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7) 일본 고베 시 ‘코베린’ 시민호응 커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커뮤니티 비즈니스. 최근 화두인 새로운 지역 활성화 방식은 하드웨어 중심 개발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됐다. 단순히 예산을 쏟아붓고 각종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는 어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는 것을 행정당국도 깨닫게 된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장기불황 이후 수많은 지역들이 위기에 몰리면서 이런 새로운 지역 활성화 모델이 자리를 잡았다. <제주의소리>가 최근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살펴본 그들의 삶의 모습은 제주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사업 등에 주는 시사점이 분명했다. 장기 연속기획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도시재생 성패 사례들을 현장 취재해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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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베 시에 구축된 전기자전거 시스템 '코베린' 정류장. ⓒ 제주의소리

인구 150만명으로 일본에서 6번째로 큰 도시, 효고 현 항만에 위치한 고베 시는 최근 새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전기자전거 셰어링 시스템인 ‘코베린(Kobelin)’이다. 코베린은 고베(Kobe)+연결(Link)+자전거(Cycle)의 합성어다.

한국인들에게 오사카, 도쿄, 쿄토와 함께 관광지로 인기를 몰고 있는 고베는 해안가에 밀집한 도심지역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떨어진 관광지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고민거리였다. 

교통중심지에서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한 기타노(北野) 지구, 동서로 분포돼 있는 명소들을 하나로 엮는 친환경 교통수단이 필요했다. 한라산이 섬 중앙에 있고 평지가 적은 화산섬인 제주의 도로환경과 비슷한 점이 많은 고베 시다. 

고베 시가 '코베린' 도입 결정 배경에는 자전거 불법 주차를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도 작용했다. 일본인들은 자전거를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애용하는데, 이용자 수가 너무 많다보니 도심 인도 곳곳에 무분별하게 세워지는 자전거들이 문제가 됐다. 언덕이 있고, 북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높은 특성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그 대안으로 2015년 전기자전거 셰어링 시스템 ‘코베린’이 구축됐다.

고베 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아니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주차장 사업을 벌이고 있는 CYCA라는 기업이 직접 운영하고, 고베 시는 셰어링 정류장 설치 시 적절한 위치의 땅을 대여해준다. 물론 점용료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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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YCA가 하는 주 업무 중 하나는 적절하게 전기자전거 대수를 배치하는 일이다. 이용자들은 12곳의 정류장 중 원하는 곳에 반납하고 가면 되기 때문에 어느 곳은 이미 꽉 차 있고, 어느 곳은 텅 비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CYCA의 트럭이 전기자전거를 다른 정류장으로 옮기고 있다. ⓒ 제주의소리

대신 CYCA는 셰어링 서비스를 하면서 함께 운영하는 자전거 주차장을 통해 수익의 대부분을 얻는다. 코베린 만으로는 아직 적자다.

CYCA 서일본 영업본부 후지타 키요시 부장은 “CYCA가 자전거 주차장 운영으로 수익금을 가져가는 대신 커뮤니티 사이클링인 코베린을 하게 됐다”며 “타 지역에서도 코베린만으로는 흑자를 내는 경우는 없고, 대신 지방정부에서 그 손해분을 보전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까지 정류장 15곳에서 자전거 150대를 운영하는 게 목표인데 2017년 7월 현재 정류장 12곳에서 자전거 70대가 운영중이다.

코베린 이용료는 최초 1시간 100엔이고, 30분마다 100엔씩 추가된다. 하루종일 빌리는 건 500엔이다.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걸친 뒤 신용카드와 충전식 대중교통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 고베 시 곳곳에 설치된 코베린 정류장에는 친절하게 한국어로 된 안내문구도 적혀있다.

비콘을 통해 대여와 반납, GPS 장치를 통한 실시간 이동경로 파악이 가능하다.

2017년 7월 현재 가입자 수는 2만4000여명. 전체 이용자 중 55%가 관광목적으로 이용했고, 쇼핑(18%), 비즈니스(6%), 통학 및 출퇴근(3%) 등 지역주민들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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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베린'을 통해 대여 가능한 전기자전거. 일본 기업이 만든 브릿지스톤이라는 제품으로 1대당 280만원 정도 된다. 가입 신청 뒤 제공되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번호 자물소와 GPS 장치 등이 자전거에 달려있다. ⓒ 제주의소리

고베시 주차장 관련 부서 공무원인 료스케 후쿠모토 씨는 “고베 중심가, 관광지, 원도심을 연결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며 “주말에 비해 낮은 평일 이용률을 높이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2015년 도입 이후 통계로 확인되는 긍정적 효과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나친 장밋빛 판단을 경계했다. 다만 “자전거 회전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앞으로 사무실이나 상가 근처에 셰어링 정류장 개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사업 확대 추진 의지를 밝혔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자전거를 중심에 둔 고베 시의 실험은 제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을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중인 제주 입장에서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다양한 방식의 교통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한 기존 내연기관차를 그대로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 현 교통혼잡과 주차난은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새로운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 전기자전거는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일본 뿐 아니라 극심한 환경문제를 겪고있는 중국에서도 전기자전거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 해 전기자전거 생산량이 3257만대에 이를 정도이며, 최근 다수의 업체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기자전거 셰어링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과 일본 모두 정부차원의 의지가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제주에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다만, 현재 자전거도로의 활용도가 낮은 점 등 기존 인프라의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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