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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홈리스, 공원의 수호자가 되다

2018년 12월 11일(화) 09:00
강종우 news@jejusori.net

[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8) 일본 사회적기업 (주)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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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스가 운영하는 노인식당 외관. 덮밥이나 간소한 정식을 제공한다. 노인층과 홈리스들이 애용한다. / 사진 제공=강종우 ⓒ 제주의소리

일곱 해 전인가 소개했던 일본 (주)나이스(Nishnari Inner City Enterprise, 강종우의 일요일 편지 ‘그들도 우리처럼...’). 홈리스(Homeless) 밀집지에서 ‘일자리 찾기의 another way’를 표방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오사카 가마가사키(釜ケ崎) 아이린 지구는 니시나리(西成) 총인구 15만 명 가운데 보호대상자 나 홈리스 등 보호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1/3 이상이 밀집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슬럼가다. 이 지역은 소위 ‘부락(部落)'이라 명명돼 100년 넘게 천대를 받아 온 건 물론이고 값싼 노동력의 공급시장, 그리고 소위 지하시장(Black Market)의 온상지로 전락했다. 이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받아 온 사회적 차별과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회적 배제는 일자리, 건강과 교육, 주거 등 생활전반에서 악순환이 고착돼 왔다.

눈으로 직접 본 그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들어서면서부터 코끝을 자극하는 역한 냄새에다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옷매무새에 제 안방인 양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거나 골목 곳곳에 들어선 포장마차에서 술을 들이켜다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뜩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홈리스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바로 이곳 아이린 지구에서 나이스는 홈리스를 위한 일자리 찾기의 새로운 길(another way)로  ‘엘 챌린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2년 도시공원 지정관리제 시행에 따라 조인트벤처 공원협동관리공동체를 설립해 공원 두 곳에 대담하게 홈리스를 고용했다. ‘얼마 전까지 공원 안팎에서 그저 뒹굴며 잠만 자던 바로 그 홈리스들을?!’ 누구나 의아해하고 모두들 우려하긴 마찬가지. 하지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볼썽사나운 모습에 시민들마저 꺼려했던 홈리스가, 도심공원을 생태적으로 관리하며 어린이체험학습도 진행하는 가디언(Guardian)으로 탈바꿈했다. 자연에, 그리고 사람에게 부드럽고 친숙한 공원으로 거듭난 건 물론이고, 시민들도 박수를 치며 공원 길 산책에 나서기 시작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변화에 (주)나이스가 들인 공은 만만치 않다. 홈리스들이 식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원예복지사 양성과정을 개설함은 물론, 영리기업 인 (주)NICE안에 비영리부문 ‘생활(くらし) 응원실’을 만들었다. 홈리스 상담(나니와노정), 주거복지와 생활지원(협동주택 캄파넬라와 복지맨션 花-입주자들의 소통공간 담화실 마련), 헌옷가게 리뿌라와 오후로야(おフロ屋, 목욕탕) 三星온천, 로컬푸드 식당과 마을약국, 홈리스 등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클레멘트 코스(인문학 교육과정), ‘즐김을 배우고 배움을 즐기는 새로운 학교’ 락숙(樂塾), 지역 내 경로당 어르신 및 보육원이나 유치원 아동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대안가족' 만들기, 무이자대출은행 ‘쯔루미(鶴見) 휴먼뱅크’등등.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대안으로 공원에서 시민들이 불결함과 위협을 느끼던 홈리스를 고용해서 오히려 안심하고 안전한 공원을 만든다는 발상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그야말로 사회혁신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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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린지구 홈리스들을 위한 숙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 휴식이 공간인 동시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 사진 제공=강종우 ⓒ 제주의소리

아니, 이건 시작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슬럼가인 이곳에 마을꽃집(花屋さん Bon)을 열기도 한다. ‘빈 점포를 지역을 위해'라는 유언을 남긴 남편의 의향을 이어받은 마을꽃집에서 일하는 스탭은 홈리스(Homeless)나 니트(NEET)들. 게다가 홈리스들이 득실대는 이곳을 ‘꽃이 가득한 거리’로 만들겠다는 공공디자인 지역화단(Community Garden)까지. 정말 기발한 착상과 창의력이 넘쳐난다.

그리고 니시나리 생활조합(くらし組合)도 있다. 출자금 1000엔에 월 회비 600엔에 불과한 이 조합의 회원은 4000여명. 가난한 사람과 고령자들이 일상에서 필요한 생활물품 구입과 사회서비스 제공에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바로 본인들의 표현대로 ‘자신들을 위해 지역에서 스스로 만드는 안심(安心)네트’라 할만하다. (주)NICE의 모든 활동은 모두 가난하고(사회적 배제) 소외받는(사회적 차별) 니시나리(西成) 아이린 지구를 현장으로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활밀착형 커뮤니티비지니스(CB)를 통해 지역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자활을 화두로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보겠다며 맨땅에 헤딩하던 내겐, 당시 오사카 홈리스 밀집지역 아이린 지구에서 ‘일자리 찾기의 another way’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주)NICE를 둘러보며 느꼈던 인상은 너무나 강렬했다. 거기에서 우리는 벌써 잃어버린, 그만큼 애타게 그리워하던 신뢰의 공동체를 끄트머리나마 붙잡을 수 있었다. 바로 공동체야말로 가장 강력한 사회안전망이자, 자립과 자치, 자활의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비즈니스를 배우러 왔다가 커뮤니티를 느끼고 간다'고 후기를 남겼을 정도.

노숙인. 그들은 그 누구에게도 기댈 곳 없이 Houseless(집 없는)에서 Homeless(가족 없는)로, 그리고 결국은 Hopeless(희망 없는)로 빠져든 사람들이다. 사회적 빈곤의 막다른 길, 막장에 ‘버려진 이웃’이라 해도 허튼소리가 아니다. 거리에서 삶을 이어가는 노숙인들도 얼마 전 바로 우리의 이웃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부정하고 싶겠지만, ‘노숙’이란 부지불식간에 닥칠지 모르는 운명처럼 바로 자신 혹은 가까이 있는 이웃의 문제다.

“오늘 보기에 두려워 보이고, 험상궂고, 지저분하고, 냄새난다는 이유로 멀리하면 우리 사회 한 쪽에 병든 자들이 늘 자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면 그들에게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우리의 관심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노숙인 문제를 바로 보자던 구세군사관님의 말씀이 다시금 가슴을 파고든다. 그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다가갈 순 없을까.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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