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섬 숨. 쉼] 선물처럼 주어진 또 한 번의 새해 설날에

아빠의 애창곡은 <대전부르스>나 <백마강> 등이었는데 한 잔 하시고 기분 좋을 때는 길게 늘여서 한 곡조 뽑으시곤 했다. “자아아알 이있거어라 나아아는 가안다. 이벼어얼의 마아알도 없이….” 가끔 노래방에 갔을 때 화면은 벌써 떠나가는 새벽열차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자신의 리듬에 맞춰 열창했다는 것이 엄마의 추억이다.
 
가끔 우리 아들은 요즘 즐겨 듣는 노래라며 페노메코나 크러시, 콜드 등의 노래를 내게 들어보라 권해준다. 아들의 삶을 위로해주는 노래라는데 내게는 거의 모두 생소한 곡들이다. 그래도 특히 가사를 음미하며 그 노래에 함께 흐르는 아들의 감정의 여운을 느껴보려 애쓴다.

낀 세대인 나는 어찌어찌 부모 세대의 노래도 가끔 듣고 아들 세대의 노래도 듣는데 할아버지할머니와 손녀손자들은 서로의 세대 노래를 알까? 아마 거의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노래라며 즐겨 듣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익숙하지 않고 잘 모를 뿐인데도 막연히 상대방 세대의 노래 같은 문화를 무조건 배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대 갈등이 큰 사회문제라고 한다. 물론 아주 오래전부터 세대 갈등은 있어왔지만 요즘은 특히 더 심각한 것 같다. 그 원인과 해결 방법 등등은 훌륭한 학자들이나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찾고 있을 것이다. 그 길에 함께 서서 내가 생각한 것은 우선 서로를 배척하기 전에 알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로 즐겨 듣는 노래를 바꿔서 듣거나 불러보면서 느낌을 공유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금 어르신들도 한 때 피 끓는 청춘의 시절을 거쳤고 지금 열혈 청년들도 시간이 흐르면 노인 세대가 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우리 세대는 어정쩡하게 두 세대에 한 다리씩을 걸쳐놓았다. 이들은 서로를 낯설어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 같은 희로애락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알아나간다면 의의로 좋고 따뜻한 일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민족의 대명절 설이다. 허겁지겁 한 해를 보내고 2019년을 맞아 숨고르기를 한지 한 달여가 지났다. 그런데 다시 새로운 해를 맞는 설날을 앞두니 뭔가 너무 기분이 좋지 않은가. 윷놀이에서 모가 나와 한 번 더 기회를 얻거나 카드게임에서 조커 카드를 뽑은 느낌. 뭔가 아쉬웠는데 이제 새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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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봄을 알리는 기분 좋은 입춘굿이 제주목관아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이렇게 기분이 좋은 김에 이번 설날에는 공부는 잘하고 있지,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언제 낳니 같은 말 대신에 너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니, 어떤 영화를 좋아하니 같은 말을 해보면 어떨까. 세뱃돈을 받는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좋아하는 노래가 뭐에요, 엄마 아빠 제가 좋아하는 노래 한 번 들어 보세요, 라고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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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희 대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간단한 일 같지만 막상 하려면 쑥스럽고 어색할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도 상을 차리고 걷어내느라 이런 덕담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한 번 쯤은 시도해볼만하지 않은가. 아낌없이 복 많이 받으라고 덕담해주는 설날을 맞아서.

독자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https://blog.naver.com/jejubarams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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