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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동네 바다에 신이 숨겨 놓은 산물

2018년 12월 23일(일) 11:05
고병련 news@jejusori.net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91) 신산리 귿등개 산물

먼 바다에서 마을 형태를 바라보면 마치 삼태기와 같다는 '끝동네(末洞)‘라는 뜻의 귿등개(그등애) 마을. 바로 신산리다. 

예전 이 마을은 신이 사는 숲의 길목인 ‘신술목’으로 불린 중산간 마을이라서 신산이라 한다. 그러나 빗물인 봉천수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식수 사정이 어렵고 생활에 불편을 느껴 좋은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해안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 신산리를 '끝동네(그등애)'라 한 이유는 중산간지대 마을 가운데 가장 끝에 있으면서, 해변 가까운 곳에서 위치한 동네라서 그렇다. 지금도 이 마을 해변 곳곳에서 다량의 산물들이 용출되는데, 마을이 해안으로 옮겨 올 당시 중심이 된 산물이 만물과 분드르개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들 산물은 담수와 해수가 혼합된 기수층에서 용출돼 소금기가 있다. 밋밋한 물만 때문에 보리를 넣고 물을 끊여 마시곤 했다.

1. 만물.JPG
▲ 만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2. 밀물 때 만물.JPG
▲ 밀물 때 만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3. 썰물 때 만물.JPG
▲ 썰물 때 만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만물은 마을의 앞에 있다고 해서 앞개로도 불린다. 마을의 중심을 이루는 신산포구 인근에서 솟는다. 용출되는 양이 이름 그대로 만물처럼 바다 속 작은 내를 이룬다. 산물이 솟는 곳은 조그마한 만(灣)으로 여기저기 담수가 풍부하게 용출되어 만 자체가 바다 호수를 연상하게 한다.

4. 만물 용출지점.JPG
▲ 만물 용출 지점.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5.바다로 가는 만물과 물막이.JPG
▲ 바다로 가는 만물과 물막이.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소금기가 다소 섞여 있지만 식수와 우마의 급수장으로 이용하던 물이다. 산물이 다량으로 솟는 곳은 암반과 모래가 뒤섞여 있다. 여기에 자연을 최대로 활용하여 바닷물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큰 암반으로 둑으로 막아 자연친화적으로 사용해왔다. 

지금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목욕과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담수욕장을 만들었다.

▲ 만물 자연담수욕장.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암반에서 솟는 만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모래바닥에서 솟는 만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신산리에는 만물 못지 않은 큰물로 알려진 바닷가 산물이 주어동 포구 서측에 있는 분드릿개에서 솟아난다. 이들 산물들은 분드르물과 우알물이라 부른다. 산물군 모두를 통칭하여 분드릿개물이라고 한다. 

▲ 분드르 산물군.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주어동 포구는 분드르에 있는 포구라는 의미로 예전에는 한자 표기로 분야포(分野浦)라 했다. 분드르물이라 불렸던 이유는 ‘드르’는 ‘들’이라는 제주어로 즉 “마을과 떨어져 있는 들판이 있는 포구”의 주변에서 나는 물이기 때문이다. 

분드르물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세 군데의 암반 틈에서 솟고 있으며, 한 사람 정도 목욕하기 좋은 웅덩이가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산물은 전분공장에서 이용하거나 포구의 물이나 식수로 사용했었다.

▲ 분드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분드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분드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우알물은 길게 뻗어 나온 암반을 경계로, 이웃하여 두 군데서 솟아나고 있어 ‘우알’이라고 한다. 우알은 제주어로 위와 아래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알은 물이 같은 곳에서 용출되지만 위·아래서 솟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 우알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우알물의 우(위)는 서측에서, 알(아래)은 동측에서 솟는데 용출되는 양은 서측이 동측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 산물은 작은 궤(동굴의 제주어)처럼 생긴 현무암 틈에서 솟아나는데, 주변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직경 3m 정도의 원형의 웅덩이에 모여들어 바다로 빠져나간다. 

이 산물도 염분기가 있으며 마을의 지명 유래에서는 식수, 목욕, 우마용 물로 사용하였다고 소개한다.

▲ 우알물 용출 광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분드릿개의 물에서 서쪽으로 250m 떨어진 곳에도 다량의 산물이 솟는다. 이 산물은 농어개라는 곳에서 용출되는 농개물이다. 

▲ 농개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농어개는 농어가 많이 들어오는 어장으로, 예전에는 개의 입구를 막아 투망을 하여 고기를 잡던 곳이다. 이 산물도 만물과 같이 큰 암반으로 둑을 쌓아 바닷물과 구분하였는데, 지금은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됐고 담수욕을 할 수 있도록 피서시설을 갖췄다.

▲ 농개물 자연담수욕장.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신산리의 산물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용한 자연친화적인 물이다. 국토해양부는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해안누리길을 2010년 지정했는데, 여기에 성산읍 신양해수욕장에서 시작하는 바닷길이 속한다. 신산리 산물은 해안누리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신산리 산물은 물 힘이 좋고 양도 많다. 그래서 만물, 분드르물, 농개물은 물때를 제대로 맞추어야만 볼 수 있다. 평상시에는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썰물이 최고조인 시기에 가면, 큰 파동을 그리며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급류를 이루는 강처럼 보인다. 바다가 숨겨 놓은 물이라 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만큼 장관이다. 이 산물들이 있어 신산리는 ‘신이 사는 마을’ 이름 그대로 신성하게 다가온다.

# 고병련(高柄鍊)

▲ 고병련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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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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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 2018-12-24 11:44:36    
이렇게 애써주시는 분이 계셔서
기록으로 남겨지니 걱정은 좀 덜지만... 개발보다는 지속보존의 가치가 더 깊이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제주도를 사랑합니다.
17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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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2018-12-23 20:07:06    
7, 8월 신산리는
나의 휴가지♡

내고향, 신산리
그대로만 있어줘라...
울아버지 어머니 보고플 때,
찾아가면 대신 반기는 신산리♡
옛모습,
변하면 나 어떻하니...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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