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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것할망을 지킨 차디찬 산물

2018년 11월 28일(수) 10:00
고병련 news@jejusori.net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84) 세화리 찬물

세화리에 인가가 먼저 생긴 곳은 ‘가는(고는)곶머세’이다. ‘머세’란 숲을 뜻하며, '곶'을 ‘꽃’의 변형으로 미화됐다고 해석된다. 그래서 세화리(細花里)의 옛 지명은 ‘가는곶’이라 했으며, 가는곶은 아끈다랑쉬(작은 월랑봉[月郞峰])에서 현 세화리 남측까지 가느다랗게 뻗어온 나무숲을 이뤄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화에 ‘세(細)’는 ‘가는’, 즉 가늘다는 뜻이며, ‘화(花)’는 ‘곶’으로 수풀을 뜻한다.

세화리를 대표하는 산물은 찬물(첫물)이다. 물이 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물은 하도리와 바다밭을 경계로 삼는 물로 ‘찬물통알’ 혹은 ‘찬물통코지’라는 세화해수욕장 동측 경계에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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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물(앞, 물통 2곳)과 갯것할망당(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찬물은 짠물의 제주어로 소금을 만드는 함수를 일반적으로 찬물이라 한다. 그리고 세화리에 맨 처음 샘(물통)이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여 첫물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고, 물이 차다고 하여 찬물이라 부른다고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찬물은 살아있는 산물로 마을사람들은 산에서 내려온 물이라 여긴다. 찬물은 세화리 ‘갯것할망당’을 지키는 물로, 할망당을 ‘찬물통알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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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수 전 찬물(좌 여자 전용, 우 남자 전용).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3. 개수 후 찬물(앞 여자전용, 뒤 남자전용).JPG
▲ 개수 후 찬물(앞 여자 전용, 뒤 남자 전용).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갯것할망은 출입하는 배의 어물(魚物)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부들을 위한 당의 신이다. 할망이 있는 당은 물때를 맞춰야 찾아 갈 수 있다. 밀물 때는 바닷물로 막혀 섬 속의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 하얀 모래밭이 나타나면 건너 갈 수 있는 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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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서 본 찬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찬물은 두 곳에 사각 돌담을 쌓고 사용하다, 시멘트가 보급된 후 시멘트로 덧칠을 하고 돌 틈새를 메운 소박한 형태로 축조됐다. 근래에 다시 돌담을 쌓고 재정비 했으나 개수 전보다 소박한 맛이 사라져 예전만 못하다. 찬물은 왼쪽에 있는 통이 여자 전용이고 동측인 오른쪽에 있는 것이 남자 전용이다. 외부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사생활 보호를 위해 출입구가 꺾인 미로형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찬물은 나란히 놓은 일자형 암을 물팡으로 사용한 것이 특이하며, 물팡 사이 하얀 모래 바닥을 비집고 작은 맴돌이를 만들면서 용출되고 있다. 그래도 백사장 가에 있어 그런지 순박하게 보이는 산물로, 갯것할망과 함께 바다의 첨병처럼 해수욕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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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전용 찬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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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전용 찬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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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물 용출 광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 고병련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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