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담 SHOP] 한림읍 동명리 주민들의 ‘콩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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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문을 연 한림읍 동명리 '콩창고'. 이정희 대표(왼쪽에서 세번째) 등 식당운영을 맡은 조합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14일 오전 제주 한림읍 동명리 명월성로 55번지. 50년 넘게 창고였던 돌집에서 구수한 냄새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민 30여명으로 구성된 동명리협동조합이 이날 개업한 식당 ‘콩창고’는 인근 밭에서 생산한 콩으로 만든 ‘어멍순두부’가 메인메뉴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맛을 담아낸다”는 취지로 뭉친 이들은 마을회 소유 창고에 터를 잡았다. 본래 모습을 살리면서 내부를 재구성했고, 밭작물의 천국인 한림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메뉴로 순두부를 택했다.

음식에는 협동조합 대표인 이정희(54)씨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과거 이씨의 부모님은 한림에서 ‘해오라기 분식’을 운영했는데 이 분식집에서 가장 인기 있던 메뉴가 순두부였다. 아직도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는 단골들을 위해 최대한 그 맛을 재현하고자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씨는 “처음이라 떨리지만 로컬푸드의 의미를 잘 살려서 건강한 음식을 만들겠다”며 “묻혀있던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계기, 동네를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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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마을 '콩창고'의 순두부.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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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 원형을 되도록 살려 만든 콩창고의 내부. ⓒ 제주의소리

동명리는 넓게 펼쳐진 밭 위로 브로콜리, 양배추, 쪽파 등 작물들이 푸른 빛을 뿜어내는 아늑한 농촌마을이다. 한라산 자락부터 한림 앞바다까지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어 식재료도 풍성하다. 과거 ‘수류촌(水流村)’이라 불릴 만큼 깨끗한 샘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마을주민들이, 마을의 식재료로,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 만든 콩창고에서는 콩비지, 순두부전골도 만날 수 있다. 지역의 맛을 담은 동명마을만의 레시피를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콩창고는 제주연구원 제주밭담6차산업화사업 기반구축사업단의 농촌마을 6차산업화사업의 일환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을 테마로 수류촌 밭담길을 조성하고, 건물 리모델링을 뒷받침하면서 콩창고가 탄생했다.

이 같은 ‘제주밭담-SHOP’은 구좌읍 평대리와 성산읍 신풍리까지 총 3곳이 있다. 동명리의 경우 마을주민들이 마을소유 유휴공간에서, 마을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개발해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손님들을 맞이하며 환하게 웃던 주민 이지연(54)씨는 “콩창고가 동네주민들이 편하게 오가면서 음식과 차를 나누고, 얘기도 나누는 쉼터가 된다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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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읍 동명리의 흔한 풍경. 콩창고에서 걸어서 몇 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밭작물들이 풍성하다. 멀리 명월성지의 모습에 밭담이 오버랩된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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