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103) 귀덕1리 돌여 산물

제주 석천도는 마을 앞 500m 해상에 ‘큰여’, ‘작은여’라 부르는 용암으로 형성됐다. 2개의 섬이 마을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귀덕1리는 옛날부터 ‘돌여’, ‘돌덕’이라해서 석천촌(石淺村)이라 불렸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귀덕리로 바뀌었는데, 역사를 따지면 탐라시절부터 형성된 유서 갚은 마을이다.

귀덕1리 포구인 복덕개는 큰개라 부르며 바다 밭에 뿌려질 씨를 가지고 온다고 알려져 있는 영등할망이 들어오는 곳이다. 복덕개 앞 ‘큰여’에 마을을 대표하는 큰물이란 의미의 산물인 큰이물(큰여물, 크니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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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영등신이 들어오는 포구의 산물인 큰이물은 큰동네의 식수로 여자전용 물이다. 이 산물은 해모살 해변 정비사업(2012년) 때 개수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 사각식수통과 빨래터를 담으로 구분하여 사용했다. 

지금은 담을 없애고 구분 없이 하나의 개방된 형태로 개수되었으며, 산물이 솟아나는 용암절리대 바위만 옛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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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수된 큰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큰이물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서측 건너편에도 되물(됫물)이란 산물이 있다. 이 물은 귀덕본향당에서 사용했던 물이다. 주변을 정비하면서 개수되었는데, 예전에 비해 너무 변해 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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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수 전 되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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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수 후 되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용암류가 서로 접촉하는 경계면의 말단부에서 용출하는데, 솟구치는 물을 담은 식수통이 곡식의 양을 헤아리기 위해 쓰는 됫박 모양이라고 해서 ‘되물(됫물)’이다. 

그런데 아무런 고증도 없이 개수 후 사각식수통이 원형식수통으로 바꿔버렸다. 그래서 이 산물 명칭이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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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수된 되물 원형 식수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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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물 용출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궤물수덕이라 했던 한림해안로 입구인 궤물동산에도 목욕물로 사용하던 남자 전용 빌레물과 궤물이 있다. 빌레물은 바닷가 용암빌레라는 너럭바위에서 솟는 물이며, 궤물은 동굴에서 나는 물이다. 

지금은 동굴인 궤는 사라지고 산물 터만 남았다. 궤은 동굴의 제주어며 수덕은 큰 돌들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초목이 우거진 곳을 뜻하는 제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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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레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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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궤물. ⓒ제주의소리

이외에도 하동(下洞) 새설(鳥穴)동네에 맹금물과 새설물, 짐끈원물이라는 산물이 있다. 

맹금물은 청호사란 절 앞에 있는 물로, 도로 한 끝 기존 돌담에 콘크리트 옹벽으로 보호하고 있다. 해안변 도로를 확포장하며 산물은 축소되었지만 콘크리트 옹벽만 제거하면 옛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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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금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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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금물 내부. ⓒ제주의소리

새설물은 모래가 있는 해안조간대에서 나는 물로 보호시설 일부가 허물어져 있지만 옛 그대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파도의 영향을 직접 받는 바다 쪽은 암반을 자연 그대로 활용하여 산물 터를 만들어 자연에 순응하며 이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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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설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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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설물 내부. ⓒ제주의소리

짐끈원물은 포구의 짐꾼들이 쉼터로 주로 사용하면서 이용한 물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언뜻 보면 바닷물 같이 자연 그대로 보호시설 없이 사용한 산물로 내려가는 돌계단만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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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끈원물. ⓒ제주의소리

이들 산물 중 조간대 복판에 있는 새설물은 원형이 잘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조간대 산물이다. 보전가치가 높아 산물 자원으로 파도의 영향을 최대한 이겨낼 수 있도록 보호시설을 보강하고 현 상태를 최대한 살려 잘 관리 되었으면 한다.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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