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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후관리계획 수립 중”이라는 제주도 담당공무원의 답변 충격

제주도가 사후관리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에서 국내 제1호 영리병원으로 기록될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내준 정황이 포착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봉)는 30일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추진한 5개 개발사업에 대한 특별업무보고를 받는다. 이날 업무보고 내용 중에는 도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는 녹지국제병원 관련도 포함돼 강도 높은 질문공세가 예상된다.

제주도가 지난 24일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조사 자료 중에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원본)도 포함됐다. 다만, ‘대외비’ 조건을 달고 의원들에게 전달됐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사업계획서에 △사업개요 △사업추진계획 △사업시행자(녹지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 소개 △재원조달 및 투자계획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담겼다는 것 정도다.

특위 위원들이 그 동안 논란이 됐던 △국내자본의 우회투자 △녹지그룹의 의료기관 유사사업 경험 입증에 화력을 집중할 것 같다는 ‘기자의 촉’이 발동했다.

현행 제주도 보건의료특례 조례는 유사(병원)사업 경험이 없으면 개원을 허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한국법인이 우회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외국의료기관(영리병원)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녹지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만 보면 녹지그룹이 100% 출자, 우회투자 논란에서 비껴갈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궁금했던 것. “개원 허가를 받은 후 병원 운영과정에서 증자 또는 지분양도를 통해 우회투자가 실현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통상 유한회사는 사원(주식회사로 치면 주주에 해당) 이외의 자에게는 지분을 양도할 수 없지만, 사원총회 특별결의에 의해 타인에 양도할 수 있다. 또 사원총회 결의에 따라 얼마든지 회사의 자본금을 늘릴 수 있다.

사업계획서에 첨부됐을 녹지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의 정관 역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제3자에 의한 증자가 최초 개설허가 당시 자격이 유지되는지 여부는 별개의 논쟁거리로 미뤄두자.

만에 하나 ‘허가 자격’ 유지에 대한 명쾌한 규정이나 해석이 없다면 개원 후 증자를 통한 국내자본 우회투자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우려를 염려한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담당공무원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기자 = 개원허가를 받은 녹지 측이 병원을 운영하다가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중간에 증자를 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공무원 = 그렇게 예상되는 문제들 때문에 지금 사후관리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기자 = 그럼 지난해 12월5일 개원허가를 내주면서는 증자와 관련된 조건을 단 것은 없습니까?

공무원 = 그런 건 없습니다. 개설허가 조건은 ‘내국인 진료 제한’ 하나 뿐입니다.

그리고는 질문이 당황스러웠던지 “사후관리계획에는 회계나 인력운영 등 사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대로 진행되는지 여부를 관리하기 위한 세부기준들이 마련될 것”이라며 “만약 사업계획서 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발 영리병원 문제는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제는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행정의 신뢰도, 거액의 손해배상, 고용승계, 나아가 외교마찰까지 거론하며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마저 무시한 제주도의 개원 허가.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던 원희룡 지사의 모습이 중첩된다.

그런데, 담당공무원의 “사후관리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는 말 한마디는 향후 벌어질 수도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최소한의 시뮬레이션도 없이 허가를 내줬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도민이 도정의 주인, 도정의 목적도 도민, 도정의 힘도 도민”이라던 원희룡 지사의 ‘개원 허가’ 발표는 예상 밖이었다.

여전히 제주도민,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국민들까지 ‘도대체 왜?’라고 묻고 있다.

“전국적으로 조명 받으니까 좋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불허’를 예상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던 녹지 측에 속내(?)까지 간파한 빅피처였던 겁니까?”.

원희룡 지사가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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