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전담사-강사-학부모 반발, 프로그램 기기 무용지물 될판...제주교육청 "예산 부족 때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초등돌봄교실에서 활용되고 있는 특별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폐지해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프로그램 강사들,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들, 현장의 돌봄전담사들까지 갑작스런 통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달 21일 초등돌봄교실에서 외부 강사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돌봄 특별프로그램이란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돌봄교실 시간 중 일부를 내어 창의미술, 놀이체육, 방송댄스, 보드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예체능 프로그램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 17일 발표한 '2019학년도 초등돌봄교실 운영 계획'에는 '매일 1개 이상 또는 주 5회 범위에서 창의성 신장을 위한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라'고 명시돼 있다. 

계획에 따라 각 학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돌봄 특별프로그램 강사 모집을 공고하고, 다수의 학교는 강사에게 합격 통지서까지 보낸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제주도교육청은 지난달 21일자로 특별 프로그램 운영을 지양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전날까지 아무런 기별도 없다가 일방적으로 내려진 통보였다.

공문 발송 당시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돌봄교실의 내실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했던 제주도교육청 측은 반발이 커지자 "예산 문제 때문"이라고 사실상 말을 바꿨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7일 "지난달 9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돌봄전담사(교사) 임금협약을 새롭게 맺었고, 근무시간도 주 20시간에서 25시간으로 연장됐다. 휴게시간도 당초 근로시간에 주도록 돼있던 것을 '근로 후'로 바뀌면서 특별프로그램을 지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 요인으로 인한 예산 문제도 있었고, 휴게시간을 뒤로 미루다보니 당초 교사들의 휴게시간 격으로 활용되던 특별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놀이와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본래의 취지대로 가려고 하는 방향도 있고, 방과후 프로그램도 있어서 하나로 통일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제주도내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이 운영된 반은 총 182개였다. 올해는 205개로 늘어나게 됐다. 편성된 전체 예산은 89억원. 이중 돌봄전담사 1인당 월 23만원의 수당이 추가됐고, 예산 조정 과정에서 돌봄프로그램 강사들의 인건비를 없앴다.

이 같은 결정에 현장 돌봄전담사를 비롯해 계약 직전 일자리를 잃은 강사들, 학부모 등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모 학교에서 음악 관련 과목의 특별프로그램을 맡았던 강사 A씨는 올해 해당 학교와 재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가 느닷없는 계약취소 통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초급반을 운영했던 A씨는 올해는 중급반으로 교육수준을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놓은 상태였다.

A씨는 "소일거리로 프로그램 강사를 맡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생계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다. 이런 식으로 통보하는 것은 절차의 문제를 떠나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귀포시 모 학교의 경우 지난해 과학 로봇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대거 구입한 기기가 해가 바뀌자마자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제주시 모 학교는 현악기 수업을 하며 구입한 악기들을 모두 처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고가의 블록 완구도 활용 방안을 잃었다.

돌봄전담사 B씨는 "모 학교에서는 지난해 구입한 악기들이 아까우니 우리(돌봄전담사)한테 '배워서 진행하라'고 하더라. 이게 정말 교육청이 원했던 그림인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B씨는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도 불만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한참 스폰지처럼 이것저것 습득해야 하는 1~2학년 아이들을 4~5시간 동안 그냥 방치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돌봄전담사들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주지부 돌봄전담사 분과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기관에서 정책을 수립 할 때는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하는 게 상식이지만 교육청은 학교 현장의 초등돌봄전담사들의 의견과 특별프로그램 강사들의 의견, 아이들의 의견, 그리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고, 정책 예고의 기간도 없이 전담사들에게 일방적인 공문시행으로 모든 일을 마무리 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신학기를 준비하는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이 발생했다. 심지어 특별프로그램 강사도 반발이 심각하다. 과연 누구의 의견을 수렴해 이와 같은 정책을 수립한 것인가"라며 "아이들이 행복한 돌봄교실을 위해 특별프로그램 폐지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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