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시작한 제주올레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제주올레 표시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레. 한동안 쓰이지 않던 이 제주어가 지금은 제주를 대표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9월 7일로 제주올레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됐다. 제주가 좋아, 걷는 게 좋아 몇몇이 뜻 모아 시작한 제주올레는 어느새 일본 숲속과 몽골 벌판에 마스코트 ‘간세’를 새길 정도로 명성이 높아졌다. 제주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혁신적인 평가 뒤에는 지역주민 소득과의 연계 미흡 등 과제도 공존한다. <제주의소리>가 제주올레 10주년을 맞아 올레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주올레 10년] ① 제주관광 패러다임 바꾸고 전국에 걷기열풍...해외서도 잇따라 개장 

2007년 9월 8일 오전 10시, 화창한 하늘 아래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에는 가벼운 야외 활동 차림을 한 사람들이 모였다. 제주 관광의 패턴을 확 바꾼 '제주올레'가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날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하루 전인 7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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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9월 8일 열린 제주올레 1코스 개장 행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시흥리 바닷가 15km 길로 시작한 제주올레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심 속에 거침없이 뻗어나갔다. 1코스 개장 한 달 만인 10월에 쇠소깍과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를 잇는 2코스(현재 6코스), 그해 12월엔 3코스가 문을 연다.

이듬해인 2008년은 한 달에 한 개 코스가 생겨날 만큼 제주올레는 빠르게 길을 열어 나갔다. 성산읍, 서귀포시내권에 나뉘어 생겨난 최초 코스도 이 시기에 하나로 연결됐다. 1사(社) 1올레마을 결연, 제주올레아카데미, 클린올레 캠페인 같은 (사)제주올레의 프로그램도 잇달아 생겨났다.

동시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제주올레를 찾은 ‘올레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사)제주올레가 파악한 연도별 탐방객 현황에 따르면 2007년에는 3000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이 되자 109만 874명으로 무려 350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재암문화상(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한국관광공사 '한국 관광의 별', 환경부 제4회 그린시티 공모전 대통령상, 교보생명 환경대상, 아시아 도시경관상 대상 등을 수상하며 새로운 제주 관광의 길을 제시한 제주올레에 찬사가 쏟아졌다.

자연을 온전히 두 발로 느끼는 제주올레의 매력은 ‘걷는 길’ 열풍을 일으키는 신호탄이 됐다. 지리산 둘레길(2008년 첫 개통), 강화나들길(2009), 부산갈맷길(2009), 강릉바우길(2009), 북한산 둘레길(2010), 서울두드림길(2010), DMZ평화누리길(2011), 한라산둘레길(2011) 등 제주올레에서 영감을 받은 걷는 길이 전국에서 잇달아 생겨났다. 

▲ 비오는 날씨에도 올레 길을 걷는 제주올레걷기축제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러한 현상은 각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자연, 문화 자원을 ‘걷기’라는 원초적인 행동으로 묶어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종교, 역사, 유배, 문학(소설 《토지》, 《태백산맥》) 등 인문학적 주제와 결합한 걷는 길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모바일, SNS 등 일상이 점점 빨라지는 시대에, 걷기는 오히려 천천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경쟁력이 있기에 제주올레는 국내 걷는 길의 마중물로 평가받는다.

승승장구하던 제주올레는 2012년 7월 12일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1코스인 성산읍 시흥리에서 관광객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올레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었지만, 후폭풍은 컸다. 자유로운 탐방 문화는 다소 위축됐고 각종 안전대책과 함께, 1코스 임시 폐쇄라는 강도 높은 조치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서명숙 이사장이 나서 마녀사냥식 접근을 경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번 사건은 길의 안전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범죄 사건이다. 올레길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며 “동네 뒷동산, 개방적인 곳에서 발생했다. 범죄에 대한 대책과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은 구분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도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났다. 그해 제주올레걷기축제가 한국방문의 해 6대 특별이벤트에 선정되고, 21코스가 탄생하면서 제주올레 길로 섬 한 바퀴를 연결했다. 2013년은 역대 최고 탐방객 수(119만 3727명)를 기록했다. 

코스를 모두 완성한 제주올레는 시선을 해외로 넓히기 시작했다. 

길 운영 주체인 (사)제주올레는 영국, 일본, 캐나다, 레바논, 스위스, 호주, 그리스, 이탈리아, 몽골 등 세계 각 나라 걷는 길과 협력관계를 맺거나, 올레 이름으로 길까지 내줬다.

▲ 제주섬을 한바퀴 도는 제주올레 길.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제주올레가 길을 발굴하는 몽골 올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사)제주올레 사무국이 자리한 여행자센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올레길 주민행복사업(2014년 9월)을 시작하면서, 길과 주민을 연결하는 시도에 나서고, 제주시 원도심에 문화공간 간세라운지(2015년 9월)를 열어 사업 확장에 도전한다. 지난해 7월, 오랜 숙원이었던 사무실 겸 거점 공간(여행자센터)도 마련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주올레는 10년이라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됐다. 

(사)제주올레는 개장 10년을 기념해 9일 오전 11시 여행자센터(서귀포시 중정로 22)에서 10주년 잔치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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