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6.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겨울의 매서움이 한라산에도 이는 새해 첫 날입니다. 

오늘은 '시로미'란 아주 작은 식물을 소개해 드립니다. 시로미 나무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 烏李(오리), 즉 까마귀의 오얏이란 뜻입니다. 영어이름은 'Black Crowberry', 이 또한 까마귀의 열매라는 뜻을 담고 있지요.

시로미과에 1과 1속 1종으로 구성된 식물 가계를 보이는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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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제주의소리

이 시로미는 상록 소관목인데 키가 작아도 너무 작아 10여cm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무입니다. 작은 줄기에 잎들이 촘촘하게 나 있으며 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지면이나 바위를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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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제주의소리

시로미의 학명을 보면 '돌 가운데서 자라는 식물'(Empetrum)이란 뜻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라산의 고지대의 암벽에 많이 자랍니다.

한라산의 고지대에 적갈색의 가지를 펼쳐, 마치 작은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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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제주의소리

제주의 어르신들을 만나면 이 시로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의 어머님만 해도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에 이 시로미 열매를 따려고 한라산에 올랐던 이야기를 지금도 하십니다.

시로미의 이름 유래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이 시로미의 열매가 '시지도 않고 달지도 않다'는 뜻에서 온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한자나 영어명으로 해석하면 까마귀의 열매지만, 오래전부터 귀한 약재로 쓰였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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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제주의소리

시로미의 암꽃은 원판처럼 생겼으나 수꽃은 수술이 길쭉하게 나와 있습니다. 크기가 아주 작아서 눈에 잘 띄이지 않습니다.

시로미의 꽃을 사진으로 담을려면 접사렌즈를 사용해야 하는데요, 접사렌즈를 통해 담아 온 시로미의 암꽃과 수꽃의 모습,그리고 열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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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로미는 작은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중국의 진시황과 인연이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시황을 위해 2300여 년 전 중국을 떠난 불로초 선단인 서복(徐福)일행은 우리나라 제주도에 도착해, 한라산에서 불로초를 구해 돌아가는 길에 서귀포의 정방폭포 절벽에다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글자를 새겼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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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제주의소리

서복 일행이 찾으려고 했던 불로초는 오늘날의 어떤 식물이었을까?

여기에 시로미가 등장하는데요,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구전, 또는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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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제주의소리

산 높이 1500미터 이상의 춥고 매몰찬 바람이 불어대는 극한지에서 자라는 특성. 그래서 추운 겨울 속에서도 인내한 정성이 나무속에 고스란히 간직돼 있기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의 나무와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에서 진시황이 시로미를 찾았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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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제주의소리

한라산 시로미라는 아주 작은 나무에도 꽃말이 있습니다. 이 시로미의 꽃말이 바로 '사랑'이라고 합니다.

지나간 2017년을 되돌아보며 새해 첫 날, 독자 여러분들 가정에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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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미 (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시로미과-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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