공동체신탁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면 어떨까?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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