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9) 안거리, 밖거리

육지 손님들을 모시고 제주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성읍마을에 들렀다. 성읍리는 조선시대 제주를 3개의 현으로 나뉘어 관리했는데, 그 중 동쪽에 위치한 정의현의 현청 소재지이다. 현감이 업무를 보던 근민헌(近民軒)과 중앙관리 방문시에 사용하던 객사(客舍), 그리고 향교가 마을 중심을 잡고 있으며, 초가로 이루어진 고택(古宅)을 국가 민속 문화재로 지정, 보존하여 관리하고 있어 제주 중산간의 전형적인 생활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성읍마을 고택은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 모커리(별채)로 구성된 전형적인 제주 주거구조다. 처음에야 한 채의 집에서 살다가 며느리를 보거나 구성원이 늘어나면 밖거리를 만들어 살림을 차려 나간다. 마주보는 대칭구조의 밖거리는 부엌이 분리돼 있으며, 솥을 따로 두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밥 때가 되면 각자 식사를 준비한다. 그야말도 완전한 독립가구의 형성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밭농사를 주로 하는 노부모와 물질을 왕성하게 하는 며느리를 통해 가족구성원은 보다 안정적인 생산 활동과 경제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노부모가 은퇴할 시기가 되면 안거리와 밖거리를 서로 바꾸는 관습이 있다. 기혼자녀가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능력만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독립성이 적절하게 투영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밖거리는 누가 만들었을까? 당연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신랑감이 자신의 신부를 맞이할 밖거리를 준비했을 것이다. 또는 경제력이 있는 부모가 밖거리를 마련해서 아들 내외가 새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준비했을 것이다.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동네에서 집을 잘 짓는 사람을 찾아 부탁도 하고 건물에 들어갈 자재들도 사서 모았을 것이다. 위치와 크기, 창문과 출입구의 방향을 정하고, 바닥을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처마와 지붕을 덮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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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신혼 살림이 이뤄지던 안거리와 밖거리. 여기에서 우리는 결혼한 자녀와 며느리가 독립적인 가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물질과 농사의 자연적인 분업과 공동 생산 활동으로 뭉쳐진 공동체의식을 찾을 수 있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첫 신혼집: 구매할 것인지 빌릴 것인지 결정해야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라면 청약저축을 가입하고 1순위 청약 자격을 취득하여 분양을 받아보자. 청약저축은 우선 월 2만원~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예금상품이다. 2년 이상 가입 시 연 1.8%의 금리로 이자를 지급하고, 가입 후에 1년 이상 연체 없이 꾸준히 납부하면 1순위 청약 자격을 부여한다. 연간 납부금액 중 최대 240만원(월 20만원)의 40%(최대 96만원)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만기가 따로 없기에 자금필요시에는 중도해지를 해야 하는데, 5년 이내 해지 시 공제받은 세액은 환수되며, 청약가점제를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분양받을 때 불이익을 받는다. 그래서 부담 없는 금액을 매월 납입하고 장기 보유할 마음으로 가입해야 한다. 매월 일정금액을 납입해 저축하는 습관도 기르고, 아파트 분양에 참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공인인증서만 있다면 모바일로도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다. 

결혼 전에 청약저축에 매월 2만원씩 36개월 동안 (총 72만원) 꾸준히 저축한 사람이 신혼부부디딤돌대출로 내집 마련을 계획한다면 대출이자 756만원을 줄여주기도 한다.(단, 부부합산소득이 7000만원 이내인 경우!)

신혼집 마련을 위한 자금이 모두 준비해 집을 구매할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자. 신혼부부에게만 제공되는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구할 수 있다. 일정의 조건만 맞춘다면 기존의 전세자금대출(3~5%)이나 일반적인 주택도시기금 버팀목전세자금대출(2.3~2.9%)보다 낮은 금리의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이 보증하는 디딤돌 전세자금 대출은 근로자 및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상품이다. 부부합산 연간소득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자인 세대주에게 연 2.3~2.9%의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는데, 신혼가구인 경우에는 연 1.2~2.1%까지 금리지원을 해준다. 여기에서 ‘신혼가구’란, 혼인관계증명서 상 혼인기간이 5년 이내인 가구 또는 결혼예정자와 배우자예정자로 구성될 가구를 말한다. 대출 대상주택의 임차보증금이 2억원 이하(서울·경기·인천은 3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 또는 면 지역은 100 ㎡ 이하)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한 사람이라면 신청 가능하다.

우선 섣불리 전세 계약부터 하지 말고, 해당 주택의 대략적인 주소와 평수, 전세금을 알아본 후 은행에서 상담하는 것이 좋다. 상담을 통해 지원이 가능한 자격인지도 확인하고, 대략 대출 가능한 한도금액도 확인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필요한 시기에 맞춰 필요 서류를 준비하고 잔금 일에 맞추는 등 향후 자금조달 일정을 조언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신혼 살림이 이뤄지던 안거리와 밖거리. 여기에서 우리는 결혼한 자녀와 며느리가 독립적인 가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물질과 농사의 자연적인 분업과 공동 생산 활동으로 뭉쳐진 공동체의식을 찾을 수 있었다. 

안거리, 밖거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내집 마련 팁은 ▲주택 구입을 위해 청약저축 ‘조기 가입’을 통한 자금 축적과 세제 혜택 효과를 노리자 ▲전세로 신혼집을 구한다면 국가가 지원하는 낮은 금리의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을 노리자로 요약하겠다.

손권석은?

현재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내 제주인터내셔널PB센터를 이끌고 있는 프라이빗뱅커이다. 미 일리노이대학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인 아이비엠에서 기술영업대표와 컨설턴트를 지냈다. KEB하나은행 입행 후 거액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과 자문업무를 수행했고, 부자들의 투자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업의 집사라고 불리우는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업무는 금융자산 관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기업재무관리까지를 포함한다. 가업승계와 증여를 통해 절세전략을 세우는 등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부터 세계배낭여행과 국제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본 여행가이며, 2001년 가을 이후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사진기 하나를 달랑 메고 계절마다 제주를 찾았던 제주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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