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와 닿는 지역문화예술진흥을 위해 뛰는 한 해

안녕하십니까? 2018년 무술년을 맞아 행복을 더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취임 이후, 재단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창의발전소로서 지역문화예술진흥에 기여한다는 전략적 정책기조로 다양한 일들을 벌여 왔습니다. 특히 창립 17년이 되었지만 성장을 멈춘 재단을 정상화시키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직 및 정규직 확대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고, 사업영역에서는 문화공간조성 및 운영사업 그리고 문화유산관련사업의 수행 등 지원사업에만 머물던 재단의 업무영역 확대를 꾀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제대로 일하는 재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입니다. 재단이 바로 서면 그 혜택은 지역문화예술인들과 도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올해에도 재단은 변화를 위한 사업들을 추진할 것이며, 특히 변화된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에도 재단은 많은 사업을 수행하겠지만, 지난 1년간 준비해 온 2018년도 지역문화 예술지원사업을 10년 만에 개편한 일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재단에서 많은 일을 했지만,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어떻게 시대적 트렌드를 담아 지역문화 예술지원사업을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 결과 재단에서는 작년에 예고한대로 1년간의 제도개선기간을 두고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한 제도개선 설계작업을, 외적으로는 지역문화예술계 각계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2018년도 문화예술지원사업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예술가 지원의 경우 '생애주기맞춤형 지원사업'과 사업 지원의 경우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원사업'의 발굴과 지원이 그것입니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핵심골자는 '피부에 와 닿는 사람+현장중심 지원'입니다. 그동안 지원사업은 소액다건사업으로 비효율적인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기존의 소액다건의 일반지원은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선에서, 한번을 지원 받아도 제대로 지원받을 수 있는 맞춤형 지원사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한 지원 선정만 끝나면 타 지역보다 높은 선정률에도 불구하고 항상 말이 많았던 직능대표단체들의 사업이나 문학발간사업도 정액지원하는 방향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예술가의 일생을 성장단계별 지원구간을 설정, 진입기(24~34세), 성장기(35~39세), 활동기(40~49세), 안정기(50~59세), 완숙기(60~69세)로 구분해 지원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지역예술인으로 30년 이상 한 길을 걸었던 원로예술가를 위한 사업도 새로 도입했습니다. 

진입기의 예술가들은 소위 ‘청년예술가’들인데, 이들은 우리 사회의 청년문제를 정면으로 겪고 있기도 하고 예술계로의 진입 역시 매우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의 예술계진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접근성을 확보해주는 사업들을 중점 배치했습니다. 

기성작가들은 성장기 이후 완숙기 까지는 각 단계별로 5년 1회의 집중지원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즉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이지요. 여기에는 아티스트 피까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원로우대 사업의 경우, 단순히 예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가의 생애사를 정리하는 한편 작가연보 작성, 전작작품집 제작 등 작가의 전모를 아카이빙 하는 한편 회고전을 개최해 척박한 예술환경 속에서도 일생의 업으로 삼아 준 지역원로예술가에 대한 도민사회의 경의를 표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창작단체들도 생애주기에 맞게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는 신규로 지역문화예술의 이론적 기초를 다지기 위한 문화예술연구 및 평론 지원, 지역예술인들의 아카이브 구축사업, 북카페 독립서점 등 새로운 문화 인프라로 떠오르는 공간들에 대한 대안문화공간 지원사업, 신생 공연예술단체 및 공간에 대한 제도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사업 등도 도입해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지역예술현장의 현실적인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역문화예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산의 많고 적음만은 아닙니다. 지원을 받더라도 제대로 받는 일 또한 중요합니다. 또한 지역예술인들이 지역에서의 활동 속에서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술은 그 사회의 공공재이기 때문이지요. 예술종사자들은 이런 공적 존재로서의 자긍심 또한 공기처럼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당당한 수혜와 적정한 지원이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예술창작에 대한 지원사업은 주로 문체부나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책에 따른 정부위탁사업이나 공기관대행사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지역의 여건과 요구를 반영한 사업을 펼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지역의 예술가들과 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실감 있는 지원사업이 드물었고, 그 결과 재단이 뭐하는 곳이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재도 이런 현실적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 내에서도 어떻게든 그 틈을 벌려서 최대한 창의적인 지역현실에 부응하게 하느냐가 저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사실상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사업들을 발굴하고 예산을 반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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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이사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과정에서 보다 창의적인 사업들이 사장되었지만, 그래도 반영된 예산 범위에서 최대한 필요한 사업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지원사업 개편은 완성형이 아닙니다. 올해 시행 후 평가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면서 진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지역의 현실에 부응하고 지역예술가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지원사업이 이루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모두는 이제 시작일 뿐 향후 예산 확대를 통해서 더욱 요구에 부응하는 지역문화진흥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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