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화시대, 제주 분권을 말하다] ③ 5개 선거구 중 4개 무투표 당선...무용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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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제주에 전국 최초로 교육의원 제도가 도입됐다.

교육자치를 내건 교육의원은 제주특별법 제36조(도의회의원의 정수에 관한 특례) 1항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의 정수(64조에 따른 교육의원 5명을 포함한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교육의원에 출마하려면 교육행정경력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해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로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 당원이 아니어야 한다.

교육의원의 임기는 4년이며, 광역 도의원 대우를 받는다. 다만 상임위 활동은 교육위원회에서만 할 수 있다.

2006년 제주도의 첫 교육의원 도입은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16개 시도에서 교육의원을 선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국 16개 시도에서 실시한 교육의원 직선제는 처음부터 한시적이고, 시범적인 성격이 강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교육의원 관련 규정은 2014년 6월30일까지 유효한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한마디로 교육의원은 1회만 선출하는 '일몰제'였던 것이다. 

전국 광역시도는 단 한차례만 실시하고 없어졌지만 제주도 교육의원은 살아남았다. 일반법(지방교육자치법) 보다 우선시되는 특별법(제주특별법)에 규정됐기 때문이다.

교육의원 제도가 시행된 10여년 동안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고 제주교육 발전과 교육자치, 교육청 견제 역할을 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교육의원 폐지에 대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피선거권 제한' 탓이 크다. 교육의원에 출마하려면 '교육행정경력 5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해 4월30일 제주특별법상 교육의원 출마 자격 제한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헌법소원심판청구서는 제주특별법 제66조 2항 '교육의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교육경력, 교육행정경력이 5년 이상이거나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을 합한 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헌법상 공무담임권과 평등원칙,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은 국민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관 구성원이 되며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라며 "하지만 제주도 교육의원의 경우 최소 5년 이상의 교원 또는 교육공무원으로 경력이 없다면 후보자가 될 수 없어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교육경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지에 관한 차별이 존재해 평등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며 "헌법의 핵심가치인 보통선거 원칙을 위반하고,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중대하게 왜곡해 민주주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 5개 선거구 중 4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도 교육경력 조항과 무관치 않다.

특히 교육의원 제4선거구의 오대익 교육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에 이어 2회 연속 무투표 당선됐다.

게다가 5년 교육경력과 겸직 금지 조항 때문에 교육의원에 대한 인적 구성의 다양성도 없어지고 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교육의원에 당선된 16명 중 현 이석문 교육감을 제외하고 15명이 초중등 교장 출신이다.

교육자치를 위한다는 교육의원 제도가 학부모나 현직 교사 및 교육행정직,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입성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오히려 교육자치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의원에 대한 인지도 역시 문제다. 

교육의원 선거구는 도의원 5~6개 선거구를 합친 것 만큼 크다. 지역구 도의원 처럼 선거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 후보자인지도 모른 채 '묻지마 투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의원이 교육감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불편한 진실'이다. 

12년 동안 교육의원 중에서 차기 교육감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고, 현 이석문 교육감 역시 교육의원을 두번 지냈다.

교육의원으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인사도 4명이나 된다. 현직 교육의원들도 여차하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출마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직 도의원들 사이에서도 교육의원 '무용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의원은 "교육의원이 교육계 전체를 대표하지 않고, 퇴직 교장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며 "지방선거에서 4명이 무투표로 당선될 만큼 지역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도 않았다. 다수 의원들은 교육의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역 교육의원들은 다른 입장이다.

부공남 의원은 "그동안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은 교육의원 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도민들이 교육자치를 위해 교육의원 제도의 필요성과 장단점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 의원도 "시간이 흐를수록 교육의원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며 "제주도와 도의회, 도교육청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개선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교육의원 존폐 문제는 2017년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특별법 개정사항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 

선거제도 개혁방안이 국회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만큼 이번에는 교육의원 제도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헌재에서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인용하면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과연 교육의원 폐지 문제에 대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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