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지에 있는 사람에게 송금을 한다고 할 때 실제로 건너가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장부다. 즉 은행에 있는 나의 계좌에서 다른 사람의 계좌로 해당 금액이 이동하는 것인데 이때 은행은 같은 은행일수도 있고 멀리 외국에 있는 다른 은행일 수도 있다.

비트코인의 첫번째 특징은 중간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나의 지갑에서 상대방의 지갑으로 재화가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P2P(Peer to Peer) 거래다.

또한 송금은 어떤 특정 나라의 통화로 이루어지므로 외국에 보낼 때는 먼저 환전을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경우는 따로 통화 표시가 없다.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은 필요하면 원하는 통화로 나중에 바꾸어서 사용하면 된다.

은행을 경유하지 않으므로 정부의 감독이나 추적이 불가능하고 특정 통화의 옷을 입지 않아도 되므로 불량한 정부재정으로 인한 환율 변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통화가 비트코인이다.

반면에 은행 계좌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송금할 때마다 주소를 생성 받아 상대방에게 알려 주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그러나 이것은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되어주기도 한다. 35개의 숫자와 글자로 구성되는데 누구든 이 주소에 접근하면 돈을 받을 수 있고 그 즉시 이 주소는 소멸된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확대되어 가던 2009년에 가명으로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한동안 아무도 이를 진지하게 주목하지 않았다. 내재가치가 없으면서 법적 뒷받침도 없는 것이어서 가상세계에서의 기념주화 정도의 관심밖에 끌지 못했다.

은행을 가운데 두지 않고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한지, 그 해답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Block Chain) 데이터 처리방식과 비트코인 주조(鑄造) 방식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완전 공개 통해 해킹 차단하는 역발상 

첫째, 블록체인은 문자 그대로 늘어놓은 벽돌 안에 장부를 기록하여 이것을 비트코인 소유권 이전의 원본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 원본은 어떤 특정한 "센터"에 보관되지 않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다.

그래서 이를 공유원장(shared ledger) 또는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이라고 칭한다.

공개함으로써, 상호간에 불신으로 가득 찬 당사자들 사이에 신뢰와 투명성이 보장되고 외부로부터의 해킹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블록체인의 장점이다.

두번째, 비트코인 주조는 땅 속에서 금을 캐는 과정과 가장 흡사하게 설계되었다. 많은 노력과 행운이 있어야 한 조각의 금을 채굴할 수 있듯이 주어진 수학문제를 가장 먼저 푸는 사람에게 비트코인의 주조권이 선물로 주어진다.

다수의 컴퓨터들로 하여금 서로 경쟁을 벌여 시간당 6개의 속도로 생산되는 블록에 대한 일종의 "검증작업"을 완료하도록 하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수학문제다.

이것은 시행착오의 반복을 통해 답에 접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컴퓨터의 연산능력뿐 아니라 일정한 분량의 행운도 따라야 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들을 광부 또는 채굴자(miner)라고 부른다. 이렇게 채굴된 비트코인의 숫자는 현재 약 1600만개, 시가로는 700억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보상으로 주어지는 주조권의 크기는 매 4년마다 반감되어 2040년이 되면 전부 2100만개가 세상의 빛을 보는 상태에서 그 이상은 늘어나지 않게 되어 있다. 이 특성 또한 지구의 금 부존량(賦存量)이 한정되어 있음을 본 딴 설계다.

블록체인의 용도는 금융분야에 국한 되지 않고 생산 및 유통의 전 분야에 걸쳐 쓸모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R3 라는 이름의 회사가 이끄는 컨소시엄에는 바클레이즈, JP모건 등 세계 70여 개 주요은행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금(金)을 모방한 비트코인 설계

한편 중국의 비트메인(Bitmain)이라는 회사는 전기 값이 싼 내몽고에 2만5천대의 슈퍼 컴퓨터를 동원하여 비트코인 채굴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설명도 1년 전에 개당 500달러 하던 것이 금년 8월 들어 4000달러(우리돈 약 450만원)를 돌파한 이유를 대기에는 부족하다.

187756_215569_2931.jpg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어떤 이는 불원간에 비트코인의 가치는 제로로 될 것이라고 악담을 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비트코인의 공급이 그 사용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5년 후에는 개당 가격이 2만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1995년경에 "인터넷"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어떠했는가를 묻기도 한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8월 23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